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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집짓기 이전에 짓는 집 /이승헌

꿈꾸는 건축주, 고찰하는 건축가…꼼꼼한 건설사 필요

부산 오페라하우스 건축주는 누구인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4-01-26 19:30:28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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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짓는다는 것은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적당한 땅을 골라내야 하지, 건물의 멋들어진 설계를 누군가에게 맡겨야 하고, 또 침을 꼴딱꼴딱 넘겨가며 여러 공사 과정을 탈 없이 거쳐야 하니 어찌 힘든 일이 아닐 수 있겠는가. 그 과정에서 빈약한 통장의 잔고도 자꾸 들여다봐야 하고, 사기당하지 않으려 만나는 사람마다 눈에 핏발을 세워야 한다. 낯선 건축 용어들은 어찌 그리 또 많은지. 소박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 두 번 다시 경험하기 싫은 괴로움의 종합선물세트로 변질돼 버린다. 심지어 어떤 이는 가위눌림까지 경험한다. 멋지게 잘 짓겠다는 기대와 희망은 점점 사라지고, 그저 경제적으로 손해 보지 않을 정도로만 일이 마무리되길 바란다. '집 한 채 지으면 십 년 늙는다'는 속설을 절감하게 된다.

이런 실패담이 지인들에게 전해지면서 집짓기에 대해 회의적이거나 방어적인 시각이 널리 전파된다. 그래서 법적으로 큰 문제가 없으면서 경제적 논리로 따졌을 때 효과적이면 된다는 차디찬 집짓기 목표를 세우게 된다. 이런 '하드(hard)한 마인드'로 무장한 건축주들 앞에서 건축가는 창의적인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다. 그들의 입맛에 맞는 설계를 해주다 보니, 건축가의 젊은 날에 가졌던 아름다운 건축과 이상 도시에 대한 꿈도 휴지통에 버려져서 찾을 수조차 없다.

집짓기의 또 한 축인 건설사의 입장에서도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욕구를 채우려는 건축주의 우격다짐 앞에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건축주들이 요구하는 레퍼토리를 대충은 꿰고 있으나, 예상을 뛰어넘는 요구 앞에서는 뱉을 수도 삼킬 수도 없는 현실이 씁쓸해진다. 악순환이다. 누구도 만족스럽지 못한 구조이다. 어떡하다 집 짓는 것이 서로 간에 이렇게 고통스러운 일이 되어 버렸을까.

원인을 특정인들의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우리 사회 공동의 문제이며, 우리의 문화수준이 그런 현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건축을 재산 축적을 위한 부동산 정도로 여기는 천박한 문화의식이 문제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니 가능한 한 설계비가 적게 드는 도면쟁이를 찾는 것이고, 시공비도 최대한 절감할 수 있다고 뻥 치는 목공쟁이를 찾아 땅을 파기 시작하는 것일 게다.

싸게만 지으려 하는 건축주에게 어떻게 아름다운 집이 선물로 주어지겠는가. 창의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건축가의 도면을 통해 멋진 작품이란 게 나올 수 있겠는가. 돈을 남기는 데에만 혈안이 된 시공자의 손에서 어떻게 완성도 있는 건축물이 세워지겠는가.

병든 건물을 이 땅에 양산하지 않으려면 집을 짓기 전에 먼저 각자의 집을 지어야 한다. 건축주는 집 지을 돈을 마련하는 동시에, 자신과 가족의 삶과 꿈을 반영한 집이 어떤 모습이면 좋을까 고민해 봐야 한다. 건축가는 집 지어질 땅의 속성을 해독하고, 건축주의 주거욕구를 깊이 있게 고찰해야 한다. 건설사는 마치 자신이 살 것처럼 하나하나의 공정에 실현할 시스템과 디테일을 꼼꼼하게 개발해야 한다. 이것이 집짓기 이전에 각자가 짓는 집이다. 집짓기 이전에 이미 자신의 집을 충분히 지어야 한다. 그런 건축주와 건축가와 건설사가 만날 때 집다운 집이 세워지게 된다.

이참에 부산오페라하우스의 문제를 한번 짚어보자. 국제현상공모를 통해 멋진 외관을 가진 설계안이 선정된 상태이다. 그런데 엄청난 공사비에 대비한 공간의 활용 면을 걱정하는 입장에서는 아예 건립을 백지화하자고 한다. 시민의 혈세만 잡아먹을 하마임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산의 부족한 문화산업 인프라를 놓고 보면, 기념비적 문화공간을 보유할 기회를 놓치기에는 아깝긴 하다. 그래서 시민들끼리 갑론을박이다.

막상 일을 추진한 행정 측에서는 벌여놓은 일이기에 일단 짓는 것이 체면이 살고, 또한 콘텐츠는 차츰 개발되지 않겠냐는 단순하고 순진한 입장이다. 공공건물의 건축주는 누구인가. 꿈을 꾸며 또한 책임을 질 건축주가 있어야 하는데, 그 역할을 감당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일을 벌인 다음에 문제가 생기면 건축가나 건설사에 탓을 돌리고 발뺌만 하는 무책임한 행정이 아니라, 애초부터 건축주의 마음가짐으로 일을 진행해야 한다. 미리 집짓기를 잘했다면 이런 소모적인 공방은 없었을 것이다.

동명대 실내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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