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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행복의 세 가지 조건 /이국환

자신이 원하는 것과 사람 통한 기쁨 알고 타인과 비교 않아야

삶의 궁극적 목표에 가까워질 수 있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5-10-14 18:54:54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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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행복이라고 하였다. 그는 행복을 'summum bonum'이라 불렀는데, 라틴어로 'summum'은 최고라는 뜻이고 'bonum'은 좋다는 의미이니, 요컨대 행복은 '최고의 선'이 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행복이란 원하는 것을 이루는 것이다. 그는 인간이 행복하려면 원하는 것과 바라는 것을 구분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것을 얻고자 자신의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고, 가지고 싶지만 노력할 생각이 없다면 그저 '바라는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삶의 목표가 행복이고, 자신의 모든 노력을 기울여 원하는 것을 이루는 것이 행복이라면, 먼저 자신이 원하는 것부터 알아야 하겠다.

오래전, 아버지 자격으로 졸업식을 앞둔 초등학생들에게 특강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인생의 목표를 묻는 내 질문에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돈 많이 버는 것'이라고 합창했다. 세월이 꽤 흘러 요즘 초등학생의 장래 희망이 그러한 목표를 향해 구체화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초등학생의 장래희망 중에 가장 많은 것이 임대업이라는 교사의 말이 처음에는 우스갯소리인 줄 알았다. 그는 상가 한 채만 있으면 유명 브랜드 아파트에 살고 멋진 자동차 타고 다니며 평생 월세 받아먹고 살 수 있다는 부연 설명까지 곁들였다. 물론 그 상가 한 채는 부모나 조부모로부터 물려받는 게 자연스러우니 이는 자신의 모든 노력을 기울여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바라는 것일 테다. 지금 아이들이 추구하는 최고의 선은 공무원과 임대업 사이를 배회하고 있다.

논어 학이편에서 공자는 행복한 세 가지 이유를 말했다. 공자는 배우고 때로 익히기에 행복하고, 벗이 있어 멀리서 찾아오니 행복하고,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아 행복하다고 말한다. 놀랍게도 이는 행복을 연구하는 철학자, 뇌과학자, 심리학자의 최근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스 윤리학'에서 가장 행복한 상태는 자아가 실현될 때라고 하였다. 자아가 실현될 때란 자신의 잠재력이 최고로 실현됐을 때를 뜻한다. 배우고 때로 익히는 자는 자아가 잠재적 가능성을 끊임없이 실현하는 과정에 서 있으며, 늘 미래를 향해 자신을 열고 수많은 가능성을 탐색하는 자이다. 그래서 배우고 익히는 자는 내 삶에 느닷없이 찾아올 순간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며, 하루를 길고 소중하게 보낸다. 그러다 죽는 순간까지 영원한 학생으로 남는다. 그리하여 '학생부군신위'라 하지 않던가.

행복을 느끼는 우리 뇌는 사람에 중독될 만큼 극도의 사회성을 요구한다. 오죽하면,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뇌과학자 마이클 가자니가 교수는 일평생의 연구를 토대로 인간의 뇌는 '인간관계를 잘하기 위해서' 설계되었다고 했을까. 그는 인간이 '뼛속까지 사회적'이라고 표현했으며 인간은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행복을 느낀다고 하였다.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집단으로부터의 소외나 고립은 죽음을 의미했다. 다시 말해 살아남은 우리 조상은 벗을 항상 곁에 두고 살았던 매우 사회적인 사람들이었다.

뇌 영상 사진을 보면, 손가락이 잘릴 때와 연인과 이별할 때의 고통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신체적 고통과 사회적 고통은 같은 뇌 부위에서 발생하며, 둘 다 생존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결국, 가장 강렬한 기쁨은 사람을 통해 느낀다. 승진이나 합격의 순간, 주위 사람들의 축하와 인정 없이 기쁨을 탁자 위의 화분과 나눈다면 행복보다 눈물이 앞설 것이 분명하다. 공자의 말처럼 멀리 있는 벗이 찾아올 정도의 사회성이라면 어찌 행복하지 않겠는가.

불행해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타인과 나를 비교하는 것이다. 우리는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다면 내 마음대로 사는 인생을 지지해주는 문화가 아니라, 그렇게 사는 자를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집단주의 문화에 살고 있다. 그래서 끊임없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에 허덕인다. 남에게 기죽지 않으려 비싸고 큰 유모차를 사고, 그 유모차를 싣고자 다시 큰 차를 산다.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을 때 음식 사진부터 찍고 여행을 떠나도 유명한 여행지를 배경으로 자신의 사진을 찍어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 올려 주위에 알리기 바쁘다. 그러면서도 물고기가 헤엄치며 물을 의식하지 못하듯 우리는 집단주의 문화에 젖어 문제를 문제로 의식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과도한 타인 의식이 지배하는 집단주의 문화 속에서 내 삶의 주인이 자신이 아닌 타인이 될 때, 우리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감당해야 하며, 개인의 행복은 낮아진다. 흔히 사람들은 결혼할 때 행복하게 잘 살 테니 지켜봐 달라고 한다. 누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행복한 것이 중요하다. 공자가 이미 말해주지 않았던가. 타인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아야 행복할 수 있다고.

동아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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