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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CEO 칼럼] 유커들이 부산을 찾게 하려면 /조성제

유커 유치 팔걷은 부산…의욕만 앞섰다간 큰코

니즈·취향 정확히 포착, 맞춤형 상품 개발 힘써 또 오고 싶은곳 만들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5-05-26 19:45:15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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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이 중국인 관광객 '유커(遊客)'를 끌어당기기에 혈안이 된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중국인 해외관광객이 1억 명을 넘었고 그들이 쓴 돈도 175조 원이나 된다. 콧대 높은 유럽도 중국인 모시기에 발 벗고 나섰다. 에펠탑에 올라보고 루이뷔통, 샤넬을 사러 온 중국인을 위해 파리의 지하철에서도 중국어 안내방송을 개시했다.

중국인들이 즐겨 찾는 곳은 아무래도 한국, 일본과 태국 등 동남아국가다. 지난해엔 610만여 명의 중국인이 한국을 찾았다. 중국인이 자주 찾는 서울 명동에선 내국인 손님이 찬밥 신세라는 불평이 나온 지도 이미 오래됐다. 이달 초 노동절 황금연휴에만 10만 명 넘는 중국인이 찾아와 명동이 미어터질 지경이었다고 한다. 그러니 전국 지자체마다 유커 유치를 위한 각종 관광정책을 쏟아내는 게 당연하다. 경북만 해도 올 3월부터 외국인 단체관광객 인센티브제를 실시해 재미를 보고 있다. 여행사가 외국인 관광객을 경북으로 데려오면 숙박비 등 비용 일부를 경북도가 보전해 주는 제도다.

이런 마당에 부산이라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형편이다. 부산시도 최근 중국 관광객 유치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내놓았다. 부산을 전국 최고의 중국 친화도시로 만들어 연간 200만 명의 유커를 유치하겠다는 당찬 계획이다. 세부사업도 다양하다. 부산국제영화제, 부산불꽃축제를 묶어 한류 킬러콘텐츠를 개발한다고 한다. 연안 크루즈와 요트 상품, 부산시티투어 야경코스 개발에도 나선다. 해운대 관광리조트와 동부산 관광단지에 호텔, 한옥마을, 테마파크, 골프장, 매머드급 푸드타운을 조성한다는 화려한 계획도 내세웠다. 부평 깡통야시장도 중국인 유치에 적극 활용키로 했다.

부산시가 중국 관광객 유치에 팔 걷고 나선 것은 당연한 일이다. 관광·마이스 산업을 중요한 차세대 산업으로 내세운 부산이 아닌가. '중국 대박'이 터진다면 지역의 관광·유통업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고 일자리 창출에도 효자 노릇을 할 것임에 틀림없다. 광복동과 서면, 센텀시티의 매장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넘쳐나고 불꽃축제엔 중국인 특별관람석이 생겨나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흐뭇하다.

따져보면 부산만큼 관광객을 끌어들이기에 안성맞춤의 자연환경을 갖춘 도시도 드물다. 바다와 강 등 천혜의 풍광은 세계를 통틀어서도 뛰어나다. 구미에 맞는 관광 인프라만 갖춘다면 부산을 '유커의 천국'으로 만들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실행 방안과 이를 끝내 관철시키는 뚝심이다. 말과 계획만 앞세웠다가는 이솝우화의 한 소녀처럼 처량한 신세도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어느 농부의 딸이 우유 한 통을 들고 가면서 상상의 나래를 한껏 폈다. 이 우유를 팔아 계란을 사서 부화를 하면 최소한 250마리의 병아리를 가질 것이고, 큰 닭이 됐을 때 팔면 멋진 새 드레스를 살 수 있을 것이다. 그 드레스를 입고 파티에 가면 넋이 나간 젊은 남자들이 청혼을 한다고 야단이겠지만 거절하고 계속 춤만 추어댈 것이라는 생각에 들뜬 나머지 그만 돌부리에 차이면서 소녀는 고꾸라졌다. 우유는 물론이고 휘황찬란한 계획 모두가 일순간 땅속으로 사라져 버렸다는 이야기.

선행돼야 할 것은 중국 관광객을 맞을 채비가 돼 있는지 점검하고 부족한 대목을 보완하는 일일 것이다. 중국인 특화 관광상품이 마련돼 있는지, 중국어 소통 인프라는 충분한지부터 따져볼 일이다. 중국 관광객을 위한 맞춤 요리코스를 개발한 음식점도 늘릴 필요가 있다. 살 것도, 먹을 것도, 볼 것도 마땅찮고 돌아다니기가 불편하다면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게 인지상정 아닌가. 중국관광객을 위한 관광·쇼핑용 맞춤 앱의 개발과 보급에도 나설 일이다. 볼거리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억지로 만든 날림이 아니라 부산의 전통과 역사를 보여줄 문화관광자원 발굴도 시급한 과제다.

이와 함께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건 중국인들에게 부산을 친밀하고 매력 있는 도시로 각인시키는 것이다. 그들을 이른바 '봉'으로 대해선 절대 안 된다. 바가지나 씌우는 장사꾼이 아니라 다시 만나고 소식을 전하고 싶은 그런 친구가 돼 줘야 한다. 이를테면 불꽃축제와 연계한 중국 페스티벌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알고 보면 부산과 중국은 긴밀한 관계가 있다. 1883년 북양대신 리훙장(李鴻章)이 부산항 건설에 조언과 도움을 주었고 그때 부산에 온 중국인 노동자가 부산 화교의 시초가 됐다는 역사적 사실도 선린관계 형성에 좋은 스토리텔링이 될 수 있다. 초량동의 상하이거리에서 당시를 재현한 가장행렬이라도 시도해 볼 일이다. 그래야 당일치기가 아니라 부산을 주 관광지로 삼는 중국인이 늘어나지 않겠는가.

'세계는 넓고 중국인은 많다'. 부산 아니라도 중국인이 갈 곳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부산이 하기에 따라 유치할 유커는 얼마든지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아닌가.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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