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는 인간에게 더없이 유용한 동물이다. 살아서는 탈것으로, 짐꾼으로, 길 안내자로, 죽어서는 고기와 털가죽, 뼈까지 내준다. 승용(乘用)·역용(役用)·식용(食用)으로 다 쓰이는 동물은 흔치 않다.
모래바람과 작열하는 폭염 속에서도 150㎏ 정도의 짐을 거뜬히 싣고 시속 5~6㎞로 하루 8~10시간씩 1주일 이상을 쉬지 않고도 간다. 그야말로 '사막의 배'다. 이는 말(馬)이 감히 흉내낼 수 없는 이동 속도요 지구력이다. 전쟁에도 동원됐다. 낙타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전쟁의 승패가 달라지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 때는 인도, 이집트 등 영국 연방군이 낙타의 수송력을 무기로 낙타군단을 편성한 적도 있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는 낙타 사파리가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가이드들은 "진정한 아라비아를 경험하려면 낙타를 타라"고 조언한다. 슬리퍼처럼 생긴 낙타의 발과 안락의자 같은 안장, 부드럽게 흔들리는 걸음걸이는 사막여행의 묘미라고.
강한 동물같지만 낙타는 실은 토끼를 보고도 놀라고, 자갈 무더기만 봐도 내빼는 겁쟁이다. 늘 흠칫거리며 슬픈 듯한 표정으로 살아가는 것도 애가 쓰인다. 작가 김한길이 1988년 발표한 '낙타는 따로 울지 않는다'라는 소설에 이런 대목이 있다. "난 말이야, 가끔씩 낙타를 생각해. 아무것도 없는 사막을 향해 걸어 들어가는 낙타 말이야.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울지도 웃지도 않고 곁눈질도 하지 않고 그냥 타박타박 걸어가는 거야. 오아시스가 나타나도 낙타는 열광하지 않아…." 현대인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앞서 작가 황석영은 1972년 '낙타누깔'이란 소설로 밑바닥 인생을 진득하니 그린 바 있다. 낙타는 상징성이 강해 예술작품에도 쉽게 등장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달 초 중동 4개국 순방 때 낙타 요리를 두 번 대접 받았다 해서 화제다. 아랍에미리트는 3개월 정도 자란 어린 낙타를 오찬장에서 통구이 형식으로 내놨고, 카타르는 어린 낙타고기를 삶아서 쇠고기·양고기와 함께 식탁에 올렸다. 공식 오찬에 낙타 요리를 대접하는 건 중동지역에서 최상의 환대라고 한다.
때마침 농림축산식품부가 이슬람 교도들이 즐겨 먹는 '할랄 식품'을 수출 주력상품으로 키우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중동 순방 후속 조치다. 할랄 식품은 전 세계 식품시장의 16%를 차지할 정도로 시장성이 있다. 낙타 요리가 할랄 식품 산업화의 마중물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