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희망 절벽과 대망론 버블 /박무성

박근혜 정부 1년 9개월…벌써 '반기문 대망론'

경제민주화 사라지고 세월호에 냉혹한 정부, 국민 차기에 희망걸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이전 이명박 정부를 가장 혹독하게 비판한 이는 강인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가 아닌가 싶다. 강 교수는 이 정부를 '사악하다'고 했다. 당시 사상 최대 국책사업인 4대강 개발사업은 '공동체 소유인 자연을 민영화하는 작업으로, 4대강 살리기가 살리려던 것은 자연이 아니라 사적 이해관계였다'는 주장이다. 요컨대 이 정부는 공동체를 파괴함으로써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사악하다는 것이다. 다분히 감정적으로 동원되는 '사악하다'는 표현이 강 교수의 글에서는 지극히 논리적으로 쓰였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부자가 되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앞세워 상당히 큰 표차로 당선됐다. 2007년 대선에서 그는 이른바 '747 공약'(연평균 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 세계 7대 강국 진입)을 내세웠다. 국민들은 그 자신이 부자가 됐던 그런 길로 인도해줄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지지를 보냈을 것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국민들이 '부자가 되고 싶다'고 희망한 것은, 그게 허망한 욕망이든 어쨌든 참 절실하고 절박했던 것 같다. 그 약속이 지켜질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지만….

이명박 정부에 대한 희망을 철회한 그때 상당수 사람은 대신 '안철수 현상'을 좇았던 것 같다. 속절없는 약속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적 희망과 기대가 필요했을 테다. 또한 대학을 졸업하고도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 백수들, 연애·결혼·출산도 포기했다는 3포 세대, 조기 퇴직하고 노후 대책 하나 없는 50대들,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들은 정치를 통해 세상을 바꾸고 싶었을 것이다. 개인 안철수가 아닌, 새 정치를 갈구하는 사람들의 응축된 바람이었던 것이다. 이런 '안철수 현상'을 배태한 근원은 어쩌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정확하게는 이 대통령의 실패에 있었다고 하는 게 옳겠다.

요 며칠 때 이른 차기 대권 논란으로 정치권이 떠들썩했다. 그 주인공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지난달 말 새누리당 내 친박근혜계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이 반 총장의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주제로 세미나를 연 데 이어, 이달 초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 권노갑 상임고문 등이 '반기문 영입론'을 띄웠다. 자파에 뚜렷한 차기 대권 주자가 없는 친박계는 비박계의 독주를 막기 위해, 비노무현계는 친노계를 견제하기 위해 저마다 반기문 카드를 꺼낸 든 것으로 해석된다. 반 총장 자신이 극구 부인하고 나서면서 논란은 일단 잦아들었다.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반기문 대망론'이 친박계와 비노계의 정파적 이해관계 때문에 불거진 것으로 보는 모양이다. 과연 그 정도에서 그치는 것일까. 어느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반 총장은 39.7%로 2위 박원순 서울시장(13.5%)보다 3배가량 높았다. 질문 문항이 반 총장의 이름만 거론돼 집중효과로 인한 허수가 많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반면 높은 지명도와 글로벌 이미지, 충청권 출신으로 여야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중도적 위치, 새 인물에 대한 열망 등으로 다크호스를 넘어 언제든 강자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아무튼 현재로선 권력의지가 없다는 반 총장을 두고 대망론까지 나오는 것은 섣부른 감이 없지 않다. 다만 한국정치 토양의 척박함이나 향후 입지가 불안한 일부 정치인의 부박한 처신으로 치부하기에는 께름칙한 데자뷔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안철수 현상을 불러들였듯이 박근혜 대통령이 반기문 대망론을 부르고 있는 건 아닐까. 박 대통령의 임기가 이제 1년9개월째, 미처 반환점도 돌지 않은 상황에서 차기 대권론이 나오는 건 정부의 정책 추진력 상실은 물론 레임덕을 가속화한다는 점에서 아주 심각하다. 무엇보다 민생이 더욱 힘겨워진다. 경제민주화는 온데간데없고 백약이 무효인 듯한 중병 경제, 보편복지는커녕 그나마 시작된 초보 복지마저 흔들리는 불안한 일상, 세월호 유족에 그러했듯 매정하다 못해 냉혹하기까지 한 대통령. 기대도 희망도 거둬들인 국민들은 지금의 대통령 그 너머를 바라보면서 하루빨리 차기가 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더 있겠는가.

반기문 대망론의 실체가 있느냐 없느냐 따위는 중요한 게 아니다. 혼돈의 시대일수록 '미륵'이 필요한 법 아니던가. 당사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반기문 대망론은 불쑥불쑥 불거질 공산이 크다. 그건 안철수 현상처럼 실현 가능성과는 별개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희망의 에너지 같은 것이다. 언젠가 거품으로 사라질망정 그런 기대치가 현실을 견디는 힘인 것이다. 박 대통령은 때 이른 차기 대권론에 불쾌한 심사를 드러내기에 앞서 위기의 민심을 읽어야 한다. 친박계의 큰 어른으로 불렸던 이상돈 교수마저 박근혜 정부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지만, 정녕 그가 성공한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 벌써 차기 대권을 기다리기에는 남은 시간이 너무 길고 고달프다.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수영구, 봄·봄·봄 서포터즈 회의 개최
  2. 2[부동산 깊게보기] ‘언택트 시대’의 부동산시장과 투자 방향
  3. 3[서상균 그림창] 청년과 바다
  4. 4‘강마에’ 서희태 해설…귀에 쏙쏙 들어오는 클래식
  5. 5‘부산국제록페스티벌’ 7월 24일 삼락공원서 개최
  6. 6배재정·장제원 “이번에도 너냐”
  7. 7[국제칼럼] ‘도둑맞은 가난’ 조장하는 사회 /이경식
  8. 8부산비엔날레 9월 5일 개막…‘시티 오브 픽션’ 주제 10가지 색깔 전시
  9. 9청년 졸업 에세이-1985년생 김지훈·김지혜 <2-3> 용두산 엘레지- 가장의 실직 ‘나비효과’
  10. 10성백의 아츠버스(ArtsBus)…유라시아를 달리다 <2> 블라디보스토크 우수리스크 ‘발해를 꿈꾸며’
  1. 1한국당 김성태, 박인숙 불출마 선언
  2. 2배재정·장제원 “이번에도 너냐”
  3. 3중앙발 잇단 악재에…영남 현역들 “도와줘도 모자랄 판에”
  4. 4김형오 “이언주, 부산 바람몰이용…서병수는 전략 자산”
  5. 5여당, 북강서을·양산갑 전략공천…기존 후보들 “낙하산 웬 말”
  6. 6홍준표 ‘쎈 말 투쟁’ 선언…양산 한국당 ‘역풍’ 걱정
  7. 7사하갑 야권 공천 혼란…여당 최인호 공약 발표
  8. 8
  9. 9
  10. 10
  1. 1 ‘언택트 시대’의 부동산시장과 투자 방향
  2. 2광역 교통망 갖춘 초역세권 오피스텔…‘10년 임대 보장제’ 도입
  3. 3공정위 “계열사 20개 누락”, 네이버 이해진 검찰 고발
  4. 41조 손실 ‘라임’ 불법확인에 줄소송 예고
  5. 5작년 직장서 밀려난 40·50대 50만 명
  6. 6중국 부품 ‘와이어링 하니스’ 1800t 긴급 통관
  7. 7LG화학, 미국 ITC 배터리소송서 ‘승기’
  8. 85년전 분양가로 누린다 ‘명동2차 화성파크드림’
  9. 9
  10. 10
  1. 1 전국에 비나 눈···‘찬바람에 기온 뚝↓’
  2. 2 ‘코로나19’ 국내 29번째 환자는 해외 여행력 없는 82세 한국인
  3. 3 “국내 29번째 ‘코로나 19’ 환자 상태 전반적 안정”
  4. 4이케아 동부산점 개장 첫 주말…“교통관리로 큰 교통대란 없어”
  5. 5 국내서 29번째 코로나19 환자 나와
  6. 629번 환자, 감염경로 불분명…해외 방문 이력도 없어 보건당국 ‘비상’
  7. 7불법 후원금 주고받은 업체 대표, 정치인 인척 등 벌금형
  8. 8은행 털려다가 실패한 70대 남성 경찰에 붙잡혀
  9. 9음주운전하다 출동한 경찰 보고 도주…경찰 “골목길에 주차해둔 차량 5대 파손”
  10. 10 우한 2차 교민 334명 전원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퇴소
  1. 1리버풀, 노리치에 1-0 승리···‘교체 투입 마네 결승골’
  2. 2보르도 VS 디종 선발 라인업 공개···‘황의조 선발’
  3. 3쇼트트랙 박지원, 6차 월드컵 1500m 우승···‘시즌 랭킹 1위 확정’
  4. 4리버풀 VS 노리치시티 선발 라인업 공개
  5. 5박인비, 한국 골프 사상 두 번째 LPGA 투어 20승 달성
  6. 6이강인, 아시아 유일 UEFA 선정 ’2020년 주목해야 할 선수‘에 선정
  7. 7바르셀로나, 헤타페에 2-1 승리···‘레알과 승점 동점’
  8. 8프라이부르크, 아우크스와 1-1 무승부···'권창훈 7분 교체 출전'
  9. 9러시아 바이애슬른 선수, 소치 동계올림픽 도핑 발각돼 메달 박탈
  10. 10K리그1 부산, 강민수 영입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독일 통일과정 7대 과오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다시 읽어보는 한 ‘분단인’의 삶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제1부두, 이왕 보존하는 김에 제대로
도시 규제의 경제학
기고 [전체보기]
‘견제와 균형’의 형사사법 시스템을 바라며 /백상훈
내가 사랑한다는데, 뭐 어때서 /박정오
기자수첩 [전체보기]
부산형 일자리와 부산연대기금 /김화영
국제관광도시 부산 시민 자세는 /박지현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개혁을 위한 아카데미상은 없지만
영화 진흥은 영화관서 시작된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강강술래와 농악
‘시립’과 ‘국립’의 앙상블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이상문학상 사태가 남긴 것 /정홍주
전염성 있는 신뢰를 찾습니다 /최영지
도청도설 [전체보기]
상징색이 중요해
조개폰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상월선원의 천막결사
내심(內心)의 소리 듣는 시간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어느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10주년
따끈한 쌀밥에는 명란젓
사설 [전체보기]
항만 곳곳 안전사각…지속적 관리로 사고 재발 막아야
닷새 만에 코로나19 확진자, 긴장 끈 놓아선 안 된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인구 절벽 시대, 복지 대타협 급하다
지속 가능한 노인 돌봄, 지역사회도 나서라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한미동맹, 이상없다”
한일 ‘투 트랙 외교’ 올해는 회복해야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죽기를 결심하고 그린 명작
모두가 받고 싶은 성탄 선물
이홍 칼럼 [전체보기]
한국 경제 회복탄력성이 관건이다
한국 경제, 희망의 빛도 보인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나는 바이러스가 아니다”
설 연휴 무탈하셨는지?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나의 LP 이야기
핀란드의 찬가 ‘핀란디아’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 바이러스와 기생충
와인의 소리
특별기고 [전체보기]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심사정 지두화 ‘절로도해도’
겸재 정선 ‘수박 서리하는 쥐’
  • 제8회 바다식목일 공모전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