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미국과 이스라엘은 '올림픽게임' 작전에 돌입했다. 이란의 나탄즈(Natanz) 핵시설을 겨냥한 사이버공격(syber attact)이다. 이 작전은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계속됐다. 신종 컴퓨터바이러스 '스턱스넷(stucxnet)'을 투입시켜 우라늄 농축 원심분리기 통제시스템을 무력화했다. 미국이 이란을 핵협상 테이블로 불러앉힌 데는 이 사이버공격의 승리도 한몫했다는 분석.
사이버공격에 대한 억지전략(deterrent strategy)은 오프라인에서와 마찬가지로 거부와 보복 등 두 가지 방식이 사용된다. 거부를 통한 억지는 사이버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공격 의지를 무산시키는 전략이다. 그런데 사이버공간에서는 '비대칭성 역설(cyberwar asymmetric paradox)'이라는 게 작동한다. 정보기술이 발달하고 네트워크화가 고도로 진행된 국가일수록 사이버공격에 오히려 취약하다는 것이다. 거부를 통한 억지전략의 한계다. 이번에 사이버공격으로 이란을 굴복시킨 미국이 결코 희희낙락할 수 없는 이유다.
사이버공간에서는 공격이 방어보다 유리한 특성이 있다. 억지전략으로 거부보다 보복이 더 많이 쓰이는 이유다. 보복을 통한 억지는 선방의 이익보다 보복으로 인한 피해가 더 클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공격 능력을 강화하는 전략. 상대방을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다는 '확증파괴'라는 자신감과 상대의 가공할 공격에 당할 수 있다는 '공포'가 공유될 때 안정과 평화가 유지된다. 이 같은 상황을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이라 한다. 하지만 이 균형도 (사이버공격) 행위자가 많아지면 유지되기 어렵다.
최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우리도 핵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북한의 핵을 핵으로 억지하는 '공포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논리다. 미국의 핵우산만 믿고 있기에는 불안하다는 말도 나온다. 감정적으로야 뭘 못하겠는가. 이 같은 논의는 북한을 더욱 핵에 집착하게 만들 뿐이다. 우리가 가지면 일본이나 대만 등의 연쇄 핵 보유를 막을 방법이 없다. 핵보유국이 늘어나면 '공포의 균형'이 깨지기 쉽다. 인류평화의 길이 아닐 뿐더러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 차제에 사이버억지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되는 '재보장(reassurance) 전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인센티브를 통해 자발적인 억지를 유도하는 전략이다. 평화를 유지하는 데는 인내심이 필요한 법이다.
조송현 논설위원 pin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