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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통일을 대비한 의료계의 역할 /정근

의료인프라 큰 차이 남북 인적 교류 시급, 한반도 결핵 후진국 예방의학도 힘써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4-02-02 18:54:58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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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 발언으로 사회 각계 반응이 뜨겁다. 여러 평가들이 있지만 대체로 반기는 눈치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경색 국면에 돌입하는 바람에 노심초사해 하던 대북관련 단체들은 대환영이다. 그동안 교류 단절로 만지작거리기만 하던 여러 대북지원 사업들을 다시 서랍에서 꺼내 다듬기 시작했다.

2005년부터 8년간 개성공단에서 그린닥터스 남북협력병원을 운영했던 필자로서는 대통령의 '통일 대박'이 더욱 반갑다. '대박'은 어떤 일이 크게 이루어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주로 경제적인 성공을 일컫는다.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이데올로기'가 아닌, 경제적 시각에서 접근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날 그린닥터스 개성병원을 찾는 남측 인사들에게 늘 강조한 것도 '북한은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엔진'이라는 점이다. 북한과의 교류는 전쟁의 위험을 줄이면서 국가 신인도를 높여 우리 경제에도 실익을 준다. '민족통일'의 개념보다는 상생 파트너로서 '경제통합'으로 접근해야 하고, 이로써 서로 이익을 준다면 자연히 평화와 통일은 따라올 것이다.

개성공단 조성으로 전선이 최소 30㎞는 후퇴해 있다. 이 때문에 북한 군부가 썩 내켜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대외채무가 4000억 달러에 이른다. 북한 변수로 한국의 신인도가 떨어지면 이자율이 올라가 우리 경제는 큰 타격을 입는다. 그뿐만 아니라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 물류비용 최저, 한국말이 통하는 지역, 근면한 노동자 등 무한한 성장잠재력이 개성과 북한 땅에 있다. 1인당 월급 10만 원에 쓸 수 있는 노동인력만도 1000만 명에 달한다.

통일을 두려운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분명 있다. 천문학적인 통일비용을 우려해서다. 통일비용 중에서도 의료 등 사회복지비용이 상당수 차지할 것이다. 현재 북한은 오랜 기근과 경제 실정으로 의료 인프라가 전무하다시피 하다. 의료기기나 의약품 공급 또한 원활치 못하다. 북한의 의료시설은 우리나라의 1960년대 수준이다. 잘 훈련된 의료 인력도 많이 부족하다. 그린닥터스 개성병원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최신 방사선 촬영기를 설치했으나, 북한 의사들이 이를 접해본 적이 없어 한동안 '그림의 떡'에 불과했다. 영어로 된 의학용어에 익숙지 않은 북한 의사들을 상대로 그린닥터스 의사들이 일일이 기기 작동방법을 설명하느라 땀깨나 뺐다. 남북한 의료계의 인적 교류가 시급하다.

예방의학에도 힘써야 한다. 사실 한반도에서 가장 무서운 핵(核)은 핵무기가 아니라, 결핵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결핵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을 머쓱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34개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회원국 중에서 우리나라의 결핵 유병률은 단연 으뜸이다. 이 통계도 한반도 반쪽인 북한을 제외한 수치일 뿐이다. 남과 북을 아우른 한반도로 따지자면 결핵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만다. 북한의 결핵환자 발생률은 WHO(세계보건기구) 2011년 보고에서 세계에서 으뜸가는 지역으로, 인구 10만 명당 신환발생률 345명, 결핵 유병률 399명, 결핵사망률 23명의 '결핵고위험국가'로 분류돼 있다. 유진벨재단 관계자는 북한 인구 100만 명이 활동성 결핵환자라고 했다. 통일이 이뤄지면 이들 환자는 그야말로 움직이는 '시한폭탄'이 되는 셈이다. 통일 이후 이들 활동성 결핵 보균자는 맘 놓고 나라 곳곳을 활보하게 된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하루속히 남북의료교류가 이뤄져 결핵 등 전염성이 강한 질환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앞으로 대한결핵협회 등 대북지원 관련 의료단체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대한결핵협회는 올해 개성 시내에 결핵검진센터 설치를 추진한다. 또 우리나라 최초의 결핵병원인 구세요양원이 설립됐던 황해도 해주에다 '코리아 결핵병원' 복원을 북에 타진하고 있다. 대북 의료지원 사업 경험이 풍부한 유진벨재단과 개성공단에서 오랫동안 남북협력병원을 운영했던 그린닥터스 재단이 대한결핵협회와 함께 힘을 모아 북한의 보건의료 지원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이들의 활동여부에 따라 통일비용 부담이 현저히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비용이 국민들에게 부담스럽지 않았을 때 비로소 '통일이 대박'이 될 수 있다.

그린닥터스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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