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가 장장 10년을 전장에서 보낸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30년전쟁, 100년전쟁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고국 이타카로 돌아가는 뱃길이 10년이나 걸린 건 심했다. 오늘날 터키 제일 서쪽에 위치한 트로이에서 그리스 서부의 이타카섬까지는 직선거리로 500㎞남짓이다. 뱃길이어서 돌아가고, 지금으로부터 4000년 전의 기술로 만든 배라고 쳐도 10년은 터무니없다.
바다유랑 10년의 원인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저주 때문이라고 호메로스는 적고 있다. 외눈박이 양치기 거인의 눈을 불에 달군 통나무로 찔러 멀게 하고 조롱했는데 그 거인이 포세이돈의 아들이다. 하지만 오디세이에게도 문제가 많다. 10년 중 7년을 요정 칼립소의 품에 푹 빠졌다. 돌아갈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돌아가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한진해운의 선원들이 지금 전 세계 바다를 떠돌고 있다. 입항하면 배를 압류당할까 봐 공해상에서 눈치만 보고 있다. 심지어 모항인 부산항에서도 홀대받는다. 우여곡절 끝에 입항은 했지만 싣고 온 화물만 내리고는 도로 부산항 경계 밖 공해상으로 물러나 기약없이 대기 중이다.
한진해운 선박들이 공해상에 머무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제법상 공해는 통항의 안전을 보장받는다. 당연히 압류도 피할 수 있다. 미국이 2002년 12월 예멘으로 향하던 북한 화물선 서산호를 스페인 군함을 이용해 공해상에서 강제나포한 적이 있다. 스커드 미사일 15기를 싣고 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미국은 하루 만에 서산호를 예멘에 인계해야 했다. 예멘이 북한 미사일을 구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국제법 조항은 없다.
공해상에 있으면 선박은 안전하지만 선원은 위험하다. 당장 마실 물이 문제다. 식량도 곧 바닥이 날 터이다. 화장실 뒷처리를 바다에 던져서 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는 걱정은 오히려 한가하다.
선원들을 바다의 난민으로 만든 것은 한진해운과 정부다. 죄없는 선원들이 볼모로 바다감옥에 갇혔다. 오디세이의 부하들은 오디세이가 늦게나마 철이 드는 바람에 이타카로 돌아갈 수 있었다. 우리 정부와 한진해운은 언제 정신을 차릴지.
정월대보름이면 기장이나 동삼동, 다대포 등에서는 한 해의 만선을 기원하는 풍어제(용왕제)를 연다. 만선까지는 언감생심이다. 선원들의 무사 귀항을 기원하는 용왕제라도 올려야 할 판이다.
김찬석 수석논설위원 chans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