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불신사회 뛰어넘기 /최원열

마지막 수업서 보여준 문창극 후보 정체성, 적자생존론이 자명

엘리트주의 벗어나 대중에게로 눈 돌려야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금 대한민국은 냉온탕을 오가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마음이 갈가리 찢긴 국민들은 브라질 월드컵이 시작되면서 모처럼 똘똘 뭉쳐 꿈이 다시 이뤄지길 두 손 모아 바라고 있다. '우리는 하나(We Are One)'라는 주제가처럼 모두가 통합되는 이 순간은 호기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아뿔싸,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정치판에서 벌어지고 있으니 기가 막힐 지경이다. 문창극 총리 후보의 발언들은 또 다른 면에서 국민을 열받게 하기에 충분하다.

말이 마음속 생각을 울려서 소리로 나타내는 의사 수단이란 점에서 문 후보는 분명 잘못했다. 그는 한민족을 평가절하하고, 남북 분단을 신의 섭리로 오도했다.  일본군 성노리개라는 굴레에 얽매어 살아온 할머니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건 또 어떤가. 인용한 것을 거두절미하고 보도했다는 변명도 구차하기는 마찬가지다. 그 역시 마음 속 생각일테니.

백 번 양보해서 문 후보의 발언들을 받아들인다 치더라도 영 마뜩잖다. 과연 그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할테니 말이다. 여기 핵심이 있다. 초빙교수로 있던 서울대에서의 마지막 수업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자. 그는 우리나라를 불신사회로 단언했다. 서로 믿지 않고 헐뜯어서 이미 되돌아올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균열이 생겼다는 게 요지였다. 대한민국이 임계점을 넘은 회복 불능의 상태라고? 그뿐만 아니다. 다수에 휘둘리는 소수, 그래서 민주주의가 파괴된다는 논리를 폈다.

이게 무엇을 뜻하는가. 말을 뒤집어 보면 우매한 대중에게 나라를 맡겨서는 안 된다는 뉘앙스가 숨어 있다. 그건 엘리트주의에 다름 아니다. 문 후보는 강연에서 숲을 예로 들었다. 나무가 자연의 질서 안에서 햇빛을 더 받기 위해 애를 쓴다며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갈 것을 강조했다. 그가 복지 확대나 무상 급식 등에 반대하는 배경이 확연히 드러난다. 하지만 경쟁을 강조한 나머지 생태계 조화라는 큰 흐름을 간과했다. 경쟁에 앞서는 게 상생임을 몰랐던 것일까. 식물은 동물을 살리는 산소를 내뱉고, 동물은 식물의 먹이인 이산화탄소를 토해내 행성 지구를 가꿔나가는 그 절묘한 원리를.

'역동적 경쟁'이라는 개념이 있다. 시장과 소비자, 기술이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경쟁자들이 잠시도 추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기에 역동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성장한 기업은 온실 화초와 같아 거친 환경을 만나면 쉬 흔들리게 된다는 이론으로 문 후보가 이를 의식하지 않았나 싶다. 스스로 힘을 길러야 한다는 메시지를 줄곧 강조한 게 그렇다.

그의 정체성은 자명하다. 적자생존론이요, 힘있는 엘리트주의다. 소수의 파워엘리트가 나라를 이끌어야 불신사회를 혁파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 우생학의 창시자인 프랜시스 골턴이 대중의 어리석음을 증명하기 위해 수백 명을 대상으로 소 무게를 맞히는 실험을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이들이 적어낸 답안 평균치가 실제 몸무게와 0.5㎏밖에 차이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골턴은 패배를 시인했다. 개인은 어리석을지 모르나 대중이 되면 훨씬 더 현명한 판단을 내린다며. 민주주의가 그렇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민심의 선택을 보면 알고도 남음이 있다.

문 후보가 지닌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너와 나를 분리시켰으며, 차별화했다. '너'를 이기는 '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가 끼어들 틈은 찾아보기 힘들다. 기본적으로 다수의 희생을 발판으로 나라를 지키겠다는 발상으로 여겨진다. 그에게는 이게 불신을 뛰어넘는 해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국의 리더가 이래서야 되겠나. 대통합과 국민 행복이라는 지향점과도 한참 거리가 멀다.

선의의 경쟁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그 이전에 뿌리를 내릴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너와 나가 우리라는 것, 그리고 하나라는 점을 깨쳐야 한다. 닫혔던 마음이 타인을 향해 서서히 열리면서 둘이 하나가 되는 합일의 감정으로 변해가는 게 사랑이듯이. 그래야 불신이 걷히고 믿음이 생긴다. 거실과 부엌의 공기가 다를 수는 없다. 부엌에서 멀어질수록 밥짓는 냄새가 옅어져 느끼지 못할 뿐. 나아가 국민과 나라가 그렇고, 지구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이야말로 배타적이 아닌 '신성한' 이분법이라 하겠다.

청문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으나 문 후보는 예비 국가지도자로서 지금부터라도 엘리트주의에 의한 우월성을 버리고 평범한 다수에게로 눈을 돌려야 마땅하다. 삶은 갖기 위함(for getting) 이 아니라 주기 위한(for giving) 것이며, 그러려면 껴안고 용서하는(forgiving) 자세로 불신의 벽을 넘어야 한다. 지도자의 소임이 뭐냐는 이성계의 질문에 정도전이 답하기를 '듣고, 참고, 품기'라 하지 않았던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도청도설] 발가벗겨진 사우디
  3. 3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대 마을버스뿐
  4. 4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5. 5[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6. 6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7. 7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8. 8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9. 9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10. 10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1. 1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4. 4"법령 검토해 결정하겠다"던 김지용 중수청장, 국무회의 참석
  5. 5[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北 적반하장 용납 못해…추가 도발 감행시 단호하게 대응”
  6. 6[2026 국감 브리핑]조경태 “최고 시스템 갖춘 건기연이 가덕도신공항 부지 침하 연구해야”
  7. 7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8. 8이 대통령, "생애 첫 연금 지원사업 신청한 사람만? 실질적 불평등"
  9. 9이 대통령 "관행·절차 얽매이지 말고 주택 공급 전격전 펼치길"
  10. 10통일부. 北 대남확성기 재개 위협에 “문제 해결 노력에 호응” 촉구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3. 3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4. 4[뭐라노] 금양 부활할까
  5. 5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6. 6내년 주목할 세계 여행지 톱10에 부산… 국내 유일
  7. 7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8. 8"원전 사업자 한수원, '안전 미준수' 과징금만 5년간 338억원"
  9. 9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10. 10기술유출 엄단…산업부 ‘특사경’ 도입 추진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대 마을버스뿐
  2. 2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5. 5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6. 6“미래대응기금 조성, 교부세 축소 안 돼”
  7. 7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8. 8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9. 9주 15시간 넘기면 인건비 30%↑…생존 위해 쪼개기 고용
  10. 10재개발 조합장 수사 정보 채팅방 올린 공무원 벌금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8. 8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발가벗겨진 사우디
“난 짜장”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LCC 통합 때 약속한 부산 허브 구축, 정부가 이행하라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무색, 제도적 미비점 보완 시급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