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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부산시장은 乙, 국회의원은 甲 /박무성

당선인 첫 당정회의, 난데없는 갑을발언

선거 끝나자 시민 뒷전…시장이 모셔야할 '갑'은 의원 아닌 350만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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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수 부산시장 당선인과 새누리당 부산 의원들이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 회의실에서 첫 당정회의를 가졌다. 취임을 앞두고 서 당선인이 지역 의원들에게 협조를 구하는 상견례 성격의 모임이었다. 격의없이 격려와 덕담이 오간 듯했지만, 부산의 '정치권력'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며, 지향점이 무엇인지 그들 의식의 단편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이날 '갑을론'을 꺼낸 것은 서 당선인이었다고 한다. 그는 먼저 선거기간 내내 고전을 면치 못하고 급기야 '박근혜 마케팅'까지 동원해 가까스로 당선된 이유를 자신의 부족함 탓이라며 자세를 낮추었다. 서 당선인은 '을'을 자처했다. "철저하게 부산시가 '을'이라는 입장에서 (국회의원들을) 잘 모시겠다"고 했다. 겸양이 다소 지나친 인사말로 넘어갈 수 있겠는데, 유기준 의원이 '화답'을 했다. "의원이 '갑'이 될 수밖에 없다"고. "국회의원이 시민을 위해 갑이 되는 거다"며 시민을 앞세우기는 했다.

부산시가 '을' 입장에서 모시겠다면 시민들은 국회의원들을 '졸' 입장에서 모셔야 한다는 건가. 회의 내용을 전해듣고선 불쑥 떠오르는 생각이다. 또 '의원이 갑이 될 수밖에 없다'는 건 뭐고, '국회의원이 시민을 위해 갑이 된다'는 건 무슨 해괴한 논리인가. 유 의원이 '예산을 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부연까지 단 걸 보면 무심코 내뱉은 농담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미 서 당선인은 국회의원이 아니다. 과거의 동료의식을 떨치고 350만 부산시의 시장 당선인이라는 엄중함을 충분히 인식해야 했다. 전체 시민을 대표하는 시장이 '을'이 될 수 없는 노릇이다. 유 의원도 신중하지 못한 건 마찬가지다. 예산은 세금이고, 세금을 곧 혈세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시민들을 염두에 둔다면 국회의원이 '갑'이라는 말은 잠꼬대라도 할 수 없는 금기어 아닌가.

첫 당정회의라면 적어도 이렇게 돼야 정상일 게다. 무소속 오거돈 후보를 1.3%포인트 2만701표 차로 이긴 사실을 두고 과연 이겨도 이겼다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오 후보를 지지했던 49.3%의 유권자를 어떻게 배려하고 포용할 것인지, 절절한 반성과 고민, 그리고 대안을 내놓고 그야말로 갑론을박하는 광경 말이다. 또 신공항 건설 같은 문제는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서 당선인의 입장을 물어보고 듣는 시간도 필요했다. 하지만 이날 그들의 대화 속에서 시민과 유권자는 한낱 정치적 수사에 지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재빠르게 시민들의 머리 위로 다시 올라선 듯하다. '시민은 투표일에만 자유롭고 투표가 끝나면 노예로 돌아간다'는 장자크 루소의 해묵은 명제를 상기시킨다.

기실 수십 년 거저 누려온 '텃밭' 부산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내심 원하는 부산시장의 첫째 조건은 리더십 따위의 역량 문제가 아니었다. 의원들 관점에서 그저 고분고분하고 다루기 좋은 인물을 최적의 후보로 '낙점 내지 조율'해오지 않았나. 부산의 침체와 쇠락은 무엇보다 이런 정치적 적폐에 기인한다. 아마 부산 의원들은 이날 첫 당정회의를 새 시장 '군기잡기'쯤으로 여겼을 법하다. 서 당선인이 먼저 '을'을 자처한 것은 선거기간 부산 의원들의 노고와 도움에 대한 감사 표시를 넘어 부채감의 표현으로 비친다. 반면 유 의원이 '갑'으로 화답한 건 채권자 같은 의중이 깔려 있는 것 같다. 시장 임기 동안, 또는 내후년 20대 총선에서 그 빚을 되갚으라는 듯 들린다.

지난 선거운동 기간 취재기자들 사이에선 서병수 후보가 출마 준비나 소문에 비해 콘텐츠가 약하다는 지적들이 많았다. 시장 자리를 향한 절실한 바람만큼 시장으로서 할 일에 대한 절박함은 없었던 건 아닌지 모르겠다. 당선 후 인수위의 움직임에서도 부산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담대하고 차별화된 설계도가 나오지 않는다. 당장 잠룡으로 부상하고 있는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자나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자처럼 박력과 참신함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서 당선인에 대한 기대는 막연하다. 반면 우려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다.

'부산시장 서병수'의 스타일은 점차 만들어질 것이다. 다만 그간의 행적을 통해 유추할 뿐이다. 서 당선인이 부채감을 가져야 할 대상은 부산 의원들이 아니라 부산의 시민들이다. 국회의원은 정치적 경쟁자이자 협력자로 충분하다. 만약 서 당선인이 실패하는 시장이 된다면, 개인의 불행으로 그치지 않는다. 향후 4년 자칫했다간 부산은 재도약의 기회조차 잃어버릴 수 있다.

'부산시장은 시장직에 목숨을 걸어라'. 지난 2월 본지 대담차 만난 김기재 전 부산시장의 주문이자 당부였다. "시장도 해봤고 장관, 국회의원도 해봤지만 부산시장이 가장 어려웠다. 차기 시장의 4년 임기는 옛날보다 훨씬 더 어려울 것이다.…목숨을 바칠 각오가 없으면 시장으로 나서지 말라." 그렇다. 시민들은 서 시장의 행진과 성공에 박수칠 준비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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