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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위기의 진원 /송문석

1년 전 세월호 사건도, 최근 메르스 확산도 정부 초기대응 실패 탓

공무원도 눈치만 살펴…안일함이 역병처럼 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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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특징이 있다. 일이 터지면 어쩔 줄 모른다. 공무원들은 엎드려서 눈만 굴리며 눈치를 보는 복지안동의 초절정 경지를 보여준다. 컨트롤타워인 청와대는 적막강산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할 지경에 이르러서야 뒷북치기 호들갑을 떤다. 그땐 이미 배는 가라앉고, 역병은 밤안개처럼 한반도를 집어삼켰을 때다.

1년여 전 세월호 참사 당일이 그랬다. 300명 가까운 학생과 일반인이 수장될 동안 구경만 했다. "배가 기울고 있다"는 최초 신고에 해경은 경도와 위도를 물으며 '골든타임'을 허비했다.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는 선장에게 "알아서 하라"며 퇴선명령을 미뤘다. 대통령은 7시간 만에 나타나 "다 그렇게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드느냐?"는 엉뚱한 질문을 했다.

그로부터 1년 뒤. 무대만 바다에서 육지, 세월호에서 메르스로 바뀌었을 뿐 희생자 역할은 여전히 국민이다. 첫 의심환자는 보건당국에 정밀검사를 요청하지만 거절당한다. 메르스 확진 판정은 감염증세가 나타난 지 9일 만에야 겨우 이뤄졌다. 그 사이 바이러스는 이미 통제선을 벗어나고 있었다. 1번 환자는 2번, 3번, 4번…14번…으로 전파하고, 슈퍼 전파자라는 닉네임을 가진 14번 환자는 다시 34번 41번으로 옮겼다. 사람이 이름 대신 번호로 불리는 기묘한 상황을 우리는 매일 접하고 있다. 대통령은 이번에도 2주 만에야 청와대 긴급회의를 했다. 메르스 감염환자 숫자조차 틀리게 말할 정도로 세월호 때처럼 상황파악이 제대로 안 돼 있는 것도 비슷하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왜 기본적인 정부 기능조차 작동하지 않는 걸까. 정보와 조직, 예산과 인력을 가진 대한민국 최대 조직인 정부가 왜 이렇게 허술할까. 누구는 공무원들이 문제라고 한다. 대통령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일하는데 장차관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제대로 받쳐주지 않아 욕을 먹는 거란다. 대통령은 국가수반이자 행정부의 수장이다. 공무원들이 일을 하지 않든, 못하든 최고 상사인 대통령에게 문제가 있는 거고 원인도 대통령의 리더십에 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해 세월호 정국 관련 기사에서 '박근혜의 냉담하고 의심 많은 리더십(park's detached and wary leadership style)'이 장애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암살이라는 비극적 과거가 드리운 것 같다는 배경설명도 덧붙였다. 꼭 외신을 빌릴 것도 없다. 보안 비밀 충성 변절 배신 원칙 신뢰 냉담 의심 등은 박근혜 스타일을 이해하는 키워드들이다.

이러한 박근혜 스타일이 정당에 있을 때는 빛을 발했다. 친박(친박근혜)끼리 뭉쳐 친이(친이명박)와 권력투쟁을 벌여 결과적으로 대통령까지 차지했다. 문제는 대통령이 돼서도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을 몸으로 체득한 사람들이 공무원들이다. 시키면 하고, 가만 있어도 본전은 한다는 게 그들이다. 정윤회 문건 파동으로 문고리 권력을 내치라는 여론이 비등할 때 대통령은 '묵묵히 고생하며 자기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그들을 감싸고 돌았다. 친박은 환호작약, 기세등등했다. 이런 판에 어느 장차관인들 이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배짱이 있을까. 이럴 땐 바람보다 빨리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게 상책이다. 창조적·창의적·자발적 사고와 행동은 제 목을 스스로 치는 바보짓이다. 그저 대통령이 수첩 보고 지시하면 그보다 큰 다이어리에 초등학생처럼 착실히 받아적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살아남는 길임을 그들은 안다. 지난 2년 반 동안 공무원들은 박근혜 스타일에 철저하게 적응했다. 박 대통령이 이런 걸 원하지 않았겠지만 공무원들은 자기들 방식대로 이해하고 행동했다. 집권이후 도대체 무얼 했는지 모르겠다는 이 정부의 모습은 바로 박 대통령이 자초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 메르스 평가단은 '활발한 의사소통'의 부재가 초기 확산을 막지 못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의 불통이 그들의 눈에도 보였던 모양이다. 불안감과 위기를 증폭시킨 것은 정보 차단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나서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지금도 국민들은 혼란 속에 더욱 공포에 떨고 있을지 모른다. 선수치기에 대한 질투인지 시샘인지 미움인지 모르나 대통령이 혼선 운운하며 뒷다리 잡을 일이 아니었단 말이다.

"메르스보다 대통령이 더 무섭다." 거리에 뿌려진 유인물의 제목이다. "올해의 목표 역시 살아남는 것이 되었다." 영화 '매드 맥스'를 패러디한 동영상 '매드 메르스'에 나오는 자막이다. 유인물과 패러디의 특성상 과장은 있지만 국민 감정이 담겨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박 대통령의 성격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을 것이다. 대통령직을 누구보다 잘 수행하고 있다고 스스로 믿고 있는 터에 리더십이 변할 리도 없을 것이다. 남은 2년 반이 그래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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