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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칼럼] '부산버스는 친절버스'

시민편의 위주 노선 개편 때 쾌적성도 함께 고민하고

교통약자 위한 저상버스 도입, 시각적 공해 해결도 시급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5-10-29 18:43:42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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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시내버스를 즐겨 탄다. 버스를 이용하는 즐거움은 각별하다. 도시철도와 비교하면, 일단 지상과 지하를 오르내릴 필요가 없다. 창밖 풍경도 볼 수 있어, 시야가 트이고 '인간적인(?)' 느낌을 준다. 또 장거리 노선일 때는 제법 '토막잠'도 즐길 수 있다. 그래서 다른 도시를 여행할 때도 웬만하면 그곳의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버스를 타야 도시의 속살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시티투어' 버스를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거라고 짐작하지만, 시내버스는 좀 더 일상적이고 심층적인 문화를 맛보게 해준다. 일본 시내버스는 거스름돈을 주지 않는다. 요금에 꼭 맞게 현금을 내야한다는 말인데, 사회질서와 '정확성'을 존중하는 문화를 실감할 수 있다. 반면 중국 버스는 귀청이 떨어질 만큼 연이어 '안전 주의'를 알린다. 새 질서를 만들어나가는 현대 중국의 '역동성'을 느낄 수 있다.

■도시의 속살, 시내버스

프랑스 시내버스는 '보훈 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한국은 '경로석'과 '임산부' 좌석을 마련했을 뿐이지만, 프랑스는 조국을 위해 헌신한 독립 유공자와 참전용사를 위한 좌석도 마련했다. 일상생활에서 '애국심' 교육을 실행하는 셈이다. 그럼, 한국 버스가 주는 문화적 경험은 어떤 것일까.

지난 19일 부산시는 '시민 편의 위주 버스노선 개편 계획'을 내놓았다. 버스 애호가의 한 사람으로서 기쁘게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지역 교통체계의 혁신을 위한 출발점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을숙도대교 남항대교 광안대교를 잇는 '해안 일주로' 직통 노선을 새로 만들고, 동서고가로에 처음으로 노선을 만들었다는 점이 획기적이다. 교통 개선만이 아니라 관광 측면에서도 좋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부산시가 이번에 내놓은 개편안의 최종 목표는 시민의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앞으로 버스 노선을 더욱 섬세하게 다듬고, 도시철도와 연계성을 드높인다는 전제 위에 버스회사 측에 하나를 덧붙여 말하고 싶다. 그것은 '쾌적성'을 높이자는 제언이다.

"한국 버스는 사람을 '자루 속의 감자'처럼 취급해요."

한 외국인이 필자에게 들려준 얘기다. 한국 버스는 사람을 짐짝처럼 다룬다는 것이다. '자루 속의 감자'라는 말이 재미있어 함께 웃고 말았지만,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시내버스의 상당수는 난폭 운전을 하는 것 같다. 급정차와 급발진이 반복되는 버스를 타고 있으면, 정말 승객이 사람인지 짐짝인지 헛갈릴 때가 있다.

■운전부터 개선하자

차체가 '끄덕끄덕'거리는 운행은 승객을 피로하게 할 뿐 아니라, 위험하게 만든다. 실제 필자가 아는 사람은 버스에 오르자마자 버스가 급히 출발하는 바람에 넘어져 다쳤다. 시내버스 운행은 신속성보다 안전성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시민이 마음 놓고 버스를 이용하고, '대중교통 이용률'도 높아지지 않겠나. 버스 회사는 눈앞의 영리만 앞세우지 말고, 버스 운행 본연의 정신부터 바로잡기 바란다.

물론 난폭 운전은 부산처럼 교통이 혼잡한 곳에서도 배차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방침 때문일 수도 있고, 운전기사의 개인적 자질 때문일 수도 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난폭 운전의 피해는 고스란히 승객의 몫이란 거다. 이제 달라져야 한다. 더구나 부산은 세계 각국의 손님이 드나드는 국제도시다. 결국, 버스 회사 경영자가 책임지고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버스 출구에는 '교통 불편 신고엽서'를 담은 노란 상자와 '친절기사 추천엽서'를 담은 파란 상자가 나란히 붙어 있다. 그런데 각각의 접수 현황이 어떤지, 어떤 상벌을 줬는지 알기 어렵다.

부산시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버스 서비스 개선을 호소하는 시민의 게시물이 하루 평균 2건이 넘고, 이 신고를 받은 운전자는 부산시 산하 교통문화연수원에서 강화교육도 받고, 과태료도 낸다는데 큰 효과가 없는 것 같다.

언제나 '벌'보다는 '상'이 먼저다. 앞으로는 '친절기사'로 추천 받은 운전자와 그의 소속 회사를 확실하게 보상하고 격려해주면 좋겠다. 승객이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게 '시민 성금' 상자를 마련해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승객의 쾌적함을 좌우하는 것은 차량 시설이다.

■차량 시설도 개선하자

부산은 현재 바닥이 낮고 출입구에 계단이 없는 '저상버스'의 보급률이 겨우 20%에 머문다.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든 '교통약자'를 위해 점차 비율을 높이면 좋겠다. 아울러 지적하고 싶은 것은 '소음'이다. 여기에는 승객이 내는 큰 소리도 있고, 운전기사가 크게 튼 라디오 소리와 음악 소리도 있으며 낡은 창문이 덜덜거리는 소리, 서 있는 승객이 잡은 손잡이가 삐걱대는 소리도 있다.

이런 소음은 모두 해외 선진국에선 듣기 어렵다. 부산 버스의 소음 수준은 심각하다. 분명 승객과 운전자가 내는 소음은 앞으로 시민과 함께 줄여가야 할 과제이지만, 차량 시설이 일으키는 소음만큼은 먼저 개선되면 좋겠다. 부산시와 버스 회사의 관심을 촉구한다. 또 차량 시설의 소음에는 시각적 소음도 있다. 바로 '좌석 광고' 얘기다. 현재 버스 좌석 등받이에 부착된 광고가 너무 조잡하다.

광고 내용은 다양해도, 디자인과 색채가 '극악'하다는 점은 모두 같으며 부산 버스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유럽 도시처럼 아예 좌석 광고를 없애는 것은 어떨까. 필자가 알기로 좌석 광고 수익은 매우 낮다. 그 대신 승객의 시각적 관점에서나 도시 미관의 관점에서나 좌석 광고보다 수익이 10배가 넘는 버스 외부(랩핑) 광고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좋지 않을까.

'친절기사 추천엽서'를 담은 파란 상자에는 '부산버스는 친절버스'란 표어가 있고, 그 밑에는 '승객도 기분 좋고, 기사분도 운전할 맛납니다'란 문구가 있다. 버스 타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는 생각만 해도 흐뭇한 이야기다.

필로아트랩 대표·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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