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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인양해야 할 것은 세월호만이 아니다 /송문석

세월호 참사 이후 1년…국가 대개조 선언했지만 달라진 것 없는 사회

국가 존재 이유 따져묻고 참사의 진실도 인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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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모두들 말했다. 대한민국은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고. 여당도 야당도 아나운서도 울먹이면서 그렇게 말했다. 재잘거리며 수학여행을 가다 시커먼 죽음과 맞닥뜨린 단원고 아이들이 살려달라 외치던 때 골든타임 7시간을 허비한 게 쑥스럽고 겸연쩍어서일까. 박근혜 대통령은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국가 대개조' 선언까지 했다. "세월호 이전 대한민국과 이후 대한민국은 전혀 다른 나라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전국을 노란색 풍선과 현수막, 리본으로 뒤덮고 눈물로 지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내 부모, 내 자식의 일처럼 아파했다. 슬픔과 분노가 하루에도 몇 번씩 교차하며 속을 앓았고 혼이 나간 듯 휘청거렸다. 하나같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년이 지났다. 무엇이 달라졌는가? 세월호는 295명의 시신만 가족의 품으로 보내고 나머지 9명의 넋을 가둔 채 여전히 진도 앞바다 차가운 맹골수도에 가라앉아 있다. 친구들을 잃고 학교로 돌아온 아이들은 작은 목소리로 "이제는 안전하냐"고 묻지만 선생님도 어른들 누구도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한다. 우리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일상으로 돌아왔고 또 전쟁터 같은 곳에서 하루하루 목숨을 내놓고 살고 있다.

365일 만에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다시 단다. 안산과 진도, 전국의 분향소에는 추모인파가 넘친다. 텔레비전의 날씨 기상도에는 팽목항이 그려지고 아나운서들은 또 목이 잠겼다. 기자들은 진도로 달려갔고 신문과 방송은 특집기사로 1주기가 돌아왔음을 알렸다. 세월호 참사는 연례 추모행사일 따름인가.

다시 묻는다. 당신은 이제 안전한가. 대한민국은 달라졌는가. 국가는 무엇인가. 정부를 믿을 수 있는가. 우리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정녕 내일도 들을 수 있겠는가.

세월호는 대통령의 억지춘향식 약속으로 인양이 가능하게 됐다. 피붙이의 시신이라도 찾아 유족이 되는 게 소원이라고 아홉 실종자 가족은 애원했다. 유족이 되는 게 소원이라니 세상에 이런 소원도 있는가.

세월호에는 참사의 진실이 잠겨 있다. 왜 그 많은 생명이 단 한 명도 살지 못하고 숨져야 했는지 반드시 알아야겠다. 그리고 인양된 세월호는 세종로 1번지 정부서울청사 앞 광화문광장에 놓아야 한다. 그래서 더는 무참한 죽음이 없도록 경계로 삼아야 한다. 그게 대통령이 말하는 세월호 이후 대한민국이 달라지는 첫걸음일 것이다.

인양비용이 1000억 원에서 최대 1500억 원이 들어간다며 여당의 어떤 국회의원은 돈 문제를 들먹인다. 돈의 노예가 된 인간들의 탐욕에서 비롯된 참사인데도 또 돈이 아깝다고 한다. 대한민국 인구는 5137만 명이다. 최대 1500억 원이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국민 1인당 부담액이 2919원이다.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기 위한 비용이다. 당신의 목숨은 분식집 라면 한 그릇값, 담배 한 갑어치도 안 되는가. 세월호 인양이 우리 사회가 천민적 자본주의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돼야 한다.

헌법에 대한민국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공무원은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그날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책임을 지는 국가도, 대통령도, 공무원도 없었다. 세월호 참사와 함께 국가도 침몰했다. 벌건 대낮에 국민 304명을 수장시킨 게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였다. 그런데도 지난 1년간 그들은 변명하고 발뺌하기 바빴다. 어제는 대통령이 피하듯 출국했다. 이 나라의 모습이다. 국가의 존재 이유를 따져 묻고 침몰한 대한민국도 인양해야 한다.

못난 정부와 정치는 국민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조장하고 방조하고 부추기며 어느 한쪽에 서기를 강요한다. 아이들이 죽은 이유라도 알자고 통곡하는데 좌우 이념이 무슨 관계란 말인가. 대통령과 정부가 무관심과 침묵, 홀대로 일관하자 철없는 극우세력이 준동했다. 자식을 잃고 가슴을 쥐어뜯는 부모들에게 극렬좌파종북 딱지를 붙이고, 단식하는 앞에서 조롱하며 피자와 닭다리를 뜯어먹는 야만과 패륜을 저질렀다. '사람이 그러면 못쓴다'. 예전에 아들이 행동을 잘못하면 부모님이 하신 말씀이다. 해서는 안 될 짓을 그들은 했다. 그들의 만행에 우리는 그저 고개를 돌리고 회피하는 것으로 자위하고 말았다.

독일 작가 귄터 그라스와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오래전 르 몽드 대담에서 "아가리를 열라"고 외쳤다. 사회적 발언을 할 기회가 없는 사람들을 대신해서 말해야 마땅한 지식인과 공인들이 입을 닫고 있다며 비겁함을 통박했다. 국가와 정부의 잘못을 묻고 따지지 않을 때 우리의 생명과 재산은 결코 안전할 수 없다.

세월호의 인양은 단순히 침몰한 배의 인양이 아니다. 참사의 진실과 실종된 국가의 존재이유와 불감증에 빠진 양심의 인양이어야 하고 물신의 노예에서 탈출하는 성찰의 출발이어야 한다. 세월호 인양은 그래서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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