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으로 갔단다." 동네 아낙네들끼리 주고받는 이 말에서 환자의 위중함이 그대로 전해지던 시절이 있었다. 고만고만한 병·의원은 있으나 지역에서 가장 크다는 도립병원 의사마저 환자 상태를 보고 고개를 저으면 가족들은 천 길 낭떠러지로 내몰린 절박한 심정이 된다. 앰뷸런스도 귀한 때라 택시를 급히 수소문해 야간통행금지도 아랑곳하지 않고 밤길을 달려가는 최후 의지처가 도청소재지 국립대학병원이었다. 1970년대까지 경남지역 주민들에겐 부산대병원이 그랬다. 서울 외 지역엔 국립대만 의대가 있던 40여 년이나 더 지난 시절 이야기다.
KTX에다 비행기까지 손쉬운 교통수단이 되면서 서울 가는 게 이전 마산이나 울산에서 부산 가는 것과 비슷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다. 이제 웬만히 아프면 삼성서울병원이나 서울아산병원으로 달려가기 십상이다. 이 두 병원은 대학병원인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을 제치고 부동의 선호도 1위다. 이러니 이들 병원에서 진료받는 게 쉬울 리가 없다. 사돈의 팔촌까지 동원해 입원한 걸 마치 무슨 자랑거리로 삼는 게 일상사가 되고 있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삼성서울병원은 대기업 최초 병원인 서울아산병원(1989년)보다 5년 늦게 출발했다. 현대의 아산병원이 무엇이든 '최대'를 추구했다면 삼성은 '최초'로 승부를 걸었다. 병원이름으로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아호를 택한 아산병원과 달리 삼성병원은 그룹명을 그대로 붙인 국내 첫 사례다. '삼성이 하면 다르다'는 말이 있듯 우리 의료문화 변화에 주요 역할을 했다. 개원 당시 간호사들에게 보라색 꽃무늬 의상을 입게 해 '하얀 의복=간호사'라는 고정관념을 깼다. 의료술 향상과 함께 '병원도 서비스'란 마인드를 우리 의료계에 심어주었다. '아산은 수술, 삼성은 서비스'란 초창기 평가도 그렇게 해서 나왔다.
우리 사회를 흔들고 있는 메르스 사태로 삼성서울병원이 국민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확진환자의 절반가량이 이 병원에서 나온 데 대한 의아함이 발단이다. 여기에 더해 국회에서 의원들이 '부실대처'를 따지자 이 병원 과장이 "(우리가 아니라) 국가가 뚫린 것"이라 응대해 더욱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있다. "삼성이 대단하긴 대단한가 보다"는 비아냥 섞인 분석에서부터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분명한 것은 삼성병원도 병원 내 감염에 취약했다는 사실이다. 메르스가 지역 종합병원들에 대한 일반의 색안경을 확인시켜줬다. 메르스의 전국 확산에는 이 편견이 한몫을 한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