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라'는 아주 어린 아기가 아닌 어린이 정도의 아기들을 지칭하는 경상도 사투리라는 게 사전의 풀이다. 전라도 사투리로는 '아그'쯤 될까. 요즘 조폭영화에서 자주 쓰인다. 이를테면 "헹님, 글마는 얼라들 시키가 손 좀 보까요"라는 식. 최근 국감장에서 '청와대 얼라'란 표현이 등장해 세간의 관심을 샀다. 저작권자(?)는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친박근혜계 실세였다가 입바른 소리를 곧잘 하는 바람에 정권 출범 이후엔 '짤박(잘린 친박)'이 됐다는 유 의원은 작심하고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을 비판했다.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총회 방문 당시 발언자료에 있던 "한국이 중국에 경도되었다는 일각의 견해는 한미 동맹의 성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오해"라는 표현을 겨냥했다. 국익이 걸린 예민한 대목을 쓸데없이 자료에 넣었다가 부랴부랴 빼는 소동을 빚은 건 청와대에 일관된 국가안보전략이 없기 때문이란 것. 그는 북한 권력 3인방에게 우리 측이 대통령 면담을 제의했다가 불발된 걸 두고도 "청와대가 (대통령) 면담 카드를 너무 싸게 판다"고도 했다.

'청와대 얼라'들이 관과 군의 인사를 좌지우지한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국정원 이헌수 기조실장의 사표 논란, 이재수 기무사령관의 전격 사퇴 등에 청와대 '비선라인'이 개입하지 않았느냐는 것. 남재준 전 원장의 그림자를 지우려고 이 실장을 내보려 했다가 청와대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는 거다. 대통령의 동생 지만 씨와 친구라는 이 사령관을 3군 부사령관으로 보낸 건 좌천이 아니라 대장 진급을 위한 숨고르기란 시각도 있다.

국감장에서 희한한 장면이 연출됐다.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이 나선화 문화재청장에게 한국전통문화대학총장 임명이 늦어지는 까닭을 따졌다. 나 청장이 "윗선의 결재가 안 났다"고 머뭇거리자 윗선이 어디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청장이 '청와대'라고 실토하자 정작 당황한 건 한 의원. "그렇게 말씀하시면 큰일 난다" "이거 신문에 나겠네", "말씀 조심하시라"는 소리를 연발했다. 자기가 캐물었다가 순진한(?) 나 청장의 천기누설에 쩔쩔맸던 것.

그것도 '청와대 얼라'들 때문일까. 부처의 국·과장급 인사조차 장관 마음대로 못 한다는 소리가 나온 지 오래다. '문고리 권력'에 더해 '만만회', '누나회'란 말도 시중에 흘러다니는 판. 사실 여부 간에 청와대 비선라인의 인사 농단설이 나오는 것 자체가 심각하다. 대통령이 단단히 단속해야 할 일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