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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대화가 필요한 거창 /염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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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창은 산세가 빼어난 고장이다. 인구는 6만3000여 명가량 된다. 대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왜소하기 그지없으나 전체 주민 수가 3만 명이 안되는 지자체가 우리나라에 수두룩한 형편이니 군단위로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몇 안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경남의 중심부에서 벗어난 서북부에 자리했다는 지리적 요인 등으로 경남도내의 다른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은 감은 있다.

반면 주민들의 자부심은 남다르다. '서북부 경남의 거점도시'라는 인식이 강하다. 역사도 유구하다. 가야시대에는 대가야연맹체의 일원이었고, 조선중기에는 현(縣)에서 군(郡)으로 승격될만큼 흥했다. 외지인들에게 거창은 선비의 고장으로도 알려져 있다. 위천면과 남하면 등에는 옛 양반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고택들이 즐비하다. 거창의 또 다른 명소인 수승대에서는 바위 곳곳에 새겨진 문구 속에서 선인들의 정취를 읽을 수 있다.

거창은 웬만한 일이 없이는 들르기가 쉽지 않다. 필자도 지난 휴가 때에야 몇 년 만에 노모와 거창을 다녀왔다. 애초부터 목적지를 이곳으로 정한 것은 아니었다. 오랜만에 만난 아들을 반가워하는 노모가 안쓰러워 '코에 바람이나 쏘일까요'라고 여쭸더니 거창이라는 단어가 나와서였다.

거창은 노모의 고향이다. 그렇지만 이제 그곳에는 친척이 아무도 살지 않는다. 아는 사람도 없는데 뭐하려고요라고 퉁명스럽게 대꾸를 하다가 나이가 드시니 고향이 그리워지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차를 몰았다. 국도가 포장되지 않았던 어린 시절,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한나절을 시달려 외가에 도착해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던 기억도 거창행에 한몫을 했다.

여름 휴가 중 짧은 여행을 마친 뒤 한동안 기억에서 멀어졌던 거창을 요즘 다시 입에 올릴 일이 많아졌다. 법조타운 건립을 둘러싼 갈등 때문이다.

거창군이 거창읍 일대에 법조 관련 기관을 한데 모아 법조타운을 만들려는데 대해 일부 주민이 절차상의 문제를 들어 반대를 하고 있는 것이 다툼의 요지다. 군은 1725억 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역대 거창의 최대 사업이 완료되면 재도약의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구유입과 상권 활성화 등으로 연 1000억 원가량의 경제유발효과도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법조타운 조성을 반대하는 쪽은 거창군이 공식적인 주민설명회나 공청회조차 없이 일을 시작한 점과 법무부 등에 제출된 유치 찬성자 서명(3만여 명)의 상당수가 대리로 이뤄졌다는 점을 거론하고 있다. 또 법조타운 내에 들어설 구치소가 최대 800여 명의 수용이 가능한 시설로 만들어지는 것을 볼 때 사실상 교도소 수준이어서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의 교육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종류의 갈등은 개발이 이뤄지는 여느 지역에서나 드물지 않게 일어나는 현상들이다. 그런데 반대 측 학부모들이 지난 6일부터 닷새동안 초등학생들의 등교를 거부하고 나서면서 사태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8일까지 하루 평균 1000여 명의 초등학생이 학교에 가지 않았다. 거창군의 전체 초등학생 숫자가 2994명이니 3분의 1가량이 등교를 거부한 셈이다. 이 때문에 일선 학교에서는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거창지역 주민들은 '거창법조타운 추진위원회'와 '교도소 유치를 반대하는 거창 학부모모임' '범거창군민대책위원회' 등으로 나눠 극심한 대립을 하고 있다. 상황이 점차 나빠지자 거창군은 지난 7일에서야 대책위 공동 대표들을 만나 대화에 들어갔다. 쉽게 결론이 나지는 않겠지만 일단 해결의 실마리는 잡은 셈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이 시기를 놓치면 수습은 더욱 힘들어진다. 필요하다면 군과 법조타운 조성 찬성 측, 반대 측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서북부 경남의 거점도시를 자부하는 주민들이 해야할 의무이기도 하다. 양쪽의 주장이 모두 지역 발전을 위해 나온 진심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극단적인 대립이 지속되면 마지막에 누구의 손이 들어지든 상처와 앙금만 남는다는 것도 또한 확실하다.

사족을 덧붙인다. 결사투쟁도 좋지만 자녀들은 학교에 보내야 한다. 사업 진행과정에서 그릇된 점이 있었다면 진실을 밝힌 뒤 이를 바로잡으면 된다. 사안에 따라 법조타운 조성에 대한 재검토도 이뤄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어른들 싸움에 애꿎은 자녀들의 등이 터져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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