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신발업체는 사람의 손이 많이 필요한 대표적 노동집약산업이다. 중화학공업이 걸음마 단계였던 1980년 중반까지 이들 업종은 우리나라 주력 산업이었다. 부산 서울 대구 등 대도시의 섬유공장 봉제공장 신발공장의 생산라인은 도시 서민층이나 인근 농어촌 지역 출신 열대여섯 살 소녀들의 차지였다. 다산에다 남아선호사상이 팽배하던 시절이라 글만 깨치면 상급학교 진학은 언감생심이었다. 자신의 입도 덜고 가사에 도움이 되기 위해 시다(보조원)로 들어가 고된 노동을 몸뚱아리 하나로 버텨 나가야 했다.
사회현상에 가장 예민한 촉수를 지닌 시인에겐 이들은 가슴앓이 존재로 다가온다. ' ··· 미싱을 타고, 꿈결 같은 미싱을 타고 /두 알의 타이밍으로 철야를 버티는 /시다의 언 손으로 장밋빛 꿈을 잘라 /이룰 수 없는 헛된 꿈을 싹뚝 잘라 /피흐르는 가죽본을 미싱대에 올린다 /끝도 없이 올린다 ··· '. 시인 박노해는 '시다의 꿈'으로 이들의 고달픈 삶을 이렇게 그렸다. 노래패 노찾사는 ' ··· 흰구름 솜구름 탐스러운 애기구름 /짧은 셔츠 짧은 치마 뜨거운 여름 /소금땀 비지땀 흐르고 또 흘러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 '('사계')라면서 미싱의 부속품으로 전락해 계절도 바뀐 줄 모르고 작업장에 붙잡힌 신세를 풍자했다.
환풍이 되지 않아 먼지천지인 공장에서 미싱에 매달려 잔업을 밥먹듯하고도 여공들이 받아 쥐는 건 쥐꼬리만 한 임금이었다. 하지만 '공순이' '여공'으로 불릴지언정 고향의 오빠 동생 학비와 집안 농자재비에 보태 쓸 돈을 부치는 순간에는 그렇게 기분이 뿌듯할 수 없었다. 박지선 감독의 다큐 '전설의 여공-시다에서 언니되다'(2011년)는 이를 들여다본 작품이다. 부산 지역 신발공장 사정을 회고담 형식으로 풀어내면서 여공들의 억척같은 삶을 전한다.
멀리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임흥순 작가의 장편 다큐멘터리 '위로공단'이 은사자상을 받았다는 수상 소식이다. 우리나라와 동남아 여성 노동자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작가는 "40년 동안 시다로 일해온 어머니 삶에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라고 말했다. 독일파견 광부와 간호사가 영화 '국제시장'으로 재조명 받는 요즘이다. 이 땅에서 산업역군이자 가정을 지켜낸 여공들이었던 우리네 어머니와 누이들의 희생도 그만 못지않다. 이번 수상이 우리 주위 '시다 어머니·누이'에 감사하는 신호탄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