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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물길을, 순리를 거스른 죗값 /강동수

부실덩어리 4대강은 권력·자본의 야합이 부른 예고된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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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어리석은 바벨탑
- 두고 두고 경계해야

우선 알려진 고사부터. 황하는 요순시대부터 중국 문명의 젖줄이었지만 잦은 범람 때문에 큰 피해를 주었다. 그래서 황하를 다스려야 제왕의 자격을 인정받았던 것. 요(堯)임금이 제후를 관장하는 사악(四嶽)의 추천을 받아 곤(鯤)을 치수 책임자로 임명했다. 곤은 9년간 치수에 전력을 다했으나 물길을 잡지 못해 요를 이은 순(舜)에 의해 우산(羽山)에 유배돼 죽었다. 곤의 아들 우(禹)가 아비의 일을 대신 맡았다. 우가 살피니 아버지가 한 일은 황하 곳곳에 제방을 쌓아 물길을 막은 것이었다. 우는 제방을 헐고 물길을 트는 데 노심초사했다. 13년 동안 한 번도 집에 들르지 않았다고 한다. 황하의 치수에 성공한 그는 천자에 올랐다.

이명박 정권의 브랜드 사업인 '4대강 치수 사업'이 총체적 부실덩어리라는 감사원의 선고를 받았다. 언론 보도를 접하며 곤과 우의 고사를 떠올린 이가 많았으리라. 역시 옛말 그른 것 없는 모양이다. 이 대통령이 어리석었던 대목은 토건기술이 제 아무리 발달해도 물길의 힘을 사람이 이길 수는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무시한 데 있다. 거대한 힘으로 밀고 내려오는 물을 보를 쌓아 잠시 막을 수는 있겠지만 결코 오래 버틸 수는 없는 법이다. 어디 물만 그런가. 인간이 자연을 끝내 거스를 수는 없는 것을.

수천 년 전 요순 때도 깨달았던 이치를 이 대통령만 몰랐단 말인가. 제발 강을 훼손하지 말아달라고, 꼭 필요하다면 최소한의 물길만 터 주는 것으로 그치라고 그 숱한 학자와 환경단체, 언론이 호소하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여론에 귀를 막고 강을 파헤치고 둑을 쌓더니 자기 임기도 끝나기 전에 그 처참한 실패가 들통나지 않았나.

감사원에 따르면 16개의 보 가운데 벌써 15개가 탈났다고 한다. 수질도 악화되고 있고 담수 효과도 빈말이라고 한다. 모래를 준설해도 되쌓이고 있다고 한다. 바닥을 마구 파헤치고 시멘트로 둑을 처발라 직선화하는 바람에 강이 자정 능력을 잃었으니 당연한 현상이다. 22조2000억 원을 들여 겨레의 젖줄을 망쳐버렸으니 통탄할 노릇 아닌가. 수십년 전에나 통하던 토건주의를 21세기에까지 밀어붙인 그 우매함은 기가 찰 일이다. 지금 우리는 권력자의 오만이 부른 재앙을 똑똑히 목도하는 중이다. 옛말에 미친 놈 칼 든 것과 무식한 놈 돈 많은 게 제일 무섭다더니 귀 닫은 사람 권력 쥔 건 더 무섭지 않은가.

내곡동 사저 파동과 인천공항 민영화 시도에서 보듯 이명박 정권의 정체성 중 하나는 권력의 사영화(私營化)다. 4대강 사업도 뜯어보면 권력과 건설자본의 야합이란 혐의가 짙다. 그 어마어마한 예산이 대형 건설사 몇 개의 배 속으로 들어갔다. 탐욕스러운 건설자본의 눈엔 겨레의 영성이 깃든 생명의 강이 그저 돈을 포클레인으로 퍼 담는 화수분으로만 보였을 거다. 권력을 쥐었다고 이권과 특혜를 '부엌데기 국솥 푸듯' 나눠주다 보니 이런 탈이 나지 않았는가.

말이 옆길로 새지만, 권력 사영화의 불길한 그림자는 새 정부가 들어서려는 지금도 언뜻언뜻 비친다. 이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자가 협의해 지명했다는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위장전입에 판공비 유용, 부인과의 동반 해외여행, 관용차의 사적 이용 따위, 자고 나면 하나씩 터지는 추문은 차마 듣고 있기 민망하다. 양팔을 벌리고 서서 제 법복을 여직원에게 벗기라고 시켰다는 대목에선 귀를 막고 싶어진다. 이 치사하고 비루한 권력의 사용(私用)이라니! 그동안 4대강 사업에 제동을 걸 기회가 숱했음에도 납작 엎드려 있다가 물러가는 권력의 꼬리를 밟은 영혼 없는 감사원의 행태도 비루하고 딱하다.

딱하기로 따지자면 물러나는 마당에 애썼다고 덕담 한마디 해주려야 해 줄 수 없는 대통령을 가진 국민이 아니겠는가. 박근혜 당선자는 마땅히 권력을 사영화한 전임자의 교훈을 가슴에 새길 일이다. 아직 '불통 공주'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터라 마음이 놓이지 않지만.

그건 그렇고 황하를 막은 곤은 귀양지에서 목숨을 잃었다. 4대강을 꽁꽁 처막은 이 대통령은 무슨 책임을 질 것인가. '먹튀 대통령'이란 소릴 듣지 않으려거든 하다못해 국민 앞에 참회 삼배라도 올려야 하지 않겠는가. 강을 막은 보에다 '21세기의 바벨탑'이란 비석이라도 세우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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