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국 대통령은 막중한 위치에 있다 보니 늘 뉴스 대상이 된다. 현직일 때는 물론 퇴임 후에도 세상 이목이 쏠린다. 최고 권좌에서 내려온 퇴임 대통령은 세인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확실히 깨닫는다. 지난 l일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대통령이 물러났는데 그 난 자리가 참 커 보이는 모양이다. 그는 후임 타바레 바스케스 대통령에게 순탄하게 직위를 물려주었고, 국민은 '소박했던 대통령이 물러나 아쉽다'며 칭송했다. 우루과이 역시 군부독재가 할퀸 상처가 채 아물지 않았기에 무히카 전 대통령이 퇴임까지 이룬 행보는 더욱 값져 보인다.
반면, 다른 한 전 대통령은 또다시 세계인 구설에 올라 대조를 이루었다. 미국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다. 자신에게 새겨진 '르윈스키와 벌인 혼외정사'라는 '주홍글씨'를 재차 내보여야 했다. 알려진 대로, 클린턴 전 대통령 초상화를 그린 화가 넬슨 생크가 자신만 알고 있던 비밀을 털어놓아 그렇게 됐다. 초상화 왼편에 드리운 그림자는 실제 마네킹에 입힌 청색 드레스가 빚은 잔영이며 그것은 클린턴 전 대통령 재임 때 생긴 그림자 즉 어두운 면을 은유한다고 생크는 설명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과 불륜 관계였던 당시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가 법정에 제출한 증거물은 다름 아닌 클린턴 정액이 묻은 청색 드레스였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무난한 지도력을 보였다. 퇴임 후에도 활발한 강연을 벌이고, 인질을 구출하기 위한 대북 특사로서 소임을 다하는 유능을 보였지만 '르윈스키 추문'만큼은 지우지 못했다. 빌 클린턴 하면 능력 있는 전 대통령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르는 동시에 밤꽃 냄새 정보가 저장된 뇌세포가 작동하는 세계인이 한둘일까. 대통령 품격이 허망하게 얼룩졌다.
막중한 권한을 행사하면서 무한대 책임도 짊어지는 힘든 역할을 현대 대통령은 해내야 한다. 그러면서 국민에게는 어버이 같은 존재다. 훌륭한 부모를 모신 자식이 갖는 자긍심이 각별하듯이, 존경스러운 대통령을 둔 국민 역시 자부심이 크다. 설사 경제가 어려워 살기 팍팍해도 국민 마음은 푸근할 게다. 안타깝게도 한국 국민은 11명 대통령을 거치는 동안 그런 호사(?)를 한 번도 누리지 못했다. 아니, 박근혜 대통령 임기가 3년 남았으니 기회가 깡그리 없어진 것은 아니다. 박 대통령 퇴임 때 국내 언론 매체들이 아쉬움이 밴 고별사를 내보낼 수도 있다. 현재 박 대통령 지지도가 절정 때보다 절반이 준 30%대이고, 불통 국정 운영이 몸에 뱄다는 여론에 대한 반향이 미미한 상황이라 미심쩍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6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한 박 대통령이 아부다비항에 입항한 대조영함에 올라 해군 장병을 포옹하는 장면은 이채를 띠었다. 청와대 측은 이를 두고 "군 통수권자가 해외 파병지역을 방문해 장병들을 직접 격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의미를 부각했지만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박 대통령이 소통 신호탄을 쏘았다는 해석이 그것이다.
현대 대통령들은 국민 곁으로 다가서려는 의도를 담은 '이미지 정치'를 구사하려 애쓸 때가 많다. 그 방면에 달인이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다. 애들에게 자기 머리를 쓰다듬도록 내주는 대국민 친화력을 보였던 그는 얼마 전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회복한 간호사를 끌어안는 '에볼라 포옹'으로 전 세계 언론 매체를 탔다. 국민을 품을 줄 아는 대통령은 괜찮은 품격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중동 순방에서 보여준 행보는 그가 이 같은 포옹 정치를 시작하려나 하는 기대를 품게 한다. 만일 앞으로 그 포옹 정치가 꽃을 피우고, 현 정부가 내세운 핵심 국정 과제인 '창조경제'까지 융성해진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문제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난국이다. 더욱이 두 번째 토끼인 '경제 활성화'는 수년 내 달성이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국내 경제가 살아난다면야 어깨춤을 출 일이지만 현장에서는 "앞으로도 이렇게 죽~"이라고 잿빛 전망을 내린다. 세계 경제가 불경기 쪽으로 내리막을 탔고 반등지점을 헤아리기 힘든 상황을 별스러운 동력이 없는 한국 경제가 돌파할 것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낙관이지 싶다. 형편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몇 년을 견뎌야 할 뿐이니 국민은 물살 센 강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뱃사공 같은 심정이다. 이런 국민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포옹해야 할 사람이 누구인가. 이제 그 역할을 박 대통령이 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대한민국은 품격 갖춘 대통령이란 무형 자산을 갖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