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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당신만의 책을 꿈꾸세요 /김수우

독서 없다면 교육의 미래 없어…책을 든 당신 사랑하고 믿어요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11-02 20:24:00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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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알뜰해지는 계절이다. 알뜰이란 정성스럽고 규모 있음이다. 정성스럽다는 것, 규모 있다는 건 또 무엇일까. 단풍 드는 산자락 길자락을 보며 생각을 여미게 된다. 물든 잎새들이 비밀의 열쇠처럼 흔들린다. 정성스럽다는 건 어깨를 겯고 자박자박 함께 단풍 드는 일, 규모 있다는 건 토닥토닥 서로 아우르며 아름다워지는 일이 아닐까. 그래서 문명의 진보란 타자지향이 되는 게 아닐까. 고운 잎갈피들이 그 지혜를 말해준다.

시월에 무수한 축제가 지나갔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 자갈치축제, 야구, 부산비엔날레, 갈맷길걷기 말고도 동네마다 축제였다. 그 틈에 끼워 독서문화축제가 있었다. 독서축제는 현수막 제대로 거는 일도 난감했다. 예산도 적었고 걸 만한 자리도 확보하기 어려웠고 언론도 무관심했다. 올해가 대한민국 독서의 해라는 것이 무색했다. 소박했던 게 오히려 독서축제다웠는지 모르겠다. 독서를 가지고 축제를 하겠다는 발상 자체도 어불성설이긴 하다.

하지만 작아서 이래저래 소중한 행사였다. 한마디로 알뜰살뜰했다. 작가들과의 만남도 진지했고, 동네마다 있는 작은 도서관에 어떻게 날개를 달 것인가, 독서의 병법에 관한 작은 토론들이 반짝였다. 축제 자체보다 축제 후에 책이 시민들의 삶 속으로 어떻게 들어갈 것인가를 고민했다. 문명사에서 독서는 생명의 양식이며 신비였다. 소비의 방식도 자본의 방식도 아니라는 말이다. 오늘도 책표지들은 하나하나 비밀의 문처럼 다가온다.

세계인문학포럼이 진행 중이다. 진정한 치유가 어디서 나오는지 세계석학들이 많은 숙제를 들고 왔다. 인문학도 교육도 독서가 기본이다. 독서가 없으면 인문학도 교육도 미래가 없다. 세계인문학포럼이 시민들의 독서에, 시민의 타자지향적인 실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링컨은 한 권의 책을 읽은 사람은 두 권의 책을 읽은 사람에게 지배당한다고 했다. 에디슨은 10대 때 이미 2만 권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나폴레옹은 전쟁터에서 말을 타고 달리면서 책을 읽기로 유명했다. 지독히 가난했던 카네기가문의 성공 원동력은 책을 빌려보는 데서 시작됐다. 빌 게이츠를 있게 한 것도 학교가 아니라 동네 도서관이었다.

독서를 하는 것은 고뇌와 성찰을 위해서다. 사색하기 싫은 사람은 독서가 점점 어려울 수밖에 없다. 농담과 유머와 오락으로 가득찬 현실에서 독서는 일순 고독한 행위이다. 하지만 독서를 통해 우리는 자아와 타자를 정확하게 만날 수 있다. 그때 올바른 관계가 시작된다. 근원을 기억하는 독서, 올곧은 가치관을 지속시키는 독서. 누군가를 배려하는 '알뜰한 당신'으로 세우는 건 바로 당신만의 책이다.

새로 뽑는 대통령이 독서광이었으면 좋겠다. 독서는 그 사람이 가진 정신의 지도를 보여준다. 활자중독이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걸으면서까지 책을 읽었다는 한 후보의 독서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책이 가진 치유, 책이 가진 도전과 모험, 책이 가진 교감의 세계를 믿는다. 독서는 어떤 문제든 차분히 사고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공존을 선물한다. 우리는 우리가 읽은 것으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독일 소설가인 마르틴 발저의 말이다. 책과 함께 성장하는 사회가 간절하다.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독서에 열정을 바치는 영혼들이 그립다. 홀로 비밀의 열쇠처럼 빛나는 영혼들이 있으리라.

막 물들어가는 단풍들이 말한다. 우리들을 가지고 책의 비밀을 열어보세요. 독서는 끊임없이 강의 발원지로 회귀하려는 연어의 지느러미 같은 거지요. 생명의 근원을 기억해는, 그래서 그곳에서 다시 알을 낳을 거예요. 노란 바람을 흔들며 은행잎이 말한다. 당신만의 눈금을 가진 책읽기가 절실하고, 거기엔 인내가 필요해요. 그렇게 당신도 한 권의 책이 되는 거랍니다. 보도블록에 흩날리는 낙엽들이 말한다. 그래, 독서축제는 겉으로가 아니라 안으로 하는 거지요. 앙천부지(仰天俯地), 하늘을 우러러보고 땅을 굽어보는 힘을 생각하세요.

부산 중구 동광동 사십계단 앞 마로니에 잎들이 말한다. 당신만의 책을 꿈꾸세요. 독서 축제는 일년내내 하는 거예요. 책을 든 당신을 사랑해요. 그리고 믿어요.

시인·백년어서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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