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는 우리에게 매우 친근감을 주는 바다 동물이다. 어린 소년이 자기보다 덩치가 큰 고래와 정을 쌓아가는 사이머 위서 감독의 영화 '프리 윌리(1993년 작)'는 인간과 고래가 얼마나 가까워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 더욱 흥미를 끌며 개나 고양이처럼 우리 곁에 함께할 애완동물쯤으로 비치게 했다. 해저 호흡장비인 스쿠버를 발명한 프랑스 해양탐험가 자크 쿠스토(1910~1997)가 오래전에 한 말은 여기에 더해 신비감을 더한다. "커다란 검은 원통형 몸집의 존재는 인간의 이해 범위를 초월하는 생명체"라고.
그런 고래가 사는 곳이 우리나라에선 천연기념물로 보호받고 있다. 울산 귀신고래 회유해면(廻遊海面)이다. 혹등고래와 함께 가장 큰 덩치를 자랑하는 귀신고래가 멀리 북태평양 베링해에서 울산 앞 바다까지 내려왔다 회귀하는 최남단 지역이라 붙여졌다. 196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때 일본식 표기인 극경(克鯨)으로 불리던 귀신고래가 2008년 11월 일반인들이 보다 알기 쉽게 울산시가 문화재청에 명칭 변경을 요구한 끝에 일제 잔재를 벗고 비로소 '귀신고래 회유해면'으로 불리게 됐다.
울산 앞바다가 이렇듯 고래 천지이다보니 고래와 관련된 명소가 많다. 한때 우리나라 최대 포경기지였던 장생포항이 있다. 1899년 대한제국이 '포경약사(捕鯨約事)'를 체결해 러시아에 고래해체기지로 이용하게 하면서다. 또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암각화(국보 285호)는 먼 옛날 선사인들의 고래 사냥을 생생하게 전하는 문화유산이다. 귀신고래가 회유하는 태평양 서쪽 최남단 지역에 남은 이 유적이 반대편 태평양 동쪽 최남단 회귀지인 멕시코의 바하캘리포니아반도 내 리에브래 지역 동굴 벽화와 마치 한 쌍을 이루는 듯해 이채롭다. 이 동굴벽화에도 집채만 한 귀신고래가 새겨져 있다.
울산 남구에 고래문화마을이 조성됐다고 한다. 옛날 장생포마을에 있던 고래해체장, 고래착유장 등을 당시 모습 그대로 복원하고 고래조각정원 등을 갖췄다. 울산 앞바다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는 해에 울산은 정부의 제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에 따라 시로 승격했다. 우리나라 중공업 수도로 우뚝 섰지만 한동안 '오염도시'란 소리도 들어야 했다. 태화강에 연어가 돌아오는 기적을 일궈낸 울산이다. 태화강의 변신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듯 고래문화마을의 성패도 앞으로 하기 달렸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