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학자들이 외국인에게 가장 설명하기 어려워 하는 개념이 한국 특유의 전세(傳貰)제도라고. 부동산을 빌려쓰는 대가로 몫돈을 맡기고 나중에 되찾아 오는 방식이 외국인에겐 이해 불가라나. 금리가 높아서 전세금의 이자가 월세에 근접한다는 점, 부동산 가격의 가파른 상승 때문에 미래 수익을 보고 전세금을 끼고 집을 사들이는 관행이 있다는 걸 설명해도 머리를 갸우뚱한다는 것. 요즘은 금리가 떨어져 월세 또는 '보증금+월세'로 옮겨가는 중이다.

외국인이 신기해 하는 것 중에 권리금도 있다. 상가 임차인이 건물주에게 내는 집세 말고도 전(前) 임차인에게 주는 웃돈. 상권과 입지가 좋다고 받는 '바닥 권리금', 단골을 넘겨준대서 받는 '영업 권리금', 인테리어 등 시설 개선에 쓴 돈을 내놓으라는 '시설 권리금' 따위. 배보다 배꼽이 더 크더라고 임대료보다 권리금이 더 비싼 경우도 있다.

외국이라고 권리금이 없는 건 아니다. 영어로 '키 머니(key money)'인 권리금은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에도 있다. 뉴욕 센터럴파크엔 노점상 150곳이 있다는데 가장 노른자위 자릿세가 28만9500달러나 한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적이 있다. 20만 달러가 넘는 곳도 20곳이 넘는다. 다만, 외국에선 임차인과 전 임차인끼리의 거래가 아니라 임차인과 주인 사이의 거래라는 차이는 있다.

지극히 사적인 거래이다 보니 그동안 권리금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자칫 바가지를 쓰는 경우도 적잖다. 권리금을 높여 받으려고 내놓은 가게에 가짜 손님을 불러 복작거리게 하는 건 고전적 수법. 권리금을 주고 가게를 키워 놓았는데 새 주인이 막무가내로 쫓아내도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었다.

정부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권리금을 임차인의 재산권으로 보호해 주기로 했다. 건물주가 바뀌더라도 5년 동안은 기존 임대차계약을 보장받게 했다. 권리금 회수를 돕기 위해 건물주는 계약 종료 후 2개월까지는 임차인이 주선한 새 임차인과 계약을 맺어야 한다. 건물주가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면 손해배상 책임도 지운다. 임차 상인 120만 여명, 평균 2748만 원의 권리금이 보호받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예상. 사인 간의 임의 거래이지만 대세가 되면 법으로 보호할 수밖에 없긴 하겠다. 하지만 건물주의 재산권이 지나치게 제약된다는 불만도 나올 터이니 합리적인 접점을 찾아야 할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