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경계인 경기도 고양군 신도면 진관외리 기자촌 택지조성공사 현장에서 홍정철 문화공보부 장관, 이후락 청와대 비서실장, 김현옥 서울시장, 김성곤 공화당 재정위원장, 김진흥 주택은행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공식이 열렸다'. 4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1969년 3월 한 일간지 기사다. 한국기자협회의 집 없는 기자들을 위한 사업이 첫 삽을 뜨는 자리에 당대 정권 실세들이 자리를 지킨 사실을 전한다. 단독주택 420여 가구를 짓는 이 사업은 꼭 5년이 걸려 1974년 마무리됐다. 현 서울 은평구 진관외동 '기자촌'은 이렇게 들어섰다.

이 사업은 박정희 정권의 3선 개헌 시기에 나왔다. 당시 박 대통령이 직전 부산시장도 한 김현옥 서울시장에게 전격 지시한 특명에 가까웠다. 당초 강남구 논현동 일대를 김 시장이 먼저 제의했으나 기자들이 펄밭 황무지나 다름없어 머리를 흔들자 북한산 자락에 부지를 정해 기자 마을이 들어섰다. 박 대통령은 그해 9월 개헌 의석을 만들기 위해 야당인 신민당 의원 3명을 구워삶아 자기편으로 만들어 개헌안을 통과시킨 뒤 10월 국민투표로 장기집권 연장의 길을 열었다.

신군부가 집권한 5공화국도 기자들에게 '당근'을 썼다. 사이비언론 척결이란 명분을 내걸어 폭압적인 '언론통폐합'조치를 단행하면서 살아남은 기자들에게 특혜가 주어졌다. 소속 언론사가 아니라 문화공보부 발행 프레스증(기자증)으로 기자신분의 족쇄를 채우면서 내 집 마련 어려움을 덜어주는 '자상한 배려'라고나 할까. 1984년부터 추진돼 1987년 끝난 서울 강남구 일원동 기자협회 아파트가 그것이다. 주택조합 승인 자체가 몹시 어려웠던 시절 한국기자협회 주택조합 형식으로 추진된 이 아파트는 건설에 들어가자 800만 원의 프리미엄이 붙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 금액은 당시 웬만한 월급쟁이 연봉에 해당되는 큰돈이었다.

기자협회 아파트가 26년이 흘러 다시금 세인의 관심을 받게 됐다. 정성근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자가 기자시절 이 아파트를 구입한 것까진 좋은데 결국 발병이 난 것. 그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구입한 지 3개월 만에 팔아 3년 내 팔지 못하도록 한 전매 제한규정 위반에다 양도세 탈세까지 숨기려한 사실이 탄로났다. 그의 위증도 위증이지만 권위주의시대 정언 관계의 부끄러운 한 단면을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각성제가 된 셈이다. 문체부는 언론도 담당하는 부처다. 정 후보자의 거취가 권위주의 판별 잣대가 돼버린 사실을 인사권자는 알기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