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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젊은이, 그 따위 것도 괜찮네 /조성제

젊은이들의 욕망, 인류 역사·진보 주도…거침없이 도전하되 기본은 잃지 말아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12-25 19:42:04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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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기이한 일도 다 있다고 생각했다. 비호감 얼굴에 다소 발칙스럽기까지 한 어투와 몸짓. 심지어 이름까지 이상했다. 내심 '저 비슷한 친구가 우리 회사에 있다면 골치 아프겠다'는 비약까지 했다.

그런데 내가 틀렸다. '나도 고루한 기성세대가 돼 가는가'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가수 싸이에 대한 내 생각의 흐름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올해의 히트 상품 1위로 그의 '강남스타일'을 꼽았다. '발칙한 조롱이 세계인의 욕망을 대리 해소했다'고 평하면서. 미국 타임지도 싸이를 '2012년 벼락스타 톱 10'에서 1위로 선정했다. 선정 이유가 매력적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보여줬다'.

어른들의 젊은이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는 내용이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에도 적혀 있을 정도니까. 어른들이 바라는 젊은이 상은 대체로 이럴 것이다. 예의 바르고, 담배는 아예 모르고 술은 적당히, 공부 열심히 해 해외연수하고 스펙 쌓아 좋은데 취직하고, 돈 많이 벌어 참한 짝 만나 아들 딸 낳고 효도하는 것. 우리 대다수는 다소 어긋남은 있어도 이런 인생 궤적을 그으려고 애써왔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지탱되고, 한국을 선진국 대열에 올려 세웠다고 자부해 왔다.

발칙하고 다소 건방져 보이기까지 하다고 생각했던 싸이는, 그렇다면 어째서 한국을 세계에 떨쳤을까. 답은 분명하다. 세상이 변했고, 그 변한 세상이 그를 알아 본 것이다. 학교 모범생이 사회의 모범생이라는 등식은 이미 깨졌다. 사회 모범생이 곧 인생의 성공이라는 통설도 이젠 유효하지가 않다. 부모나 기성세대가 원하는 삶이 아닌 자기가 원하고 좋아하는 길을 택한 젊은이를, 그 길이 도대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무작정 나무라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은 태도라고 본다.

돌이켜 보면 '버릇없는 젊은이들'이 인류 역사의 진보를 주도해 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과 불협화음을 내는 젊음의 패기를 우리 사회가 죽이고 있지는 않은지…. 그까짓 사랑 때문에 바보같은 시절을 보내는 젊음의 뜨거움을 격려는 못할망정 찬 물을 끼얹는 건 아닌지…. 미지의 운명을 향한 도전이 젊음의 특권이라고 하면서도, 그 미지의 운명을 기성세대의 의도에 맞는 틀에 가두려는 것은 아닌지….

언론도 마찬가지다. 노후가 편하려면 20대부터, 사회초년병 시절부터 수입의 몇 십%를 저금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겁을 주면서 세뇌시킨다. 모든 것이 돈 돈 돈이다. 거칠게 비유하자면, 무한대로 자랄 수 있는 어린 나무를 이리 자르고, 저리 구부려 손바닥만한 화분에 가둔 분재로 만들어 버리려는 어리석음에 다름아니다.

심각해져 버린 세대 간 갈등의 해법에는 기성세대의 몫이 더 큰 게 아닐까. 젊은이들이 맘껏 욕망하는 발칙스러움을 기성세대가 어느 정도는 눈감아 주는 것이 갈등 해소의 시작이라고 본다. 취업 걱정 등등 우울한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음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손잡고 같이 가자는 배려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유지되고 발전 가능할 것이다.

단 젊은이들도 기본은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박범신의 소설 '은교'에서 늙은 시인 이적요가 한 말처럼. "너희 젊음이 너희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지금의 늙은이도 한때는 혈기 방자한 젊은이였고, 거칠 것 없는 지금 젊은이도 머지않아 군내나는 늙은이가 된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세대 간 갈등을 못 풀 것도 없다.

며칠 전 동짓날이 고대 잉카족이 예언한 지구 종말의 날이라고 소소한 시끄러움이 있었다.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잉카족의 의도는 아마 이런 것이었을 것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 살아 있을 때 서로를 더 사랑하라'는 메시지.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특강 요청을 자주 받는다. 이젠 그 특강의 끝맺음을 이렇게 하고 싶다. "그 따위 것에 목을 매느냐고 누가 말해도 상관없다. 거침없이 도전하라. 모험하라. 넌 혼자가 아니다."

부산상공회의소·BN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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