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회장들이 뭘 입고 먹으며 어떤 집에서 사는가는 장삼이사의 통속적 호기심의 대상이다. 자가용 승용차도 마찬가지. 와병 중인 이건희 삼성회장은 찻값이 10억 원 넘는 독일제 최고급 마이바흐 62S와 롤스로이스 팬텀을 번갈아 탔다. 구본무 LG·김승연 한화 회장의 차도 마이바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자사 제품인 기아의 K9를 탄다. 하기야 재벌들의 법정출두용 자가용은 '(휠)체어맨'이란 우스개도 있지만.
재벌 회장들의 진짜 호사품은 전용 비행기다. 삼성은 지난 5월 보잉사에서 B737-BBJ를 새로 사들였다. 연료탱크를 추가 장착해 미국까지 논스톱 운항한다. 132석짜리를 15석으로 개조했다고. 이 회장은 정작 타 보지 못하고 아들 재용씨가 처음 탔다. 이에 질세라 정몽구 회장도 삼성과 동형 기종을 새로 샀다. 한화·LG·SK도 전용기를 갖고 있다. 임원들도 때에 따라 탈 수는 있다지만 대부분 '회장님' 행차용. 세계 곳곳을 날아다니며 비즈니스할 수 있다곤 해도 새 비행기 구입엔 '회장님'들의 은근한 경쟁심도 한몫한다는 후문.
큰 차에 대한 한국인의 집착은 세계 정상급(?). 분수에 넘치는 외제차를 사고선 쩔쩔매는 20, 30대 '카 푸어(Car Poor)'도 적지 않다. 벤츠, BMW, 폭스바겐 따위 브랜드를 붙인 유아용 장난감 전동차조차 날개 돋친듯 팔린다고. 국산은 10만 원 수준이지만 수입차 로고만 붙으면 70만 원을 넘긴다. 고급차에 대한 집착은 타고 다니는 차로 사람의 가치를 매기는 천박한 물신주의 때문일 터. 하기야 교통경관조차도 차종에 따라 위반자에 대한 대접이 달라진다잖은가.
1992년 고 김수환 추기경이 티코를 탔대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운전기사가 쉬는 날이어서 신도의 차를 얻어탄 것. 해당 자동차 회사가 물실호기(勿失好機)랍시고 대대적인 광고 공세에 나섰다. 그러다 추기경을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신도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부랴부랴 중단했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남겼다.
방한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소형차 '쏘울'을 타고 다녀 국민의 시선을 끌고 있다. 가장 작은 한국차를 타고 싶다는 본인의 요청 때문. 방탄차도 마다한 교황이다. 청빈의 성자인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에서 교황명을 따온 대로 그는 청빈과 겸손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허름한 구두에 철제 십자가 목걸이를 하고 다닌다. 방한 중에도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웃을 외면하지 말라'는 화두를 던지는 그다. 그의 가르침이 물질적·탐욕적인 한국 사회에 경종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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