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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칼럼] 부산시 안보정책은 무엇인가

종북인사 신은미에 통일문화상 준 재단과 매년 심포지엄

시민도 모르는 행사에 매회 1억 원 넘게 지원한 이유 뭔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6-01-21 19:05:15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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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바라보는 관점 가운데 '내재적 관점'이란 것이 있다. 일반 상식적 기준으로 북한을 평가하지 말고, 북한 입장에서 북한 현실을 이해하자는 관점이다. 이 시각으로 보면 유엔(UN)의 북한 인권 제재는 기본 발상부터 잘못된 거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내세우는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결코 한국 사회에는 내재적 관점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북한의 끔찍한 전체주의와 핵 보유는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한국 정부는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절대 악'으로 여기며, 이런 정부가 태어난 건 오로지 무지한 국민이 '세뇌'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북한에는 한없이 따뜻하던 시선이 어떻게 한국을 볼 때는 이처럼 무서운 매의 눈으로 바뀔까. 더구나 이들이 유엔의 북한 제재는 줄곧 반대하고 무시한 반면, 한국 정부에 관한 불만사항은 바로 해외에 퍼뜨리고 유엔에 호소하는 이중적 태도는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내재적 관점의 이중성

이렇게 북한에만 우호적이고 남한에는 배타적인 시각은 '종북'으로 불려도 할 말이 없다. 한때 내재적 관점은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도움이 됐고, 이런 뜻에서 '진보적'인 것으로 존중받았다. 그러나 이제 내재적 관점은 균형을 잃었고, 순기능을 다했다. 더구나 북한이 군사 도발을 계속하고, 핵폭탄으로 평화를 위협하는 상황에서는 더는 내재적 관점의 이중 잣대를 진보로 미화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난 7일 이런 글귀가 떠돌았다. "수소폭탄보다 강력한 무기는 사랑입니다." 이 글을 SNS에 올리며 대북 확성기 방송에 반대한 이는 재미교포 신은미 씨다. 2014년 황선(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 씨와 함께 북한 선전 콘서트를 진행하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강제 출국당한 사람이다. 또 같은 날 황 씨는 "제재 논의 걷어치우고 대화하라"는 글을 올려 한국과 국제사회의 북한 제재 움직임을 비난했다.

이들의 얘기는 마치 수소폭탄을 산소폭탄으로 맞받으면 물로 만들 수 있다는 농담처럼 허무하다. 수소폭탄을 사랑과 대화로 이겨내자는 신 씨는 정작 자신의 행사에 반대하며 인화물질을 던지려다 붙잡힌 고교생의 '선처'를 바라지 않았다. 심지어 황 씨는 그 고교생을 '살인미수'로 고소하며 '엄정 처벌'을 요구했다. 북한에는 따뜻하고 남한에는 매서운 이중 잣대를 어김없이 보여준 거다.

신 씨는 말한다. "북녘 동포가 정신적으로 순박하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 너무 새롭게 보이는 거예요. (…)북녘 동포는 멋진 인생의 목적을 갖고 형이상학적 삶을 살고 있었구나."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순진한(?)' 관점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주민의 인성이 아닌 국가 정치이며 개인이 아닌 체제다.

■인성 vs 체제

잠시 시간 이동을 해보자. 여기는 1860년대 조선. 중국에 태평천국의 난이 일어나 중국 남부를 휩쓸고, 서양 군대와 문물이 들어와 청(淸)이 무너진 판국에도 조선의 지도층은 여전히 우주가 성리학이란 형이상학적 질서에 따른다고 믿으며, 평화롭게 옛 성현의 글을 읽는다. 어차피 그들에게 청은 이미 중국이 아니었고, 중국 정신의 핵심인 성리학은 조선에 실현됐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편 백성 대부분은 성리학 이념에 따라 상공업과 무역을 억누른 경제 정책과 신분제 때문에 어렵게 살면서도 지도층의 이념을 받아들이고, 순박하게 산다. 이를 본 서양인은 조선이 멋진 인생의 목적을 갖고 형이상학적 삶을 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조선 정부가 단지 다른 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8000명의 주민을 처형하는 '광기'를 보고 놀란다. 이 시기 조선의 형이상학적 삶을 빚어낸 정책 뒷면에는 외부 문명에 대한 배타성이 있다는 걸 몰랐던 거다.

오늘날 북한은 성리학 대신 '사회주의'를 붙들었다. 옛 소련의 이념을 실현하는 나라는 오직 북한뿐이란 거다. 이 허망한 믿음을 위해 북한 지도층은 동구 공산권이 해체되고, 세계무역기구(WTO)가 세워지며, 인터넷이 상용화되는 1990년대 중반부터 오히려 주민의 살림보다 핵 개발에 열을 올리며 스스로 고립했다. 조선의 소중화(小中華, 중화사상을 계승한 것은 조선뿐이란 생각), 존화양이(尊華攘夷, 중국문명을 받들고 오랑캐를 물리침) 사상이 주체사상으로 바뀌며 참혹한 전체주의를 낳은 거다.

이런 관점에서 신은미 씨의 시각은 피상적이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의 말처럼 '감성적 종북'에 가까운 것 같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지난해 7월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신 씨에게 '통일문화상'을 줬고, 11월 부산시는 이 재단과 함께 '국제심포지엄'을 열었다는 거다. 부산시에 묻고 싶다. 신 씨에게 통일문화상을 수여한 재단과 이런 행사를 공동 개최한 이유는 뭔가.

■부산시의 이중 잣대

시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추방당한 신 씨를 지지하는가. 앞서 통일문화상을 받은 오인동 박사처럼 북핵을 옹호하는가. 그렇지 않다면 어째서 지난 11년 동안 '부산-한겨레 국제심포지엄'에 해마다 1억 원 넘게 지원했나. 시민 대부분이 그 존재조차 모르는 행사를 지원한 것도 문제이고, 주관 단체의 성격도 문제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신 씨에게 상을 준 것은 일관성이라도 있지만, 부산시 안보정책은 알 수가 없다. 시는 그동안 "영화제를 비롯한 어떤 문화행사도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고 했는데, 이 심포지엄의 정치적 의미는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이래 가지고 부산시는 어떻게 BIFF(부산국제영화제)의 정치성을 따질 수 있겠나.

부산이 한반도 통일에 제 역할을 다하려면, 정책 결정을 분명히 해주기 바란다. '대화'만으로는 한반도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여론이 높다. 앞으로 북핵에 대응해 미국의 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가 논의되면, 동남권의 적지로 부산이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부산시가 이때 시민 여론을 제대로 수렴, 조정하기 위해서는 안보정책부터 명확히 세워야할 것이다.

필로아트랩 대표·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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