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과 한라산은 화산 폭발로 분화구인 천지와 백록담을 각각 머리에 이고 있다는 게 어릴 때 배운 대략의 지식이다. 그러면서 어린 동심을 자극한 것은 한라산은 사화산으로 화산 활동이 멈췄지만 백두산은 휴화산으로 언제인가는 다시 용암을 하늘 높이 내뿜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로 시작하는 애국가 첫 소절에 나오는 민족 영산 백두산의 화산폭발과 얽힌 과거 사실과 미래 가능성은 우리가 풀어야할 영원한 숙제거리다.
일종의 화산 부산물인 유기질암석인 부석(浮石·일명 경석)이 하얗게 산꼭대기를 덮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백두산(白頭山). 이전 화산폭발 시기는 정확히 알려진 것은 없다. 기록으로 남겨진 문헌 자료가 없어서이다. 지진과 화산 연구가 활발한 일본의 연구에 따르면 일본 북부 아오모리현 호수 퇴적층에서 나온 백두산 화산재를 근거로 서기 960년께로 추산할 뿐이다.
백두산 화산 활동을 발해 폐망(926년)과 연관시키는 이색설도 있다. 거란전에서 진 게 멸망의 주요인이지만 화산 폭발로 민심이 혼란해 나라가 효과적으로 전쟁에 대처하지 못했다는 해석이다. 시기적으론 다소 아귀가 맞지 않지만 요사(遼史) 야율우지(耶律羽之) 열전의 '민심이 이반하고 혼란한 틈을 이용해 군대를 움직이니 싸우지 않고 이겼다'는 대목을 근거로 삼는다.
2010년 4월 아이슬란드 화산이 폭발해 화산재로 인해 항공기 운항이 열흘 넘게 중단되는 등 유럽 전역이 몸살을 앓자 백두산 폭발 가능성이 다시 크로즈업됐다. 국내 2개 지상파 방송과 일본 방송이 이를 각기 특집형식으로 다뤘다. 백두산 인근 온천수 온도가 올라가고 지하 지진 횟수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를 활발한 마그마 활동 징조라 분석했다. 여기에 산자락 아래 간선도로에 수천 마리 뱀떼가 출현했다는 현지인 목격담까지 곁들여 사전 이상 징후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일본의 화산활동이 잦아지면서 우리의 관심이 다시 백두산 화산 폭발로 쏠리고 있다. 윤성효 부산대 교수 연구팀이 백두산이 폭발지수 총 8단계 중 5단계 이상으로 폭발 시 24시간 이내 남한 전역이 화산재 피해를 입는다고 밝혔다. 직간접적 재산피해액은 대략 11조 원으로 추산했다. 일단 화산이 폭발하면 북한은 물론이고 남한 전역도 온전하지 않다는 거다. 당장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나 대비책은 차분히 강구해야 할 일이다. 남북한이 공동조사연구해 이 충무공의 유비무환 정신을 함께 발휘하는 시범분야로 삼으면 어떨지. 2011년 양측이 이를 논의한 바도 있어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