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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윤 칼럼] 금융도시, 그리고 사회적거래소

사회적 가치 꿈꾸는 기업-투자자 연결, 대안경제 심장 역할

부산에 설립하면 도시위상 높아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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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부호 85명의 재산 1조7000억 달러(1800조 원)는 전 세계 인구 절반인 하위소득 35억 명의 부를 합친 것과 맞먹는다. 지난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영국의 국제구호단체인 옥스팜이 보고한 불편한 진실이다. 이처럼 세상을 극단으로 몰고 가는 부유와 빈곤의 격차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 하는 게 이번 다보스포럼의 화두였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갈수록 극심해지는 양극화 현상이 세계 도처에서 사회적 정치적 불안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는 현실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탐욕스러운 금융자본에 대한 세계인들의 회의와 분노는 이미 월스트리트나 런던의 광장에서 '1%의 세상을 점령하라'는 구호로 표출된 바 있다. 경제위기를 불렀던 범죄자들이 정작 자신의 책임을 시민들에게 떠넘기고 막대한 공적 자금과 회계조작, 세제지원 등으로 엄청난 수익과 보너스를 챙기는 가증스러움에 누가 분개하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권력을 장악한 자본가들은 세상을 한쪽의 풍요와 편리가 다른 쪽의 가난과 불편이 되는 비극적 구조로 작동시키고 있다. 이제 자본권력은 공공의 영역까지 마구잡이로 침탈하고 개인의 삶까지 규정 짓기에 이르렀다.

거대자본이 경제적 불균형을 가속화시키고 사회정의를 무너뜨릴수록 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공동체적 가치를 복원하려는 움직임 또한 활발하게 일고 있다. 신자유주의에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린 인류사회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자정 시스템을 작동한 것이다. 유럽사회를 중심으로 모색된 사회적 경제가 지구촌 전역에서 싹을 틔우고 있는 게 그렇다. 우리나라도 사회적기업 1000개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고 협동조합 또한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탐욕스러운 자본, 1%의 경제에 맞선 99%의 대안이 실험 중이다.

그러나 우리의 사회적 경제는 걸음마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의 중요한 축을 이룬 사회적기업은 폭발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사상누각의 우려를 지울 수 없다. 특히 자본조달 측면에선 열악하기 그지없어, 정부로부터 받는 시혜적 지원으로 연명하는 기업들이 상당수다. 이런 가운데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위한 사회영향채권이나 사회적 은행 등 사회적 금융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나오고, 사회적거래소를 설립하자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얼마 전 부산시와 사회적기업연구원이 주최한 사회적 금융 포럼은 하나의 획을 그은 셈이다. 특히 부산에 사회적거래소를 설립하자는 논의는 신선한 충격이다. 2003년 브라질에서 첫선을 보인 사회적거래소는 사회적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투자자를 연결시키는 '따뜻한 자본'의 중개자 역할을 한다. 증권거래소가 자본시장의 핵심이듯 사회적거래소도 사회적 경제에 피를 공급하는 심장인 셈이다. 브라질의 사회적증권거래소는 사회적기업이나 NGO의 사회·환경 프로젝트를 상장시키고 개인이나 기업의 투자를 유도한다. 설립 5년 만에 71개 프로젝트에 550만 달러의 자본을 조달하는 성과를 올렸다.

사회적거래소는 공익적 프로젝트와 투자자를 이어주는 것 외에도 사회적기업과 기업가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교실이기도 하다. 소명의식이나 사명감에 치우치기 쉬운 사회적기업에 시장의 작동방식을 직접 체험케 하며 건전한 경쟁을 통해 스스로의 생존능력을 높여 준다. 무엇보다 신세대 사회적기업가를 키워내는 훈련장이란 점에서 새로운 자본 생태계의 자궁과 같은 역할을 한다.

금융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에 사회적거래소가 설립되는 것은 여러 모로 당위성이 있다. 모든 자본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현실에 비춰 대안자본의 거점을 부산에 만든다는 것은 균형발전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의미가 크다. 부산에 본사를 둔 한국거래소가 사회적거래소에 직·간접적으로 운영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국거래소 입장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는 동시에 부산화의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올 들어 유치한 탄소거래소와 함께 대안경제를 이끄는 쌍두마차로서의 기능을 꾀할 수 있다. 약육강식의 자본시장을 넘어 이웃을 배려하는 '따뜻한 금융의 시대'를 여는 사회적거래소 설립에 부산시와 시민사회, 전문가그룹이 팔을 걷어붙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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