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선 진천에서, 죽어선 용인에서 산다(生居鎭川 死居龍仁)'는 말이 있다. 진천과 용인에 추천석이란 동명이인이 살았다. 진천의 추천석은 양순한 농민, 용인 쪽은 심술궂은 부자. 염라대왕이 용인의 추천석을 괘씸히 여겨 붙잡아 오게 했다. 아뿔싸! 저승사자가 실수해 그만 진천의 추천석을 잡아왔던 것. 이미 장례가 끝난 판이라 용인의 추천석을 잡아들이는 대신 그 시신에 진천 추천석의 영혼을 불어넣어 환생시켰다는 전설.

부활(復活)을 지칭하는 영어로는 'revival'과 'resurrection' 등이 있지만 의미는 사뭇 다르다. revival은 이를 테면 실종돼 죽은 줄 알았던 이가 살아 돌아올 경우 등에 쓰지만, resurrection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뜻한다. 헬라어에서 유래된 말로 '다시 일어선다'는 뜻. '부활'은 기독교 사상의 핵심이다. 예수의 부활은 생명이 죽음의 세력을 이긴 것이며 예수의 정의로움을 증명한 사건이란 것.

이슬람의 근본 교리도 부활이다. 최후 심판의 날에 무덤에서 육신이 부활하여 영혼과 재결합한다는 믿음이다. '하나님께서 바람을 보내사 그것이 구름을 일으키니 죽은 대지로 그것을 보내어 죽은 땅을 다시 소생케 하니 부활이 바로 그와 같으리라'. 코란의 한 구절. 불교에서도 부활사상의 편린이 엿보인다. 인간이 죽어 끊임없이 다른 존재로 태어난다는 윤회(輪廻)도 어찌 보면 부활과 크게 멀지 않는 개념일 터.

생물학적 사망의 정의는 몇 가지로 나뉜다. 호흡정지설, 맥박정지설, 뇌사설 등. 현행법 체계로는 심폐기능의 정지를 사망 시기로 본다. 사망 선고를 받으면 자연인으로서의 모든 권리가 정지되기 때문에 사망 판정을 내릴 권한은 의사와 한의사에게만 주어진다. 의사로서 처음 환자에게 메스를 갖다댈 때보다 유족에게 처음 사망선고를 내릴 때가 훨씬 더 떨린다고.

현대판 부활이랄까, 부산에서 죽은 사람이 되살아난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사하구의 한 주택에서 쓰러진 60대 남성을 119가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 심폐소생술을 받게 했는데 담당 의사가 사망 판정을 내렸다. 영안실 냉동고 앞으로 시신(?)을 옮긴 경찰과 검안의는 사망자가 목울대를 움직이며 호흡하는 걸 보고 기겁했다. "해당자가 병원 도착 전 사망상태(AOD)로 15분 이상 심장 박동이 멎어 있었다"고 해명한 병원 측조차도 "기적이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다"고 놀라워했다고. 그도 저승사자가 잘못 데려갔다가 되돌려 보낸 사람일까. 불가사의(不可思議)란 단어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