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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윤 칼럼] 유권자, 혁명하라

지방자치 속박하는 중앙정치의 폐해 커

정당공천 폐지 약속 일방파기 배신행위, 반드시 책임 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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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6·4지방선거는 '일당 공천'의 희한한 선거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이 끝내 기초선거 공천폐지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린 결과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지방선거 공천권을 국민들에게 되돌려주겠다고 공약했지만, 집권여당의 배신으로 기형적이고 불공정한 선거판이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 같은 행태는 지방정치를 중앙정치의 하찮은 부속물 정도로 여기고 지방의원을 국회의원의 하수인쯤으로 여겨온 구태에 찌든 특권을 유지하겠다는 것 아닌가. 모처럼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의 예속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차단한 집권당의 오만과 독선은 풀뿌리자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한 방에 날려버린 셈이다.

새누리당이 기초선거 공천폐지 공약을 번복하면서 내놓은 명분은 가당찮은 견강부회일뿐이다. 지방선거 공천금지가 헌법상 정당활동을 방해하고 부적격 후보들이 난립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헌소지는 여야가 합의를 통해 후보를 내지 않는다면 하등 문제될 게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다. 공천을 통해 자격미달 후보나 토호세력의 발호를 막겠다는 것도 소가 웃을 일이다. 지금껏 지역대결 구도에 편승한 '묻지마 공천'이 지방정치의 질을 떨어뜨리고 오염시켜 왔다는 것은 세 살 먹은 어린아이도 안다. 현재 5기 지방자치만 봐도 기초단체장 244명 가운데 44명이 범법행위 등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특히 그중 25명은 뇌물수수 정자법 위반 등으로 사법처리 됐다. 이들 대부분이 묻지마 공천으로 당선된 이로 정당공천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공천을 따내기 위해 거액의 뒷돈을 갖다 바치고 그것을 벌충하느라 비리를 저지른 게 어디 한둘인가. 지방의회가 비리양성소란 소리를 듣고 지방의원들이 협잡꾼으로 지탄 받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러고도 정당공천을 통한 '검증된 후보' 운운하니, 그 뻔뻔스러움이 역겹다 못해 헛웃음이 나올 정도다. 특권을 사수하기 위해 내놓은 꼼수, 상향식 공천이라는 것도 허황되기는 마찬가지다. 민의를 온전하게 수렴해 유사 이래 가장 깨끗한 공천을 하겠다며 내놓은 게 기준부터 들쭉날쭉 갈팡질팡하면서 온갖 잡음이 난무한다. 지방의원이나 기초단체장의 경우 국회의원들이 생사여탈의 공천권을 휘두르는 일이 잇따르고, 광역단체장은 '박심 마케팅' 논란을 부르며 절대권력의 눈치를 보는 형국이다. 이런 판에 민의가 어떻게 반영된단 말인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6·4 지방선거의 일정이 진행되면서 선거판이 달아오르고 있다. 예비후보들은 골목길에서 90도로 깍듯이 허리를 굽히며 이름 알리기에 나섰다. 얼마 뒤면 후보등록과 함께 본격적 유세전이 펼쳐질 것이다. 이번 선거는 주민들이 지역일꾼을 직접 뽑기 시작한 지 20년째 되는 해로, 우리의 지방자치도 성년에 이른 셈이다. 유권자들의 냉정한 판단과 선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무엇보다 지방정치를 오염시키고 풀뿌리자치를 방해하는 중앙정치의 폐해를 막아내는 일이 우선이다. 국민들조차 진영논리에 갇힌 채 국론이 극단적으로 분열된 것도 따지고 보면 지방자치란 완충지대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결과다. 기초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을 수족 부리듯 하는 국회의원들의 비뚤어진 특권의식을 단죄해야 마땅하다.

지방자치는 우리가 사는 지역적 삶이 온전하게 반영된 생활정치가 돼야 마땅하다. 지방정치인 역시 지역사회를 대변하고 주민의 삶을 자치로 구현할 수 있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중앙정치에 속박된 정당 출신들로서는 한계가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잘 발달한 일본의 경우 기초단체장 당선자 99.8%, 기초의원 72%가 무소속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생활협동조합 등 시민운동에 종사해 온 인물들로 검증된 시민후보 출신이다. 유럽의 경우도 지방정치인들은 지역의 정당을 기반으로 한다.

일당 공천이란 사상초유의 선거판을 유권자들이 엄중하게 심판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뜻을 배반한 정치에 대해 강력한 경고가 없다면 정치판은 갈수록 퇴행할 것이며 국민의 주권은 푸대접 받을 수밖에 없다. 오만한 정치인, 오염된 정치판을 혁파하기 위해서라도 유권자들의 각성이 절실하다. 이번 선거에서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시민사회가 연대해 주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일꾼들을 후보군으로 내세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시민후보들이 대거 지방정치에 진입할 때 대안적 가치를 지닌 지역의제를 발굴하고 실현하는 풀뿌리자치로 자라날 수 있다. 친환경 소비, 일과 삶의 조화, 문화적 여가, 사회적경제의 확산 등을 통해 지역을 혁신하고 주민들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다. 지역민을 주인으로 떠받들며 풀뿌리자치를 구현하는 길에 헌신할 수 있는 진정한 일꾼을 뽑는 일은 결국 유권자들의 손에 달렸다. 유권자, 혁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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