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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윤 칼럼] 철도 팔아먹기

'수서발 KTX' 이어 철도서비스 등 조달시장 개방확대

기간산업 붕괴로 국민교통권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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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볼리비아 제3 도시 코참밤바에서 물폭동이 일어났다. '코참밤바 물전쟁'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치솟는 수도요금을 견디지 못한 시민들이 민영화 철폐를 외치면서 촉발됐다. 당시 볼리비아의 상수도는 다국적기업이 장악하고 있었다.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은 상수도사업을 민영화했고, 독점적 운영권을 인수한 다국적기업은 주민이 개발한 수원까지 물값을 징수했다. 빈민들이 비싼 수돗물 대신 빗물을 받아 쓰려하자 영업권을 침해한다며 당국에 항의해 빗물받이통을 단속하기에까지 이르렀다. 코참밤바 물전쟁은 공공부문 민영화의 대표적 폐해 사례로 꼽힌다.

박근혜 정부의 공공부문 민영화 움직임이 심상찮다.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뒷전으로 밀려나는 와중에 공공재를 민간영역으로 넘기려는 시도가 고개를 쳐든다. 철도를 민영화 대열 맨 앞쪽에 내세웠다. 지난 6월 국토부가 민영화를 노린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확정했고 이달 초엔 철도서비스 등 조달시장의 개방을 확대하는 세계무역협정 정부조달협정 개정안을 슬그머니 통과시켰다. 장차 '국민의 발'인 철도가 볼리비아의 물사태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까 걱정된다.

국토부가 철도산업 발전책으로 내놓은 수서발KTX 분리는 별도의 운영사로 철도공사와 경쟁시켜 효율을 높이겠다는 것. 말이 공영경쟁이지 철도 민영화를 위한 수순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수서발KTX 운영사는 철도공사가 30%를 출자해 운영권을 갖고 70%는 연기금 등 정부우호지분으로 만든다. 하지만 재무적 투자자들의 지분매각을 막는 장치가 없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민영화 정책과 다를 바 없는 바꾼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쟁으로 효율성을 강화하겠다는 국토부의 주장도 황당하기 그지없다. 모회사인 철도공사와 자회사인 수서발KTX 운영사가 한 철도를 이용해 같은 여객운송으로 경쟁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웃을 일이다. 자회사가 경쟁에서 승리하면 모회사가 손해 보고 모회사가 이기면 자회사가 손해를 보는 것도 어처구니없기는 마찬가지다. 재무적 투자자가 처음에는 자제하겠지만 끝내는 주식을 팔 수밖에 없는 구조로 대자본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게 뻔하다. 특히 정부조달시장의 개방 확대로 철도가 국제투기자본의 사냥터가 될 가능성도 있다. 철도를 외국자본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어렵사리 만든 한미FTA의 '철도공사의 독점운영권' 조항마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기만 하다.

철도 민영화가 정부의 주장처럼 경쟁효과를 가져오기보다 요금 인상, 안전 후퇴, 서비스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영국의 실패가 입증한다. 수서발KTX는 그동안 KTX의 영업이익으로 적자를 메우던 철도공사의 시스템을 붕괴시킬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철도를 이용하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이미 그 여파가 동해남부선 경전선 등 적자 폭이 큰 8개 지역노선을 매각한다는 방침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서발 KTX의 민영화 → 철도공사 경영악화 → 적자 지방선 매각 → 팔리지 않은 노선의 폐지 등으로 이어질 철도산업 발전방안은 결국 취약한 지역에 사는 국민들의 교통권을 심대하게 침해할 게 틀림없다.

이미 서울 도시철도 9호선과 신분당선의 사례가 민영화의 악폐를 잘 보여 준다. 9호선의 경우 맥쿼리 등 투기자본이 고액의 배당을 받으면서도 운영적자를 내세워 요금인상을 추진하다 여의치 않자 엄청난 이익을 챙기고 먹튀에 나섰다. 신분당선은 민자에 주는 최소운송수입보장의 혜택을 받지 못하자 요금을 크게 올려 서울시에서 가장 비싼 요금체계를 갖는 노선이 됐다.

돈이라면 불법도 패륜도 마다 않는 자본에 애국심을 바라는 것은 바보짓이다. 삼성이나 맥쿼리, 론스타가 공공의 이익에 봉사하겠는가. 그런데도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공공부문 민영화가 끊임없이 시도되는 것은 무슨 연유인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민-관, 민-정 커넥션이 부른 추한 야합의 결과라는 지적이 결코 무리가 아니다. 철도 민영화는 국민의 재산인 공공재를 팔아먹는 일이 아니고 뭣인가. 집안의 쌀을 바깥에 퍼주는 것도 모자라 쌀독째 내놓는 잘못은 당장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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