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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대통령 후보 '풍요 속의 빈곤' /강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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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6-09-21 19:48:23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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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2월 20일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아직 15개월이나 남았건만, 추석 연휴가 끝난 뒤부터 '대선 시계'가 더욱 빨라지는 느낌이다. 시간은 째깍째깍 흘러가고 있으니 대권을 꿈꾸는 그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슬금슬금 조급증이 생기기 마련이다. 게다가 현재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먼바다 건너 있는 유력 후보가 내년 3월 입국설을 보란 듯이 묵살하고 1월로 귀국 일정을 앞당기겠다고 밝히자 국내에서 기반을 다지는 대선 후보들의 마음은 다급해졌다.

야당에는 그 나름대로 경쟁력 있는 후보가 많다고 한다. 여당에도 잠재력 있는 후보들이 호시탐탐 대권 선언 시기를 저울질하면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어림잡아도 20명 가까운 후보가 저마다 "날 좀 보소"를 외치고 있다. 보통 대선 1, 2년을 앞두고 여야에는 각각 한두 명의 후보가 선명하게 드러나 국민의 선택 고민을 줄어 줬던 앞선 대선 풍경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이번 추석 연휴 기간 밥상머리 대화에는 그 많은 대선후보 이야기가 좀처럼 나오지 않았던 것도 대선을 1년여 앞둔 예년의 추석 풍경과 구분된다.

시야를 PK(부산 경남 울산) 지역으로 좁혀도 대선 후보 이름은 제법 많이 거론된다. 최근 정치자금과 관련한 1심 재판에서 실형을 받은 도지사는 경쟁에서 사실상 멀어졌다는 평을 받지만, 오래전부터 거론된 유력 후보 3인은 여전히 건재하다. 유권자들은 이들 후보를 놓고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을까. 어쩌면 가짓수 많은 잔칫상에 딱히 손이 가는 게 없는 것처럼 고개만 갸우뚱거리고 있을지 모른다.

여권의 전통적인 텃밭인 TK(대구 경북) 지역에는 여당은 물론 야당의 유력 후보까지 등장했다. 대구에서 야당 대통령 후보가 나온다면 정치사적 의미는 크다. 그동안 자기 지역에서 배출된 후보가 전국적인 지지를 흡수하지 못해 '중간지대'를 형성하면서 대통령 당선인을 결정했던 충청권은 전례 없이 술렁이고 있다. 이른바 '충청 대망론'이 전국적으로 먹혀드는 형국이다. 바다 건너서 국제적인 임무를 마무리하기 직전인 유력 후보에다 야권의 현역 도지사, 그리고 여권에서는 장관과 도지사를 지낸 현역 국회의원이 나섰다.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후보들의 경쟁력도 충분하다고 하니, 충청권 인물이 직접 대통령을 할 때가 됐다는 여론이 무르익고 있다.

수도권에도 후보는 넘쳐난다. 서울은 전·현직 시장이 대결 구도를 벌이고 있다. 경기도에서도 전·현직 도지사 싸움에 야권의 한 자치단체장이 가세했다. 어디 이들뿐이겠는가. 수도권에는 아직은 이름을 내놓고 대권선언을 할 입장이 아닌 잠재적 후보가 널렸다. 제주에서도 현역 도지사가 출마의 여론을 살피고 있으며, 제법 선수를 쌓은 현역 국회의원 중 대권 욕심을 내는 사람도 많다. 일부 후보는 호남 표심 잡기에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다고 하니,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전국적으로 후보군이 고르게 분포됐다는 말은 과장이 아닐 게다. 그만큼 우리나라에 지도자급 인물이 많다는 것으로 일단 치부하자.

"다가오는 대선에는 절대 강자가 없다." 이 의미심장한 말을 곱씹어 보면 지금의 대선 풍경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언뜻 든다. 나라를 위해 큰 꿈을 펼치겠다는 사람들에게는 잠시 실례가 될지 모르지만, 확실한 주자가 없으니 너도나도 나섰다는 게 국민의 시선이다. 지역을 위해 할 일이 태산같이 쌓여있을 현역 자치단체장이 이토록 많이 거론되는 것에도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시나리오가 난무하고 있다. 슈스케(후보 2명 최종 경선), 대세론, 연대설, 제3지대론, 역할론, 중간지대 플랫폼 등 알쏭달쏭한 용어들이 쏟아지고 있다. 또 어떤 시나리오가 생산될지 모를 판이니, 정치인이 급하면 찾는 국민은 헷갈린다.

경제학사전에는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용어가 나온다. 국민경제가 갖고 있는 이용 가능한 자원과 생산설비를 충분히 가동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한 빈곤이다.

지금 국민은 대선 후보 이야기가 나오면 '풍요 속의 빈곤'을 떠올릴 법하다. 그럴듯한 이슈를 던진 뒤 여론이 시큰둥하면 슬쩍 빠지고, 세 불리기 경쟁에 몰두하는 그들만의 대권놀음이 이어지니, 국민의 시야에는 이용 가능한 후보감이 충분히 들어오지 않은가 보다. 후보가 워낙 많다 보니 헛배만 부르지 않을까 걱정이다.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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