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태양이 갑자기 사라졌다고 가정해보자. 우리는 이를 언제쯤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빛의 속도가 초속 30만 ㎞이니 태양이 실제 사라진 시각으로부터 8분20초 뒤 지구는 갑자기 암흑천지로 변할 것이고, 이로부터 우리는 태양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겠다. 지구는 태양 중력의 변화도 받을 것이다. 지구는 지금까지 태양의 중력에 묶여 돌던 궤도를 벗어나 우주의 어디론가를 향해 곧장 달려갈 것이다. 돌을 줄에 매달고 빙빙 돌리다가 줄을 놓으면 돌이 한 방향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이것을 언제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뉴턴이 중력법칙을 발견한 17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과학자들은 이렇게 상상했다. 태양이 사라지는 순간 즉각적으로 지구가 공전궤도를 이탈하며 아수라장이 될 것이라고.
이 상상대로라면 묘한 현상이 발생한다. 인간은 8분20초 동안 태양을 뻔히 보면서도 태양이 사라진 것과 같은 중력 효과를 느낀다는 점이다. 이것은 분명 뭔가 잘못된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태양의 빛은 한계속도인 초속 30만 ㎞로 전달되는 반면 중력은 즉각적(근접작용)으로 미친다고 가정했다는 데 있다. 뉴턴은 우주를 수학적으로 거의 완벽하게 기술했지만 '중력이 즉각적으로 전달된다'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던 것이다.
현대 과학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태양이 사라지면 그로부터 8분20초 후 햇빛이 사라지고 바로 그 순간 지구가 공전궤도를 이탈하는 요동을 함께 느낄 것이라고. 즉 태양 중력의 효과도 '즉각적으로'가 아니라 빛의 속도로 전달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이를 맨 처음 예언한 사람이 알버트 아인슈타인이다. 아인슈타인은 1915년 발표한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중력이 시공간(space-time)을 형성한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그리고 그 중력이 변하면 시공간이 일그러지고 그 효과는 빛의 속도로 전파되는데 이를 '중력파(gravitational wave)'라고 명명했다.
아인슈타인이 예언한 중력파가 101년 만에 처음으로 검출됐다는 소식이다. 미국 국립과학재단은 지난 11일 레이저간섭계 중력파관측소(LIGO·라이고)를 사용해 중력파를 검출했다고 발표했다. 이 중력파는 두 개의 블랙홀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방출한 것으로 미세한 시공간의 일그러짐을 담고 있었다. 이로써 일반상대성이론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졌다. 과학계는 중력파 망원경을 갖게 되었고, 인류의 인식 지평은 한 뼘쯤 더 늘어나게 되었다. '돈 안되는' 중력파 검출에 1조 원이 넘는 연구비를 투입하는 미국 국립과학재단의 인식이 부럽기만 하다.
조송현 논설위원 pin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