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BIFF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 /박창희

비프 난파선 될 위기, 부산시 책임 엄중

냉철하게 팩트 체크 화이부동 정신 중요

  • 국제신문
  • 대기자 chpark@kookje.co.kr
  •  |  입력 : 2016-03-27 19:22:12
  •  |  본지 3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부산국제영화제(BIFF·비프) 사태는 어이없게도 세월호의 참상을 떠올리게 한다. 생각하기조차 싫은 대한민국 난파선의 악몽이다. 세월호를 다룬 영화 '다이빙벨'이 비프호(號)를 집어삼킬 기세다. 비프 난파선! 최악의 시나리오가 쓰여지고 있다.

엊그제 이용관 전 비프 집행위원장이 공금 부실집행 혐의 등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무슨 죄가 있는지도 모르는 비프 자문위원들은 검찰의 소환장을 받아쥐고 노심초사하고 있다. 모두 부산시의 고발과 가처분 신청에 따른 것이다. 부산시의 연이은 초강수에 영화인들은 실망과 분노를 표출하면서 '비프 지지'를 외치고 있다.

오는 10월 제 2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정상대로 열릴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이제 검찰과 법원에 가서 구해야 할 상황이다. 사태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가. 세계 7대 영화제, 아시아 최고의 영화 플랫폼, 부산 시민의 자존심과도 같은 콘텐츠가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다. 비프의 위기요 수치다.

싸움은 점입가경이다. 영화계는 부산시가 비프를 계속 탄압한다면 올 영화제를 보이콧 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영화인들이 만든 '아이 서포트 비프(I SUPPORT BIFF)'라는 공식 웹 사이트에는 비프 정상화를 촉구하는 국내외 영화인들의 메시지가 줄을 잇고 있다. 젊은 영화인들은 비프와의 소중한 인연을 잇게 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부산시의 대응은 강경 일변도다. 지난 9일자 시보 '다이내믹 부산'(제1719호)은 무려 3개 면을 할애해 영화인들의 시도를 '비프가 일부 영화권력자의 놀이터냐' '사유화가 심각하다'는 식으로 따졌다. 비프를 놓고 지역사회에선 편이 갈렸고,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발언까지 터져 나왔다. 이에 부산참여연대는 "부산시는 지역주의로 부산영화제와 시민을 이간질 말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시민들도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SNS에는 비프 사태에 대한 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스무 살 성년, 막상 장가를 보내려고 하니 진짜 아버지는 입도 벙끗 못하고, 의붓아버지와 삼촌들이 자기 아들이라고 우기는 형국', '시와 영화계가 자신들이 갑(甲)임을 교묘히 숨기고 을(乙) 코스프레(가장해 즐기는 것) 행세를 한다'…. 이번 사태의 본질이 영화제의 패권(覇權) 다툼, 즉 헤게모니 싸움이란 시각이 있었는데 시민들의 날카로운 눈이 그것을 간파하고 있는 모습이다. 영화계의 패권도 무섭지만, 관료 패권주의는 더 무섭다는 말도 나왔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이번 사태의 팩트(fact)를 체크할 필요가 있다. 팩트는 사건의 본질을 따져 판을 정확히 읽는 방법 중 하나다.

먼저, 영화 '다이빙벨' 상영 중단의 외압 여부. 여러 정황으로 볼 때 2014년 영화제 때 부산시가 상영금지를 요구한 사실이 드러난다. 비프에 대한 탄압은 이 요구를 거스른 데 따른 혹독한 대가라는 것이다.

둘째, 비프에 가해진 전방위 탄압 여부. '다이빙벨' 상영 이후 비프는 부산시와 감사원의 감사,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산 삭감, 부산시의 고발 조치 등을 당했다. 뭔가 조직적으로 비프를 압박, 탄압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셋째, 양측의 주장과 쟁점. 영화계는 비프의 독립성·자율성 보장에 관한 내용을 정관에 담으려고 한다. 부산시는 엄청난 예산이 들어간 비프의 공공성과 책임성을 제기하며 '라운드 테이블'에서 협의하자고 주장한다. 영화계는 시의 의도를 의심한다.

어쩌면 '다이빙벨' 상영은 지나간 쟁점이다. 현재 유튜브에서만 92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고, 부산시도 그 때문이 아니라고 극구 해명하고 있으니 말이다.

항간에는 이번 사태의 배후에 '보이지 않는 손' 있다는 소문이 돈다. 그게 청와대일 수도, 국정원일 수도, 또 다른 기관일 수도 있다는 거다. 만약 그런 게 있다면 이는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일이다. 국가 권력이 문화를 통제하려 들면 새로운 형태의 저항과 비극이 싹튼다. 악몽을 꾸고 싶지 않지만, 비프 사태가 계속 꼬여가니 그런 우려를 떨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비프는 국내외 영화인들의 우정과 시민적 참여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그 성장의 이면에는 다양성을 수용하는 관대함이 있었다. 팩트를 중심으로 복기를 해 보면 관대함의 자리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영화계가 요구하는 자율성·독립성과 부산시가 말하는 책임성·공공성은 상충 가치가 아니라 서로 통하고 보완되는 개념이다. 화이부동(和而不同·서로 조화를 이루나 같아지지는 않는다)의 정신을 생각하면 라운드 테이블을 꾸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

판이 더 이상 깨져선 안 된다. 추락은 한순간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선진국에서 상식처럼 통하는 '팔걸이 원칙' 즉,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않는다'는 문화지원 원칙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라도 도출된다면, 모두가 지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다.

대기자 chpark@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구독 이벤트

 많이 본 뉴스RSS

  1. 1싱거운 맞대결 펼친 두 전설…“이런 시합 안 하는 게 나아”
  2. 2“마을 도로 넓히기 위해 사유지 내놓은 주민 덕 재생사업 좋은 성과 내”
  3. 3기장·해운대 ‘부산형 판교 밸리’ 유치전
  4. 4도종환 “지역신문 상시 지원법 조속 통과를”
  5. 5전북 정읍서 고병원성 AI…당국 차단 안간힘
  6. 6추미애·윤석열 전쟁 운명의 일주일…윤석열 거취 판가름
  7. 7서병수 출마 여부 내달 결정…야당 보선 구도 지각변동 촉각
  8. 8교수·언론인·정치인…부산 야당 후보군 ‘호위무사’ 속속 합류
  9. 9추·윤전쟁, 신공항 문제…문 대통령 ‘레임덕 트리거’ 될라
  10. 10‘원전해체연구소’ 내달 설계 시작…2022년 예타 통과 땐 일사천리
  1. 1기장·해운대 ‘부산형 판교 밸리’ 유치전
  2. 2울산 의원들, 동구 고용위기지역 연장 촉구
  3. 3도종환 “지역신문 상시 지원법 조속 통과를”
  4. 4추미애·윤석열 전쟁 운명의 일주일…윤석열 거취 판가름
  5. 5서병수 출마 여부 내달 결정…야당 보선 구도 지각변동 촉각
  6. 6박성훈, 김종인과 회동설…보선 경쟁 뛰어드나
  7. 7추·윤전쟁, 신공항 문제…문 대통령 ‘레임덕 트리거’ 될라
  8. 8교수·언론인·정치인…부산 야당 후보군 ‘호위무사’ 속속 합류
  9. 92주 남은 국회 회기…여야 간사 합의로 연내처리 쐐기를
  10. 10"코로나 안정되면 시진핑 방한 희망"
  1. 1‘원전해체연구소’ 내달 설계 시작…2022년 예타 통과 땐 일사천리
  2. 2전북 정읍서 고병원성 AI…당국 차단 안간힘
  3. 3바다사자(강치), 울릉도 서식 흔적 확인
  4. 4자동차 시정조치(리콜), 올해 10개월 만에 200만 대 넘어서
  5. 5e스포츠 정상회의 4년 연속 개최
  6. 6수능 6일 앞두고 부산 고3 감염, 도미노 혼란 우려
  7. 7집 값 폭등에 따른 종부세 상승 알아보기
  8. 8부산 고3 수험생 코로나19 확진 판정
  9. 9한국은행, 기준금리 동결…올 성장률 0.2%P ↑
  10. 10‘해수동’(해운대·수영·동래) 누르니 ‘진금강’(부산진·금정·강서) 껑충…풍선효과·호재 맞물려
  1. 1'명품마을' 혁신을 찾아서 <22> 김해 진영 단감마을
  2. 2최치원…그의 길 위에서 생각한다 <43> 불일폭포와 청학봉 백학봉
  3. 3“마을 도로 넓히기 위해 사유지 내놓은 주민 덕 재생사업 좋은 성과 내”
  4. 4창원 NC 프로야구 우승 기념 온택트 축제 개최
  5. 5부울경 잇는 동남권 순환철도 ‘청신호’
  6. 6오늘의 날씨- 2020년 11월 30일
  7. 7산청군, 약용작물산업화센터 건립…항노화산업 육성
  8. 8사천~제주 하늘길 내달 5일 다시 열린다
  9. 9매력적인 최치원 스토리텔링에 생명 불어넣어야
  10. 10‘가덕에서 세계로’ 릴레이 기고 <6> 박영강 신공항교수회의 공동대표
  1. 1싱거운 맞대결 펼친 두 전설…“이런 시합 안 하는 게 나아”
  2. 2롯데 스트레일리 MLB로 떠날까, 국내 남을까
  3. 3유럽 리그 뛰는 태극전사 주말 대거 결장
  4. 4남자 핸드볼 최강자 두산, 3년9개월 만에 패배
  5. 5바르샤도 못 피한 재정난…메시 이적 가능성↑
  6. 6EPL 부분적 관중 입장 허용…손흥민, 첼시전 축포 쏠까
  7. 7“잘가요 축구 영웅”
  8. 8“영원한 천재 잊지 않을 것”…축구 스타들 애도 물결
  9. 9신의 곁으로 떠난 ‘축구의 신’
  10. 10김택진 NC 구단주, 우승트로피 들고 고 최동원 추모
균형발전…초광역 지방정부가 이끈다
김두관 의원 인터뷰
균형발전…초광역 지방정부가 이끈다
하나의 경제체제로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탈산업화시대 연착륙을 위한 필수조건
일몰제가 준 생명 같은 교훈
기고 [전체보기]
가덕신공항, 낙동강 정비사업과 연계하자 /김임권
닥쳐온 인구재난, 저출생 지진과 고령화 쓰나미 /서형수
기자수첩 [전체보기]
무임손실 ‘진짜 원인자’는 정부 /박호걸
광역철도 웅상선 이번엔 성사를 /김성룡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정치적이기엔 너무도 문명적인
신념이 성숙하는 계절, 가을 야구를 사색하며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동래부동헌에 풍악이 울리다
북은 소, 얼후는 구렁이가죽?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인천과 부산, 그리고 관문공항 /송진영
코로나 재확산 영화계 좌불안석 /이원
도청도설 [전체보기]
백신 접종 기피증
아르헨티나의 별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가을의 시간을 맞으며
이주의 시대와 문학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목포 덕인집 홍어
간장게장의 미스터리
사설 [전체보기]
부산 n차 감염 급속 확산…일상 잠시 멈출 때다
3차 재난 지원금 가시화, 최적의 방안 도출하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원격의료 도입의 조건
경제·복지의 지속가능성과 정치의 역할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미·중 패권 경쟁과 한국”
남중국해 갈등과 우리의 대응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퇴폐미술의 낙인
비극의 주인공이 된 모델
이홍 칼럼 [전체보기]
독성 리더십
젊은 세대에게 찬사를 보낸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사람은 비용도 기계도 아니다
어설픈 분칠은 이제 그만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가을의 노래
브람스를 좋아 하세요?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보졸레 와인의 행복
몰도바의 추억
특별기고 [전체보기]
우리의 희생 기억해준 한국에 감사 /빈센트 커트니
바이든이 지켜야 할 미국 /황기식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강희안의 ‘고사관수도’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
  • 맘편한 부산
  • 국제 어린이 경제 아카데미
  • 유콘서트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