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이 교직원 전용식당에 모두 모였다. 식당문을 걸어 잠근 이들은 외부와 단절돼 점심도 주문 도시락으로 해결해야 했다. 후보자 소견발표 때 귀를 귀기울이고 몇 차례 진행된 투표 때 줄을 서 한 표를 행사하면서 최종 당선자가 나올 때까지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이를 취재하는 기자들조차 하루를 꼬박 반납할 정도로 출입이 엄격했다. 20년도 더 된 1991년 봄 교황 선출방식인 콘클라베로 치러진 동아대 총장 선거 풍경으로 기억한다. 당시 우리 사회 민주화 열기에 따라 총장 직선제가 대세가 되면서 여러 선거방식이 대학가에 등장했다.
서구식 대학제도 역사가 일천한 우리는 일제강점기를 거쳐 5공화국까지 지성의 탑인 대학의 총장은 국립대는 문교부에서, 사립대는 재단에서 임명해왔다. 총장 선출의 일대 변화는 문교부가 정부수립 이후 42년 만에 교육부로 바뀌면서다. '6월항쟁'에 굴복, '6·29선언'으로 정권을 잡은 노태우 정부 때인 1990년이다. 달라진 교육부 체제 아래 교수나 교수와 교직원 등 대학 구성원들의 손으로 총장을 직접 뽑는 직선제가 전국 대학에서 시행됐다.
총장 직선제가 우리 대학사회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모든 일이 그렇듯 직선제 역시 명암이 교차했다. 대학 내 의사결정이나 조직운용이 보다 성숙해졌다는 밝은 면이 있는 반면 그늘도 있었다. 선거 과열에 따라 대학 구성원들끼리 갈등이 노골화되고 당선자 측근은 논공행상식 보직 나눠먹기가 공공연히 자행되는 게 현실이었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다시 시계추가 반대로 움직이면서 사립대에서부터 직선제가 속속 사라지고 국립대까지 이 바람이 옮겨붙었다. 정부가 2012년 아예 작심하고 '국립대 선진화 방안'이란 이름으로 이를 밀어붙이기에 이르렀다.
국립대 총장 선출 방식을 두고 부산대와 정부 간의 최종 결판이 오는 24일 나온다. 부산대 교수회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직선제 폐지 학칙개정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다. 1심인 부산지법은 정부 손을, 2심인 부산고법은 교수 편을 들어 부산대뿐 아니라 전국의 대학사회가 대법원을 주시하고 있다. 이제 누구도 시비할 수 없는 대학 총장 선거 관련 대법원 판례가 생기는 것이다. 그동안 25년 간의 총장 직선제가 최종 기로에 선 셈이다. 이는 누가 이기고 지는 문제로 봐선 안 된다. 대학총장 선거를 두고 법의 심판까지 오게 된 사실 자체를 모두 부끄러워 해야 그나마 희망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