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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기초의회, '존재 이유'를 스스로 지켜라 /강춘진

민의는 저버린채 의장단 선거 매몰, 의정비 인상 집착…무용론 자업자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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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2-11-14 19:56:45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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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부산에서는 이런 말이 유독 많이 회자했다. "혈세 낭비 기초의회 폐지하라." 더구나 각 시·도의 광역의회만 남기고 기초의회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섬뜩하다.

1995년 6월 우리나라에서 전면적인 지방자치제가 실현된 지 20년도 안 된 시점에 이 같은 말이 난무하고 있다. 지방자치제의 바탕을 이루는 기초의회의 무용론에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없는 현실이다.

거창하게 한국 현대사를 일일이 거론할 필요도 없다. 지방자치제의 실현 과정에 정말 많은 사람이 피와 땀을 흘렸다. 그런데 기초의회를 폐지하라니. 망각의 세월이 흐른 것일까. 어렵게 실현한 지방자치제의 근간이 흔들리는 형국이다.

누구를 탓할 상황이 아니다. 자업자득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기초의회는 주민을 대표해 각 기초자치단체(시·군·구)의 중요 사항을 최종 심의·결정하는 의결기관이다. 기초의원들은 예산·결산의 심의·의결 기능을 한다. 또 조례 제정의 입법 기능에다 자치 행정을 감시하는 통제와 지역 현안에 대한 조정 기능 등의 권한을 갖고 있다. 기초단체의 집행기관을 견제하는 이들의 권한이 예사롭지 않다. 주민을 대표해 기초단체의 중요 사항을 심의하고 결정하는 이들의 활동 덕분에 불필요한 예산 낭비가 차단됐고, 때로는 집행기관의 무책임한 행정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그런데도 왜 기초의회 무용론에 힘이 실릴까. 하는 일도 없이 온갖 이권 사업에 관여하고, 그것도 모자라 의정비 등 4000만 원 안팎의 돈을 챙겨가는 일부 기초의원들 때문일까. 아니다. 하는 일도 없이 이권에 개입하고 의정비를 꼬박꼬박 챙기는 '더 큰 의원'들이 더 많지 않은가.

'더 큰 의원'이 활동하는 광역의회와 국회를 폐지하라는 여론보다 기초의회에 대한 폐지 목소리가 더 큰 이유를 따져볼 때다. 여기서 기초의회 의원들이 자신을 스스로 되돌아볼 일이다. '더 큰 의원'보다 더 가까이 주민과 함께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그들이 아닌가.

1960년 이후 30여 년 만에 부활한 지방자치제의 뿌리인 기초의회는 애초 명예직으로 출발했다. 이후 의정비가 지급되는 데다 권한도 커졌다. 그만큼 기초의회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뜻일 게다. 각 기초의회 의장단도 녹록지 않는 대접을 받는다.

그 중요성을 이들이 망각하고, 누리는 데만 골몰하는 바람에 기초의회 무용론이 터져 나온 것이다. 그들이 자초한 꼴이다.

올해만 해도 부산에서는 이런 일이 심심찮게 불거졌다. 지역주민이 혀를 끌끌 찰 일들이다. 하반기 의장단 선거를 둘러싸고 패가 나눠 '내 편이 안 된' 쪽에서는 의정활동을 도외시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 폐단은 고스란히 집행기관에서 당연히 해야 할 행정활동에 제동을 거는 형태로 이어졌고, 급기야 지역주민이 피해를 떠안았다. 웃기는 일이다. 의장단 선거의 앙금을 이유로 당연히 해야 할 조례 제정 등 입법 기능 활동까지 내팽개친 것이다. 대접받는 자리를 탐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지만, 제 할 일은 해야 하지 않는가.

최근에는 엉터리 설문조사에다 심의도 대충한 뒤 내년 의정비를 인상하려는 일부 기초의회가 지역주민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물론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의정비 인상 요인이 있다면 올려야 한다. 하지만 '의정비 심의 과정 중에 주민의견조사로 한 설문조사 결과의 의미를 축소하거나 애써 외면하면서까지 의정비 인상을 시도하는 점'에 대해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지역주민의 여론을 반영해 부산에서 절반 이상의 기초의회가 내년 의정비를 동결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반면 일부 기초의회는 여전히 의정비 인상에 목을 매고 있다. 기초의회 의원들은 이 점을 명심하라. 지역주민은 기초의회 의원들이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한 뒤 '더 큰 의원'으로 활동하는 것을 원한다. 그러나 의장단 선거 앙금에 집착하거나 여론에 반하는 의정비 인상에 목을 맨다면 누구도 기초의회 무용론에 반기를 들지 않을 것이다. 섬뜩하지 않은가.

사회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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