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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과학관, '비정상의 정상화' /손동운

과학관 조달청 입찰 자체 역량 못 키워, 부산은 건물 지어도 근거 법률 지연 속 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4-02-19 20:03:28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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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 달맞이길을 타고 송정을 지나 기장쪽 큰길로 접어들면 길 동쪽, 나지막한 산 위에 제법 큰 건물이 봉긋 솟아 있다. 지난해 착공한 국립부산과학관이다. 시민 114만 명의 서명운동으로 건립되는 이 과학관의 현재 공정률은 40%, 지상 4층의 골조 공사는 거의 끝났다. 본관 옆 둥그런 원형건물은 천체투영관이다. 도시 아이들이 잊어버리고 지내는 밤하늘의 별자리와 우주의 신비가 지름 17m의 돔 스크린에 영화처럼 생생하게 펼쳐진다. 과학관은 내년 3월 완공된다.

우리나라의 국립과학관 건립을 지켜보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불과 5년 만에 3000억 원을 투입해 광주, 대구, 부산 등 3개 권역별로 과학관을 지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전문인력 육성이나 전시품의 자체 개발 등 소프트웨어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 아파트 공사하듯 조달청에서 입찰하고 납품받아 입주하는 '레디메이드' 방식이다. 교육과 전시장 운영도 외부업체에 발주하고 있다. 과학관은 작동체험물 중심이어서 정적인 관람 위주의 박물관, 미술관과는 달리 주기적으로 전시물을 교체해야 하는데 이때도 자체 개발이 아니라 조달청 입찰을 거쳐 디자인 업체가 납품한다. 반면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뿐 아니라 홍콩 싱가포르 필리핀 같은 동남아 국가들도 과학관을 건립하기 수년 전에 운영주체를 선정하고 자체 인력을 전시제작에 참여시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전시장도 외주가 아니라 해당 지역 자원봉사자들로 활기를 띠고 있다.

요즘 제기되고 있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과학관이나 박물관 등 공공문화 부문에 대입하면 '고비용 저효율의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 파워인 자체 역량을 키우는 것으로 바꾸자'가 될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전문인력이다. 우리나라 국립과학관(중앙, 과천)의 연구인력은 정원의 20~30% 수준이며 행정업무를 떠맡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시물의 유지, 보수, 제작에 필수적인 엔지니어는 기능직으로 인식되고 디자이너는 아예 없거나 있어도 다른 업무를 맡고 있다. 홍콩과학관은 주요 담당자 40명 중 연구직인 큐레이터가 15명, 엔지니어 5명, 기술직(테크닉션) 6명, 디자이너 7명으로 전체의 83%가 전문인력이며 행정관리직은 7명에 불과하다. 이들 외에 60여 명의 스태프가 업무를 도와주고 있다.

정부의 인력 정원에 꽉 막혀 입찰-납품을 반복하는 우리나라 과학관의 운영구조를 타파하는 방안으로 전시물 교체 예산을 연도별로 분산 배정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과학관 전시물의 교체 시기는 평균 5년이다. 우리의 경우 과학관당 수백억 원이 될 것이다. 이를 정부 조달기관의 외부입찰로 진행하지 않고 과학관의 전문인력을 확충해 고용을 창출하고 자체 개발로 예산을 절감하는 것이 한국을 제외한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적용하는 방식이다.

국립부산과학관은 다행히 10년 전부터 부산시가 민·관·산·학의 협의체인 부산과학기술협의회를 설립해 조직적, 체계적으로 소프트 파워를 키워왔다. 지역학계 상공계 언론계 정계 자원봉사자들의 연계로 이공계 석박사급 인력 35명과 과학전문해설사 300여 명을 육성했고, 과학문화 확산과 과학교육에 200억 원 이상 투입됐다. 과학관 완공 때까지 임시로 운영 중인 서면 궁리마루는 폐교를 이용했는데도 한 해 20만 명이 방문하고 유료관람객 6만8000여 명의 60%가 중·고생인 것도 전문인력을 미리 육성했기에 가능했다.

이제 곧 부산과학관의 전시물 제작과 설치가 시작된다. 미래를 위해 이들이 참여해 제작 노하우를 축적하고 전시물에 과학적 스토리를 입혀야 한다. 광주와 대구과학관은 이런 과정은 없이 덜렁 건물과 전시물만 납품받았기에 건물 완공 후에도 1년 이상 개관이 지연되는 등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많은 준비를 한 부산과학관은 아직 법률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손을 놓고 있다.

지금 열리고 있는 임시국회에는 권역별 국립과학관법인에 광주와 대구 외에 부산을 추가하는 과학관육성법 개정안이 상정되어 있다. 지난해 7월 김세연 의원을 비롯한 부산지역 국회의원들의 노력으로 발의됐다. 정치적 이슈에 떠밀려 해를 넘긴 이 법안이 이번에는 꼭 통과되어 10여년을 기다려온 국립부산과학관 시대를 활짝 열어주기 바란다.

부산과학기술협의회 총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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