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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돈 없이는 '재생'할 수 없는가 /강동진

업적·성과 때문에 대강하는 도시재생, 과감히 내려놓고 공동체 빈곤 줄여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4-02-04 19:06:01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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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을 찾았다. 아내의 평소 성향을 고려해 볼 때 옛 삶을 회고하며 즐거워할 것으로 확신했다. 그런데 머물렀던 내내 아내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다. 아내가 가졌던 불만의 초점은 마을 풍경의 이면에 깔려있는 '빈곤'에 있었다. 이미 부산을 훌쩍 뛰어 넘은 이곳에서 우리는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가. 과거의 향수인가. 층을 이루며 옹기종기 모인 집들의 특이한 군집미(群集美)인가. 아니면 가파른 계단 골목길과 이에 의지한 주민들의 삶인가. 분명한 점은 마을이 건강한 생활역사와 근대기의 전통을 지켜가는 '살아있는 유산'(living heritage)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겉보다는 속이 건강해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풀리지 않은 답답함 속에서 주변을 둘러본다. '재생(再生)'이라는 단어 때문에 온 나라가 난리다. 부산도 시끌벅적하다. 수백억 아니 그 이상이 내려온다며 모두들 열심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재생'을 열심히 한 결과로 희망이 생기고 일자리와 돈이 생겨야하는데, 우리의 현실은 재생보다 돈이 먼저다. 돈 때문에 재생이 되고, 돈이 있어야 재생을 시도할 수 있는 처지다. 영 개운치가 않다.

'다시 살린다'라는 뜻을 가진 '재생'은 원래 가지고 있던 것에 바탕을 둔 새로운 변화를 우리 삶 속에 스며들게 하고, 이를 오랫동안 지속하는 것이다. 그 지속의 과정 속에서 시대 변화에 적응치 못해 쇠퇴했던 도시 기능과 공간들이 의도적으로, 또 우연히 회복되거나 발전되는 것이다. 재생은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도시에 대한 시각과 태도를 변화시키기 위한 '새로운 도시 철학'인 것이다. 이처럼 도시에 대한 시대 개념은 불과 몇 년 사이에 180도 달라져 버렸다. 하지만 우리의 현재 모습은 어떠한가. 안타깝게도 이전과 그리 크게 달리 보이질 않는다. 여전히 급하고, 사업 지향적이다.

이참에 우리가 하고 있고, 또 하려 하는 재생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재생의 내용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일들이 얼마나 포함되어 있느냐'이다. 성과주의를 배제하기 위함이다. 두 번째는 '소수와 약자들에게 재생의 혜택이 얼마나 돌아갈 수 있느냐'이다. 이는 재생을 추구하는 기본 이념과 목적 때문이다. 세 번째 점검은 '그동안 해 왔던 일들에서 달라지려 얼마나 노력하고 있느냐'이다. 기존의 관습과 관행에서 탈피하지 못한다면 재생을 통해 새로운 힘을 끌어내고 또 지속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재생 정책에 기대하는 것은 현실의 모순된 부분을 한 조각도 깨지 못하는 공허한 말이나 포장된 허구와 생색내기는 절대 아닐 것이다. 일상의 삶 속에서 '스스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긍정의 변화', 즉 '진짜 재생'을 시민들은 원하는 것이다. 이를 제대로 잡기 위해서는 속도를 늦추어야 하고 돈 쓰는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지금 이대로의 상황이라면, 중앙에서 내려오길 기대하는 그 돈이 그동안 수없이 내려왔던 돈들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힘들게 또 간절한 마음으로 잡은 '재생'의 끈으로 인해 부산이 근원적으로 변하면 좋겠다. 이번 기회에 '진짜 재생'에 대한 건강한 씨앗들이 여기저기서 트이면 좋겠다. 진짜 재생 때문에 시민들이 전에는 감히 생각조차 못했던 '큰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사실 재생과 연결된 시민 위로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내려놓기'와 '균형잡기'다. 업적이나 성과 때문에 시간을 단축시키고 대강대강하는 재생은 이젠 과감히 내려놓아야 한다. 겉모습의 치장보다는 도시 빈곤의 폭을 좁히고 가볍게 하는 일을 최우선으로 하는 균형 잡힌 재생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원하는 성숙한 도시와 공평한 삶을 만날 수 있지 않겠는가.

수백억의 돈이 내려오지 않더라도 또 돈이 없더라도 부산은 스스로 재생해야 한다. 얼마나 큰 역량을 가진 도시이고 얼마나 창조적인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시인데 돈만 바라보아야 하는가. 돈은 재생에 있어 궁극의 대상이 절대 아니다. 돈이 없이도 적은 돈으로도 시민들이 재생을 즐길 수 있고, 일상에서 재생을 체감케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진짜 재생'을 할 수 있고 부산이 '진짜 재생'될 수 있다.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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