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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윤 칼럼] 종편의 맨얼굴

경쟁력, 다양성 등 종편의 출범 명분 하나도 안 지켜져

막말·편파 버릴 때 존재의미 되찾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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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실정이 어디 한둘이겠는가마는 굳이 꼽으라면 4대강사업과 종합편성 채널을 맨 앞줄에 놓겠다. 4대강사업이 자연생태계를 거덜 냈다면 종편은 미디어생태계를 왜곡시키고 오염시켰다. 요즘 종편이 보인 파행상이 이를 잘 입증하고 있다. 지난주 방송통신심의위는 종편에 무더기 제재를 가했다. 가수 장윤정 씨의 가정사를 일방적으로 다루고 안철수 의원을 히틀러에 비유해 물의를 빚었던 채널A는 무려 4건의 징계를 받았다. 지난 5월에는 채널A와 TV조선이 5·18민주화운동을 근거도 없이 북한군 소행이라고 해서 국민적 지탄을 받은 바 있다.

개인적으로 종편을 멀리했는데 워낙 말들이 많기에 대체 어떻게 돼먹은 방송인지 들여다봤다. 시사 대담 프로그램은 가관이었다. 정제되지 않은 언사와 검증되지 않는 설들이 난무했다. 사실확인조차 되지 않은 내용들이 버젓이 전파를 탔다. 종편의 맨얼굴을 들여다보면서 얼굴이 화끈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막말방송'이란 비난을 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만했다. 이명박 정부가 종편을 출범시키기 위해 들이댔던 온갖 감언이설이 뇌리에 떠올랐다. 미디어융합을 통한 국제경쟁력 확보, 여론 다양성 확대, 일자리 창출이라는 그 좋은 명분이 지금 어떻게 됐는가.

종편은 국제경쟁력 확보는 고사하고 나라 망신만 시켰다. 채널A는 아시아나항공 착륙사고 뉴스특보에서 "사망자가 모두 중국인으로 확인돼, 우리 입장에서는 다행이다"란 뉘앙스의 멘트를 내보내 중국인들의 공분을 사고 세계적 웃음거리가 됐다. 사인들조차 입에 담기 꺼리는 막말을 버젓이 방송으로 내보내는 게 종편의 수준이다. 이러니 항간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방중 성과를 종편이 다 까먹었다는 이야기가 나도는 것 아닌가.

여론 다양성의 확대도 물 건너 간 건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이명박 정부 들어 언론 장악과 길들이기로 방송이 보수일색이 된 마당에 친정권 방송을 더하니, 여론의 다양성을 넓힌 게 아니라 편향성만 더욱 깊게 한 셈이 됐다. 시사·정치평론가들의 거친 입을 빌려 자신들의 코드에 맞지 않는 인물이나 집단을 난도질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친일세력 척결에 앞장서온 민족문제연구소 임헌영 소장이 박헌영을 추종해 개명했다거나, 종편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운 민언련을 종북세력으로 모는 등 유치하고 천박한 발언을 해대기 일쑤였다. 지난 대선기간 종편의 보도태도는 공정성을 저해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오죽했으면 당시 종편보도를 "복덕방 뒷담화 수준"이라 했을까.

그동안 종편은 엄청난 특혜를 누려왔다. 이명박 정권의 지원에 힘입어 의무재전송 황금채널배정 광고직접영업 등 부당한 특혜를 받았다. 그도 모자라 최근 종편4사가 비밀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특혜의 영속화와 확대를 꾀하려고 했다고 한다. 이런 후안무치도 없다. 더 큰 문제는 종편을 싸고도는 당국의 태도다. 선관위는 종편에 선거방송을 허용하는 법안까지 검토한다니 제정신인지 묻고 싶다.

하지만 종편은 정작 자신들이 해야할 바는 외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종편의 사업계획서 이행실적을 보면 어처구니없다. 재방비율은 평균 50%를 훌쩍 넘었고 보도프로그램의 비중은 30~50%에 이르러 종합편성이란 말이 무색하다. 콘텐츠투자와 국산방송장비산업 기여계획도 헛소리가 되고 말았다. 출범 당시 이명박 정부가 그토록 떠벌렸던 시장규모 1조6000억 원, 생산유발효과 2조9000억 원, 취업유발효과 2만1000명은 부도수표로 남았다.

방송 시작 1년8개월 만에 종편은 기로에 섰다. 국민들의 불신은 종편폐지의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종편폐지 답변이 41.7%로 유지해야 한다는 답변(32.2%)을 크게 앞질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9월부터 종편심사에 들어가 내년에 재승인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엄정하고도 객관적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 대선보은이나 우군지원의 배려를 했다가는 국민적 저항에 부닥칠 것이다. 종편도 지금이라도 언론으로서 기본을 지키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막말과 편파 방송으로는 시청률을 높일 수도 없거니와 더는 명맥을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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