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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리즘] 글로벌 통화전쟁서 살아남으려면 /유일선

선진국 통화 늘리면 신흥국 경제적 피해…'쩐의 전쟁' 이기려면 경제체질 강화해야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12-09 19:32:23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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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된 자원배분 문제에서 양편이 모두 이익을 얻는 소위 승승(win-win) 전략이야말로 전체를 위한 가장 이상적인 문제해결 방식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게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라서 위기상황에 직면하면 인간은 쉽게 제로섬(zero-sum), 즉 승패의 전략을 선택하게 된다. 나의 이익을 위해 상대를 곤경에 빠뜨리는 것이다. 문제는 상대도 당하려고만 있지 않을 테니 결국은 둘 다 패배로 끝나는 참담한 결과에 이를 수 있다.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침체되면서 선진국들이 선택한 경기부양책이 바로 이 노골적인 승패 전략이다. '통화전쟁' '환율전쟁'이라 불리는 뜨거운 각축. 각국은 포탄 대신 돈을 살포한다. 그야말로 '쩐의 전쟁'이다.

유럽중앙은행은 지난 9월 6일 그리스, 포르투갈 등 재정위기국의 국채를 무제한 사들이면서 유로화의 통화팽창에 나섰다. 일주일 뒤 미국의 연방은행도 세 번째 양적 완화조치, 즉 돈 풀기에 돌입했다. 질세라 일본은행이 추가 양적 조치를 내놓았고, 유력 차기 수상 후보 아베 신조는 집권하면 엔화공급을 무제한으로 늘리겠다고 공언하였다. 선진국들이 앞다퉈 돈을 찍어내면서 자국의 통화를 약세로 유지하려 애를 쓰고 있다. 의도적으로 자국통화 가치를 훼손하는 이상한 현상이다. 통화팽창의 이유는 간단하다.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면 수출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므로 국제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갖게 된다. 당연히 수출이 늘고 경제도 살아날 것이다. 더구나 통화량이 늘어난 상황에서 실제 금리는 제로나 다름없을 것이니, 돈들은 더 높은 수익을 찾아 해외로 빠져나간다. 통화팽창이 국내 물가인상으로 그대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돈 풀어 수출을 늘리고 자국 물가가 오르는 딜레마를 피해 갈 수 있으니 얼마나 완벽한 전략인가.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다른 나라, 특히 경제적 기반이 양호한 한국, 중국, 브라질 등 신흥국들에 피해를 고스란히 떠넘기는 결과를 낳는다. 안정적인 투자처로 인식되면서 풀린 돈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그 피해를 따져 보자. 먼저, 몰려든 선진국의 돈들이 투자를 위해 신흥국의 통화로 교환되면서 신흥국의 통화가 절상된다. 당연히 수출경쟁력이 약화되고 경제성장률은 둔화된다. 더구나 외환이 교환되어 시장에 돈이 풀리면서 인플레이션까지 동반된다. 이 인플레이션을 해결하려면 금리를 높여 통화를 줄여야 하는데 그러면 고금리를 좇는 핫머니가 더 많이 유입돼 통화절상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대부분 달러, 유로 등 선진국 통화로 외환보유를 한다. 그런데 선진국들이 돈을 마구 찍어내 통화가치를 끌어내리니 가만히 앉아서 몇조 원의 손실까지 감당해야만 한다.
현재 한국이 처한 상황이 그러하다. 지난 한 달 동안 외환보유고는 계속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원화는 3개월 동안 올해 고점대비 달러화에 대해 10%, 엔화에 대해 13.2%가 절상되었다. 곧 '1달러=1000원' 시대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여파로 해외 수요가 줄어드는 판에 원화 가치의 상승으로 가격경쟁력마저 잃게 되었으니 중소수출업체들의 타격이 막심하다. 외환보유로 인한 손실 역시 커지고 있다.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금보유를 늘리고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여러 가지 대책들이 강구될 것이다. 결국 통화팽창정책도 고려될 것이니 물가상승이 아물거린다. 각국이 공존모드에서 생존모드로 전환하는 암울한 시대. 모두 승패의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하려 한다. 협력보다는 다른 나라에 위기를 전가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자인 한국이 다 같이 패배로 향하는 이런 구조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확실한 답은 여전히 기본에 있다. 외부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경제체질을 강화해야한다는 말이다. 장기적으로 고환율에 의존한 수출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 끊임없는 기술혁신이 이루어지는 시장구조를 위한 제도를 갖추어야 한다. 내수시장이 커질 수 있는 소득분배구조가 정착되어야 한다. 현재를 인내하며 긴 호흡으로 먼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한국해양대 교수 국제무역경제학부

※사외 필자의 견해는 본지의 제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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