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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윤 칼럼] 수상한 역사전쟁

친일 독재 비호한 한국사 교과서와 불온한 '역사전쟁'

역사의 진실 가려 과오 반복할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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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탓할 것 하나 없다. 지난달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심의를 통과한 교학사판 고교한국사에 대한 생각이다. 일본의 역사왜곡을 비판하면서 문제 삼았던 후쇼사 역사교과서와 오십보백보라면 가혹한 평가일까. 우경화된 역사교과서의 등장과 함께 집권세력의 '역사전쟁' 선포는 심상치 않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주도하는 근현대사교실은 이명박 정권의 불온한 '과거사 뒤집기'를 재점화했다. 일본 역사의 우경화를 떠올리고 그들의 전철을 밟지나 않을까 두렵다.

교학사가 낸 고교한국사는 기존의 역사교과서와 사뭇 다르다. 이 교과서는 기존의 근현대사를 자학적 역사로 폄하한 뉴라이트의 역사관을 답습하고 있다. 친일과 독재세력을 비호하거나 미화한 반면 독립투쟁과 민주화운동에 대해서는 의미를 축소하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보인다. 친일파로 판명난 인물들까지 애국지사로 둔갑시킨 대목은 정말이지 눈 뜨고 못 봐줄 지경이다. 반민특위에 의해 친일 1호로 체포된 화신백화점 사장 박흥식을 민족자본가로 만들고 그의 적극적 친일행위를 은폐했다.

우리 민족의 역사를 왜곡하고 조작했던 총독부 산하 조선사편수회 출신 이병도를 신채호 박은식 선생의 반열에 올려 일제 식민사관에 맞섰던 학자로 기술하고 있는 대목에선 헛웃음이 나온다. 한국사 전반에 걸쳐 식민사관을 정설로 굳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기존 역사학계의 평가와 정반대되는 기술이다. 이승만을 미화하기 위해 실체도 없는 외교독립투쟁에 대해 장황하게 서술하면서 정작 조국 광복을 위해 이국 하늘 아래 형해가 된 독립투사들의 무장투쟁은 가볍게 다뤘다.

일제로 인한 식민지 피해는 축소하고 일제가 근대화에 기여했다는 관점의 서술까지 실었다. 위안부문제에 대한 기술은 저자들의 학자적 소양까지 의심케 한다. 1944년 여자정신근로령 발표 후 위안부 강제동원이 이뤄졌다고 기술했는데, 이는 정신대와 위안부마저 구분하지 못하는 무지이거나 일제의 전쟁범죄을 은폐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1930년대 초반부터 위안부로 강제로 끌려가 피해를 입었다는 숱한 증언과 연구가 무시된 것은 물론이고 무라야마의 사과담화까지 부정하는 꼴이 됐다.

문제의 고교한국사는 과거 각 분야에서 일제에 부역했던 친일세력의 죄과를 희석시켰다. 친일을 비호하기 위해 우리 민족을 침략하고 강토를 유린했던 일본제국주의까지 은근슬쩍 미화하고 나선다. 이 교과서 곳곳에서 발견되는 일제에 의한 한반도 근대화 논리가 그것이다. 최근 일본 언론들은 이 교과서가 식민지배가 조선을 근대화시켰다는 내용 때문에 논란의 대상이 됐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심지어 어떤 신문은 '한국 교과서는 일본의 식민지배를 찬양한다'는 제목을 달았다.

역사는 진실을 기억하고 보전할 뿐 아니라 잘못된 과거를 교훈으로 삼는 데 의미가 있다. 그래서 역사에 대해 반성이 없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하는 것 아닌가. 과거의 잘못을 지우고 왜곡시키는 것은 미래를 잠식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오늘 일본의 극우주의 역사관이 그를 잘 보여준다. 아베 정권은 일제의 잔인한 전쟁범죄를 부정하고 정당화시키면서 국제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일본이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제대로 한 경험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군국주의 세력들이 살아남아 전후 일본을 주도한 결과다. 오늘까지 전범을 추적하고 단죄하는 독일과 과거사에 대한 인식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얼룩지고 어두운 과거사를 어렵사리 정립한 근현대사의 연구성과를 좌편향으로 몰아붙이며 친일, 독재세력에 면죄부를 주려는 움직임은 위험하기 그지없다. 잘못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없는 역사는 과오를 반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방된 조국에서도 친일파들이 기득권세력으로 득세할 때 풍찬노숙의 독립전선에서 투쟁했던 애국지사나 그 후손들은 헐벗었다. 온갖 부와 권력을 누려온 친일세력이 명예까지 탐하고, 또 그들을 역사적으로 복권시키려는 시도는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 교학사의 고교한국사나 새누리당의 근현대사교실이나 역사의 진실과 정의를 외면하는 한 역사 앞에서 결코 떳떳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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