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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수출 가도에 켜진 빨간불 /조성제

수출은 中·日에 낀 신세, 내수 부진까지 심각…1997년 위기와 닮아

규제혁파 노동시장 개혁, 실행의지와 실천 중요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4-12-23 19:31:52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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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가 얼마 전 조사 발표한 우리와 중국 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 비교 결과는 연말을 맞아 그렇잖아도 을씨년스러운 우리 마음을 더욱 심란케 했다. 발표에 따르면 중국은 우리의 8대 수출 주력 제품 가운데 스마트폰 자동차 조선·해양 석유화학 정유 철강 등 6개 제품에서 우리를 앞섰다고 한다. 정유와 철강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제품의 경우 2003년까지 우리가 점유율에서 앞섰다. 그러나 최근 10년 사이 기존의 가격경쟁력에다 기술력까지 갖추게 된 중국에 역전당한 것이다. 중국의 약진이 돋보이다 못해 중국이 두려운 공중증(恐中症)을 느낄 정도다. 일본의 부활도 만만치가 않다. 일본은 그간 '잃어버린 20년'으로 죽을 쑤어왔다. 그러나 아베정권 이후 대대적인 양적 완화를 통한 엔화 약세를 주무기로 삼아 글로벌 수출시장을 다시 넘보고 있다. 토요타자동차가 현대를 밀쳐내고 올 한 해 사상 최대인 1000만 대 판매 돌파를 내다보고 있다. 일본 조선업체들의 수주 실적이 올 들어 4, 6, 9월 3개월간 우리를 앞선데 반해 세계 1위 현대중공업은 3조 원 이상의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여타의 일본 기업들도 기존의 우수한 기술력에다 엔저에 힘입어 경쟁력까지 회복하고는 권토중래를 외치고 있는 형국이다.

국제무역에서 중국과 일본 양쪽으로부터 이렇게 협공을 당하고 있는 우리 처지는 흔히들 넛크랙커(NUT CRACKER)에 끼인 호두 신세에 비유된다. 호두 까는 기구인 넛크랙커 안쪽에 나 있는 홈에 호두를 끼워 힘을 가하면 껍데기가 부서지듯이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 기업이 처했던 모습이 바로 이랬다. 일본에는 기술력에서 밀렸고 중국에는 가격 경쟁력에서 뒤졌다. 우리 기업은 우후죽순처럼 도산했고 경상수지가 악화되면서 결국 외환위기라는 엄청난 국가적 수난을 당했다. 현 시점에서 다시 넛크랙커 위기가 대두되는 것은 17년 전의 상황이 악몽처럼 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수 부진 등으로 국내 경기가 장기 침체를 겪고 있는 데다 글로벌 수출시장에서마저 계속 외국에 밀리면 우리 경제는 결정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개발연구원 등이 내년의 우리 경제성장률을 3.5% 내외로 저조할 것으로 예측한 것도 이런 '내우외환' 상황을 감안했기 때문일 것이다.

글로벌시대의 기업들은 품질, 가격, 신제품 개발에 숙명적으로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어느 하나를 소홀히 했다가 파산까지 맞는 경우를 적잖게 봐 왔다. 세계의 스마트폰 시장을 휩쓸다시피 했던 핀란드의 노키아와 전자제품업계의 절대 강자 일본 소니의 몰락은 그 좋은 예다. 올 들면서 삼성전자는 중국의 샤오미에 밀려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 자리를 내줬다. 현대자동차도 일본 토요타, 중국 지리자동차와 힘에 겨운 경쟁을 하는 탓에 퇴조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중국제품의 경우 기존의 가격 경쟁력은 물론 향상된 기술력과 기준금리 인하 등 정부의 금융정책을 등에 업고 우리 제품을 이미 능가했거나 근접하고 있다. 열흘 전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일본 아베정권은 여세를 몰아 그간 펴온 경제정책 아베노믹스를 계속 밀어붙여 우리 수출 길을 가로막을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최근 들어 계속된 유가 폭락은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에게 다소 위안거리가 된다.

그러나 우리 기업이 수출에서 큰 포인트를 올려주지 못한다면 일본의 전철을 답습할 우려가 높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 등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겪고 있는 내수 부진이 예사롭지 않은 데다 설상가상으로 수출마저 날개가 꺾인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디플레이션이 고착화되면서 일본의 판박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래학자 최윤식 같은 이는 그의 저서 '대담한 미래'에서 "대한민국은 제2의 외환위기를 거쳐 '한국판 잃어버린 10년'으로 간다"고 이미 경고한 바 있다.

이처럼 수출 가도에 켜진 빨간불을 파란불로 바꾸기 위해서는 기업은 기업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해야 할 일이 많다. 개개의 기업은 혁신적인 기술개발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미래의 먹거리 산업에 대한 개발과 함께 과감한 투자도 병행되어야 한다. OECD 국가들 중 유연성에서 꼴찌 수준인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활동 등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 역시 과감하게 혁파해야 한다. 정치권 일각에서 시도되고 있는 법인세 인상 역시 기업 활동을 저해하므로 중단돼야 한다. 일본의 양적 완화와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맞서 우리도 돈도 풀고 금리도 내려야 한다. 이런 처방을 여태까지 몰라서 못했던 것은 아니다. 관건은 실천에 있다. 이 정부 역시 역대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규제 혁파, 노동시장 개혁 등을 '노래'로 삼고 있으나 과연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지켜 볼 일이다. 실행의지와 실천이 수반되지 않는 구두선으로는 이 위기에서 절대로 탈출할 수가 없다.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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