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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법의 집행과 창의성 /한순구

엄격한 법규·규칙, 자유로운 발상 저해…약간 모자라도 창의력 존중하자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4-02-25 19:59:20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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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하버드대학의 한 교수가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정직한 성격과 창의적인 사고의 상관관계를 실험을 통하여 알아 본 것이다. 이 연구에서는 153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두 가지 실험을 했는데, 하나는 실험 대상자들에게 어떤 일을 맡기고 그 결과에 따라 돈을 주는 실험이었다. 이 실험의 특징은 대상자들이 정직하게 일을 할수록 받는 돈의 액수가 줄어드는 반면 어느 정도 거짓말을 하면 오히려 받는 돈의 액수가 늘어나는 실험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통상적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던져주고 해결하도록 하는 실험이었다. 실험 대상자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물건들을 가지고 최대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문제를 해결하라는 과제를 받았다.

이런 두 가지 실험을 통해 하버드대학의 교수가 발견한 것은 첫 번째 실험에서 거짓말을 많이 해 더 많은 돈을 가져간 사람들이 두 번째 실험에서 더 많은 상상력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했다는 사실이었다. 이 결과를 그대로 해석하면 너무 정직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속임수를 쓰기도 하는 사람이 창의적인 사고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된다.

처음에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러한 연구 결과는 우리의 상식과 부합되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직하다는 것은 정해진 법규를 잘 지킨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정해진 법규라 함은 이미 모든 사람이 그대로 따르고 있는, 오랫 동안 지속되어온 방식을 의미하기 쉽다. 그런데 이렇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오랫 동안 따라온 방법만 그대로 따르는 정직한 사람은 당연히 엉뚱하고 새로운 발상을 하기 매우 어려울 수 있는 것이다.

창의적인 사고의 상징적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스티브 잡스가 젊은 시절 마약을 했고 히피 문화에 흠뻑 빠져 있었으며, 빌 게이츠는 어렵게 들어간 하버드대학을 중퇴하였다. 사실 통념적인 사고로 보면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를 모범적이고 정직한 사람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자세히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가 자신들의 사업을 크게 성공시키며 한 행동들에는 경제학적으로, 법적으로 정당화되기 어려운 행동들도 많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역시 이렇게 엉뚱하면서 기존 법규를 부정하고 깨는 인물들이 새로운 사고나 새로운 발명을 할 확률이 높다는 우리의 상식을 앞의 연구가 재확인해 주었다고 생각된다.

20~30년 전 대한민국의 상황과 비교하면 현재의 한국 사회는 정말로 법이 제대로 시행되고 모든 것이 투명하게 전환되었다. 당연히 이러한 변화는 한국 사회에 아주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부정부패가 판을 치는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이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따라서 사람들의 근로의욕이 크게 감소돼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법규의 적용이 너무 심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직하고 성실해야 한다는 것에 감히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렵겠지만, 현재 한국사회는 너무도 많은 법규와 규칙이 존재해 일반인들이 이런 법규와 규칙을 모두 알고 행동하기 불가능한 면이 있다. 더 나아가 법규나 규칙 외에도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조그만 말실수라도 하면 알지도 못하는 수만 명의 사람들에게 견디기 힘든 비난을 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릴 수 있다.

만일 청렴결백하고 항상 남을 위해서 생활하는 성인군자와 같은 사람이 동시에 창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많은 발명과 발견을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경직된 도덕적 잣대를 요구하는 것은 앞서 소개한 하버드대학 교수의 연구에서 암시하듯이 우리 사회의 창의적 역동성을 말살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처럼 어떤 일이든 너무 지나치면 차라리 모자람만 못한 법이다. 성인군자와 같은 지나치게 엄격한 도덕적 기준으로만 사람을 판단하기보다는 인간적인 모자람이 있어도 조금 더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고를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한국 사회의 구성원들이 고려해 볼 시기인 것이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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