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의 본뜻은 노임을 팔기 위해 정든 땅을 떠나 생활하는 사람을 이른다. 1980년 이후 국가 경제개발 정책에 따라 서쪽 농촌 지역민들이 상하이 등 동쪽 도회지로 몰려와 오늘의 중국 경제부흥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소위 '농민공'이 대표적이다. 1960, 70년대 직장을 찾아 대도시로 밀려든 우리 농어촌 젊은이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교통 통신수단의 비약적 발전에 힘입은 세계화 시대인 요즘 범위가 넓어지면서 생계수단을 쫓아 고국을 등지고 남의 나라에서 일하는 이들을 이르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미 대륙을 가로지르는 대륙횡단철도 하면 연상되는 낱말 중에 쿨리(Coolie)를 빼놓을 수 없다. 19세기 말 시에라네바다산맥의 험준한 산악지대 철길 가설에 동원된 중국인 이주노동자들이다. 서유럽에서 온 이주자들이 위험하기 짝이 없는 철로공사를 기피하자 철도회사가 값싼 중국인력으로 대체한 것이다. 갈대로 짠 사람 어깨까지 오는 바구니를 타고 절벽에 대롱대롱 매달려 하는 암벽발파작업은 쿨리들이 처한 가혹한 현실을 전언한다. 막노동꾼이란 뜻의 힌두어 큘리(Quli)에서 유래한 쿨리는 지금도 아시아인들을 비하할 때 종종 쓰인다.
애니깽은 우리 민족의 가슴 아픈 해외 이주사의 한 단면을 담고 있다. 멕시코의 선인장의 일종인 애니깽 목장에서 갖은 고초를 겪은 우리 이주노동자를 지칭한다. '북미 흑서가국(黑西哥國)은 미합중국과 이웃한 문명국이나 그 나라에는 부자가 많고 가난한 사람이 적어 노동자를 구하기 어려워 한국인도 그곳에 가면 반드시 이득을 볼 것이다'. 1904년 12월 17일자 황성신문에 실린 이 광고문안을 보고 1905년 2월 인천항을 떠난 사람들이다. 영화 '국제시장'으로 다시금 조명받고 있는 독일파견 광부와 간호사도 먼 이국땅에서 나라의 경제 부흥에 한몫을 한 이주노동자들이다.
대법원이 그제 이주노동자도 노조를 설립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2005년 4월 첫 소송이 제기된 후 10년 만에 이주노동자의 노동3권이 보장되는 길이 열린 것이다. 대법원은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 사례를 확인한 결과 노조 활동은 최대한 보장하는 게 국제적 기준에 맞다고 판단한 거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에 180만여 명의 외국인이 이 땅에 살고 있다. 우리 사회가 다문화사회로 보다 성숙해져가는 한 증좌라 하겠다. 다만 불법체류자 처리문제와 연관된 사안이라 정부와 국회의 적절한 보완책이 요구된다 하겠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우리 사회 이주자정책의 좋은 불씨가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