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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콩 반쪽도 나눠먹읍시다 /염창현

부산·경남 갈등은 양측 모두 손해 체득…정기 현안조정회의 좋은 성과 내길 기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3-27 19:57:17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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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서부경남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고향을 떠나 타향을 전전했다. 20여년 전 직장 때문에 부산에 정착했다. 산술적으로 계산을 하자면 타지에서 살았던 날들이 고향에서 지냈던 날보다 더 많다. 고향에 내려가면 지인들은 말투가 많이 달라졌다는 말을 한다. 큰 도시 물을 먹더니 달라졌다는 타박을 받는 수도 있다. 

이런 말을 듣다보면 야속하기도 하지만 어느정도 수긍을 한다. 여러 도시에 살다보니 말투가 이리저리 섞인 데다 객지 생활을 한 지 오래라 고향을 잊고 사는 수가 많다. 하지만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고향에 대한 애틋한 정만은 여전히 갖고 있다고, 스스로 위로하며 산다. 지금도 언론매체 등에서 고향에 대한 소식을 접하면 좋은 기사는 기쁜 마음으로, 나쁜 기사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읽고 듣는다. 이건 누구나 느끼는 인지상정일 터다. 

한동안 부산과 경남이 갈등관계에 빠졌던 적이 있다. 남강 물의 부산공급 계획을 두고 벌어진 갑론을박이나 동남권신공항 건설 입지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일촉즉발의 위기상황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양 시도가 인접해 있다 보니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일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솔직히 이런 사안이 터지면 부산에 터를 잡고 사는 경남 출신들은 처지가 난감할 때가 많다. 누군가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요구하게 되면 아주 상투적이며 원칙적인 말로 핵심을 비켜간다. 고향에 대한 근본적인 애정과 현재 거주지역에 대한 정서가 종종 일치하지 않을 때가 있어서다. 

서부경남권에 사는 친·인척들은 대개 남강물의 부산공급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낸다. 우리 먹기도 부족한 데 대도시인 부산에까지 줄 필요가 있겠느냐는 말이 따라 붙는다. 부산에 사는 필자로서는 그 의견에 일순 동의를 하면서도 나도 맑은 물을 마시고 싶다는 욕심에서 '지역 이기주의' 등을 거론하며 반박하곤 했다. 

신공항 건설 건에 대해서도 비슷한 의견이 오간다. 부산 가덕도까지 힘들게 오는 것보다 밀양에 국제 공항이 있으면 더 편리하지 않겠느냐는 논리다. 그러면 또 일본 간사이 국제 공항을 보지 않았느냐, 내륙보다는 바다가 국제공항 건설의 요즘 추세라는 말 등등으로 맞받아 칠 수밖에 없다. 이건 부산시민으로서 당연히 주장해야 할 의무라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고향 떠나더니 많이 변했다"는 소리라도 행여 들을라치면 마음 한쪽이 불편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명절 때 만난 친·인척 간에는 정치이야기를 가급적 삼가라는 말도 있지만, 앞으로는 이 항목에 부산과 경남 간 갈등에 관한 건도 포함시켜야 할지 모를 일이다.

지난 26일 부산시청에서는 부산과 경남의 고위관리들이 참가한 제2차 현안조정회의가 열렸다. 여기에서는 '부경과학기술원'을 부산에 인접한 경남지역에 설치한다는 의미있는 결과가 도출됐다. 특히 부산시는 부경과학기술원 설립에 반대하는 부산지역 국회의원을 설득하는 일을 맡기로 했다. 양측은 또 초정~화명 광역도로 건설, 부산경남경마공원 앞 지하차도 건설 등 현안의 조기 해결을 위해 적극 협력하기로 약속을 했다. 부산과 경남은 오는 5월 3차 회의를 열 예정이다. 이때에는 지금보다 더 진전된 성과가 나올 듯하다.

두 시·도가 이런 합의에 도달한 것은 상호 갈등으로 빚어졌던 부정적인 결과에서 체득한 학습효과 때문으로 보인다. 신공항 건립 문제에서 보듯 양측의 피 터지는 싸움은 누구에게도 유리한 결과를 가져다 주지 않는다. 최근 두 지자체가 신공항 건립을 두고 이전처럼 날이 선 공방을 벌이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어떤 이들은 몇 달에 한 번씩 이뤄지는 두 시·도의 이런 모임이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부산시장과 경남지사의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하지만 부산과 경남의 이런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 돼야 한다. '상생'이라는 거창한 말은 진부하다. 경남에 뿌리를 둔 한 부산시민의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자면, 사소한 일로 친·인척과 척지고 싶지 않아서다.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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