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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문화예술계 좀먹는 '베짱이 심보' /강춘진

정부 지원만 챙기는 예술인 적지않아, 자정 노력 없으면 문화융성 백년하청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11-13 19:51:56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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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겪었던 씁쓸한 풍경이다. 지금도 그 풍경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확대재생산 되는 분위기여서 마음 한구석이 스산하다. 문화현장에서 만난 일부 문화예술인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정부나 부산시 등의 문화 지원금을 받은 뒤 입버릇처럼 "제출해야 할 증빙 서류가 왜 이렇게도 많아. 지원하면 그만이지. 귀찮아 죽겠어"라는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선진적인 원칙도 모른다며 정부와 시를 싸잡아 비난하기 일쑤였다. 여기서 현장기자는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지원한 뒤 간섭하면 '문화는 어느 세월에 융성해지나'. 일단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문화현장을 위축시킨다는 행정기관을 질타하는 기사를 쓴 뒤 스스로 흡족한 미소를 지은 기억이 새롭다.

또 어떤 문화예술인의 독려에 못 이겨 해당 부서 공무원 등을 찾아 '부당한 간섭'을 따져 묻기도 했다. 그러면 대다수는 묵묵부답이었다. 지나고 보니 그들은 할 말이 없었던 게 아니었다. 후일담이지만, 억지로 짜 맞춘 증빙 서류 등을 제출하는 문화예술인이 적지 않아 세금으로 충당되는 지원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항상 의문이 많다는 말을 이런저런 자리에서 들을 때마다 다시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었다. 한 푼의 돈이라도 세금이라면 허투루 쓰이면 안 되지만, 창의성이 생명이자 고도의 자율성이 요구되는 문화현장에는 예외를 둘 필요가 있지 않았느냐는 '대의명분'에 의문 부호가 찍히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느낌이 퍼뜩 들어 가슴이 서늘하다. 어쩌면 문화를 매개로 한 푼도 허투루 쓰이면 안 되는 세금을 간섭 없이 제멋대로 쓸 수도 있는 '세력'에 본의 아니게 힘을 실어준 모양세였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말을 되풀이하던 문화예술인 중 상당수가 지원금을 타낸 뒤 '지원은 받되 책무는 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땜질식 문화 행위를 버젓이 하는 현장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왔다. 덩달아 지원과 반비례해 간섭이 적으면 문화가 살아난다는 '대의명분'이 서서히 허물어지는 형국이었다.

다양한 형태의 지원금 덕분에 현장의 문화예술인들이 어느 정도 기를 펴고 문화계를 풍요롭게 이끌 수 있었다. 성과도 만만찮았다. 그러나 이른바 '페이퍼 문화 행위'를 바탕으로 지원금을 타내는 일부 세력이 보여주는 볼썽사나운 풍경 때문에 지원의 근본 취지가 왜곡되고 지원금을 받는 문화예술인 대다수가 곱지 않은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

문화 지원금 심사 과정에 참여한 인사들은 "매년 같은 아이템을 또 우려먹거나 여러 곳에 동시다발에 신청하는 부류도 있지만, 걸러 내기가 쉽지 않다"고 전언한다. 급조된 문화예술 단체들의 지원 신청에다 지원에서 탈락하거나 금액이 삭감되면 한바탕 난리를 피우는 부류를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정부는 '문화 융성 시대'를 외친다. 당연히 문화 지원금도 다양한 형태로 생기고 파이도 커지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솝우화에 나오는 '개미와 베짱이'에서 한여름 과실만 따 먹으려는 베짱이 같은 세력을 경계해야 한다. 함량 미달의 문화단체들이 회원 수를 내세워 지원금으로 "작년에 왔던 각설이 또 왔네!" 형태의 되풀이 행사를 치르는 풍경을 더는 보지 말자. '못 먹으면 바보다'며 득달같이 달려드는 기득권 세력 탓에 진정한 문화예술인과 문화 융성을 이끌 미래 세대가 설 자리를 잃는 현실을 개탄하자.

그동안 우리는 지원기관의 어쩔 수 없는 간섭에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비록 어느 정도 일탈 행위가 있더라도 문화예술계를 가능한 한 보듬으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베짱이 심보'가 있든 없든 무조건 감싸지는 않았는지 모를 일이다. 지원금이야 많으면 좋다. 하지만 지원금에만 치중하고 정작 문화예술 행위를 소홀히 하는 베짱이 심보를 거둬내지 않으면 '문화 융성'은 백년하청일 게다. 납세자들이 세금으로 충당되는 지원금의 쓰임새를 직접 검증해야 하는 세상이 와야 하나.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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