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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마냥 놀리기에는 열정이 아까운 청춘들 /염창현

기업들 임시직 선호 취업·이직 악순환…청년 실업 해소, 대통령 성패 척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1-09 19:29:24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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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초 먼 친척 조카녀석에게서 안부전화가 왔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등 덕담을 나누다가 대화가 취업 쪽으로 이어졌다.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되도록이면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으려 했지만 뜻하지 않게 화제가 바뀌어 버렸다.

조카녀석은 현재 필수 학점을 다 이수하고도 대학을 떠나지 않은 이른바 '졸업 유예' 상태에 있다. 졸업생보다는 대학에 적을 두고 있는 것이 일자리를 얻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 아래 고시촌에 자리를 잡고 취업을 위해 '열공 중'이다. 조카녀석은 이런 사례는 요즘 대학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팔은 안으로 굽게 마련이라지만, 필자가 보기에도 조카녀석은 꽤 괜찮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명문대 반열에 드는 서울의 대학을 다녔고, 영국에서 어학연수 겸 인턴생활도 했다. 토익 등의 점수도 남에게 주눅들지 않을만큼 얻었다. 그런데 조카녀석는 이 정도의 '스펙'을 가진 취업준비생은 천지에 깔렸고, 기업에서는 더 화려한 스펙을 요구하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쉰다. 그래도 기죽지말고 열심히 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란, 아주 식상한 말로 격려를 해줬다. 전화를 끊고 나서 생각해보니 청년들 앞에 가로막힌 취업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가 다시 한 번 피부로 다가온다.

얼마 전 통계청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할 때 우리나라의 '사실상 실업자' 수는 389만7000명에 이른다는 자료를 내놨다. 사실상 실업이란 통계청의 공식 집계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실업과 마찬가지인 상태로 있는 이들을 지칭하는 단어다. 이 가운데는 고시학원이나 직업훈련기관 등을 오가는 취업준비생 21만9000명과 통학을 하지 않고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 36만3000명이 들어 있다. 58만2000명이 취업을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 수치는 2011년의 53만여 명보다 9.8%가 높아졌다.

문제는 취업준비생은 공식 실업자 범주에 합산되지 않지만 사실상 실업자라는 데 있다. 취업준비를 하느라 다른 일을 하지 못하다 보니 수입원이 확보될 수가 없다. 아르바이트 등 임시직을 가진 이들도 있겠으나 그 수익이 얼마나 될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결국 최소한의 생활을 위해 부모에게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청년 취업준비생들은 20대가 대부분이다. 어떤 일이라도 시켜주면 완수해낼 체력과 패기, 머리를 가졌을 터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고용시장이 위축된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기업들은 정규직보다는 임시직을 선호한다. 청년들이 호구지책을 위해 임시직 자리에라도 취업을 하지만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얼마 버티지 못하고 또 다른 일자리를 찾아 거리로 나서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기성세대들은 눈높이를 조금 낮추면 될 것이라고 혀를 차기도 하련만 이런 말로 젊은 세대들을 마냥 나무라기는 어렵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대선에서 청년 실업 해결을 주요 공약 중 하나로 내 걸었다. 이를 지켜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새누리당 후보에게 지지를 보낸 20대도 많을 것이다. 대통령에 당선된 이상 이제 해결의 열쇠는 박근혜 당선인이 갖고 있는 셈이 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청년특별위원회를 둔 것도 이런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당장 세상이 뒤집어질만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리라는 것은 모두가 안다. 다만 청년들은 당선인이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문제 해결을 위해 몸을 던질까에 시선을 집중할 게다. 청년 실업 해소는 어쩌면 당선인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갈 수 있는지 없는지를 가르는 척도일지도 모른다.

20대의 혈기방장한 젊은이들이 한눈 팔지 않은 채 열심히 노력을 했고, 최선을 다했다면 누구나 일자리를 얻을 수 있어야 제대로된 사회다. 조만간 조카녀석뿐 아니라 많은 청년들이 처음 탄 월급으로 '빨간 내복'을 사서 부모님께 드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 쌀독에서 인심난다. 사람 노릇도 쌀독에 쌀이 그득해야 할 수 있는 법이다.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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