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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꼰대들의 '장수만세' /박창희

tvN '꽃할배' 시리즈, 노인=꼰대 인식 교정…미디어 역할 매우 중요

젊은 부산 만드는 비결, 고령화 해법에 달려

  • 국제신문
  • 대기자 chpark@kookje.co.kr
  •  |  입력 : 2015-09-03 18:44:28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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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을 무심코 '꼰대'라 부르던 때가 있었다. 꼰대의 사전적 의미는 '늙은이 또는 선생님을 이르는 은어'지만, 실제로는 '앞뒤 꽉 막힌 개념 없는 사람'을 일컫는 경우가 많다. 가령 '저런 꼰대~'라거나, '꼰대짓 한다~'고 말하면 비하 또는 욕으로 받아들이기 십상이다.

2004년 17대 총선 때 한 유력 정치인은 젊은이들 앞에서 "60,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 집에서 쉬셔도 된다"고 말했다가 엄청난 '노풍(老風)'을 맞았다. 의도하지 않았다 해도 정치사에 남을 노인 비하 발언으로 기록됐다. 이때 '꼰대들의 늙은 투표'를 놓고 정치적 공방이 야기됐다.

꼰대는 쓰임새에 따라 선악의 옷을 갈아입는다. 어떤 이는 꼰대를 수구(守舊), 극보수(極保守), 불통(不通), 꼴통과 통하는 말로 이해한다. 꼰대짓 하는 어른의 행동과 사고를 '꼰대리즘'이라고도 한다. 모두 좋지 않은 의미다. 물론 반론도 있다. 존경받는 꼰대, 욕은 듣지만 지켜야 할 가치를 수호하는 꼰대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꼰대냐가 문제지, 꼰대를 무조건 나쁘게 보는 건 잘못됐다는 이야기다. '건강한 보수'의 관점에선 오히려 꼰대가 없다는 게 문제가 된다.

종합 엔터테인먼트 채널인 tvN이 제작해 7부작까지 방송한 '꽃보다 할배'(꽃할배)는 노인을 꼰대로 보는 시각을 바꾸는 데 일조했다. '꽃할배'에는 칠십을 훌쩍 넘긴 노배우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77세(2015년 기준). 최고 형님 격인 이순재가 우리 나이로 81세, 신구가 80세, 박근형이 76세, 백일섭이 72세다. 이순재와 신구는 나이로만 보면 상노인이다. 그런데도 이들의 움직임은 무겁거나 둔하지 않다. 오히려 여행을 누리고 즐긴다. 파리 에펠탑 앞에서 신구는 이렇게 말했다. "제일 부러운 건 청춘이야. 아름답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으니까…." 여행을 통해 더 멋진 인생을 살길 바라는, 그래서 지금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명언이었다.

황혼의 배낭여행을 콘셉트로 한 예능 프로그램 하나가 노인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은 건 주목할 부분이다. 꽃할배는 '꼰대'와는 거리가 먼, 황혼의 당당함과 연륜의 아름다움을 진득하게 보여준다. 삶은, 이처럼 나이에 관계없이 살만하다는 것이다. 신판 '장수만세'라 하겠다.

꼰대는 노인들 스스로 만들기도 하고 외부에서 붙여주기도 한다. 외부의 영향력은 아무래도 미디어가 절대적이다. TV 밖의 노인을 TV가 어떻게 그려내느냐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꽃할배 같은 TV 프로그램의 성공은 사실 단면일 뿐, 전체적으로 볼 때 노인들은 TV 안에서나 밖에서나 여전히 찬밥 신세다. 노인들은 대개 고집불통에다 잔소리꾼이고 나쁜 의미의 꼰대로 등장한다. 치매환자가 되어 불화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TV 콘텐츠 가운데 노인들이 실제 주인공이거나 주연급으로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종편 TV의 일부 프로그램과 실버TV 등에서 '장수만세'를 부르짖는 사례가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비중이 낮다. 균형감 상실이다.

이 같은 문제를 가볍게 봐선 안 된다. 고령화는 융·복합적 처방으로 풀어야 하는 국가적 사회적 난제다. 여기에는 노인정책과 사회적 인식 개선, 공동체성의 회복, 효친사상, 일자리, 인권, 건강한 노후까지 다양한 문제가 얽혀 있다. 최고의 복지정책은 노인을 비하하지 않고 무조건 꼰대로 취급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부산은 이미 지난 2월 노인인구 비율이 14%를 넘어 전국 대도시 중 처음으로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화에 걸맞은 생활방식과 사고의 전환, 정책 개발이 요구되지만 실행은 뒷전이다.

지난달 29일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안티에이징, 인문학을 만나다'는 행사는 '항노화(抗老化·Anti-aging)'에 대한 사회적·문화적·철학적·산업적 의미와 과제를 융·복합적으로 논의한 뜻깊은 자리였다. 부산대 항노화산업지원센터와 부산 다양성포럼이 주관한 이날 세미나의 화두는 '노년의 행복할 권리'와 '건강 장수'였다. 꼰대 문제도 함께 거론됐다. 선입견에 휩싸인 꼰대리즘의 가면을 벗기고, 당당한 꼰대, 꽃할배같은 '노노족'이 많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나이가 들었지만 젊게 사는 사람을 일컫는 '노(No)노(老)족'은 사실 인류의 꿈이기도 하다.

유엔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30년이면 '인간 수명 130세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측했다. 그땐 호칭도 18~65세가 청년, 66~79세 중년, 80~99세 노년, 100세 이후는 '장수노인'으로 바뀔 전망이다. 65세까지 청년이란 말에 가슴이 설레지 않는가. 실제로 지난 3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도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8명은 '70세는 돼야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변화는 벌써 시작되었다. 준비가 달라져야 하고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노인문제를 제대로 알고 다루면 역설적으로 부산이 젊어진다. 젊어지는 부산, 그것은 모든 노인들의 희망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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