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과 서울의 문화인·지식인들이 보수동 책방골목 활성화에 나선 것은 독서운동의 한 이정표가 될 것이란 기대를 모을 만하다. 타지에선 보기 드문 이 책방골목은 부산 정신문화의 현장이다. 출판인·지식인, 책방주인들이 이 지역을 시발로 삼아 독서운동 진흥을 위한 자생적 모임을 만든 것은 얼핏 보기엔 별일 아닌 것 같지만 뜯어보면 그 의미가 작지 않다.

지난 22일 부산과 서울의 지식인, 그리고 헌책방 주인 등 40여 명이 연 '보수동 책방골목 발전 방안에 대한 간담회'는 시종 뜨거운 열기에 휩싸였다고 한다. 이 자리에선 '보수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결성됐다. 파주 출판도시문화재단 김언호 이사장은 보수동 책방골목의 활성화에 도움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언오 부산발전연구원장도 "보수동 책방골목이 일자리 창출과 관광객 유치 등 지역경제 발전의 현장이 되도록 연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중구청도 행정적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6·25 전쟁 때 형성된 보수동 책방골목은 전국의 비슷한 곳들이 소멸된 지금도 꿋꿋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서 온 사람들이 이곳이 살아남은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표현한 대로 이제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부산항에 띄울 것을 논의 중인 '책의 배' 사업과 보수동 책방골목을 연계하면 부산이 '책의 도시'로 거듭날 계기가 될 터이다. 문화·관광자원으로도 한몫할 것이다. 한 참석자가 제안한 대로 서울 사람들이 보수동에 와서 책을 읽고 책을 사는 서울발 부산행 독서열차를 만드는 것도 꿈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지역과 서울의 지식인들이 지역적 간극을 뛰어넘어 힘을 합쳤다는 대목에 뜻이 있다. 문화정신사적 스토리를 입혀 보수동을 독서의 명소로 만들어 주기를 기대한다. 잘만 한다면 보수동은 부산 전역, 나아가 한국사회 독서운동의 진원지로 부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부산시와 부산문화재단도 민간 주도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