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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진 칼럼] 규모 6.5 이상 지진이 찾아오기 전에

지진 활성단층 부근에 이미 12개 원전이 들어선 영남권

들어갈 돈·시간 두려워말고 대체에너지 생각해야 할 때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6-09-29 18:48:22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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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펐던 20여 일이 지나갔다. 피란민처럼 주섬주섬 배낭을 꾸리던 아내를 보면서 얼마나 울적했던지. 물끄러미 아내를 바라보며 이게 뭔가 싶었다. 이리도 빠르게 움직이는 IT시대임에도, 통장과 도장을 챙길 수밖에 없는 현실에 나오는 건 한숨뿐이었다. 지진이 우연히 월요일 저녁 8~9시에 연속 발생하면서, 모두가 지난 26일 월요일 밤을 약간의 긴장 속에서 보냈다. 우연이란 것을 알면서도, 루머라는 것을 확신하면서도 연약한 사람이기에 어쩔 수 없었다.
이런 심적 갈등과 혼란 속에서, 지난 십오여 년 전 방폐장 설치권을 따려고 시민투표까지 했던 경주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월성원전과 고리원전도 꼬리를 물었다. 우린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원전 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음에도 이렇게 한곳에 모아 지으면, 발생할 후유증이 얼마나 클지를 알면서도 왜 그런 결정을 했을까. 무시를 했었는지 예측을 못했는지 지진이나 원전을 잘 모르는 보통 국민으로서 알 길은 없지만, 이제 와서 누구를 탓할 수도, 누구를 붙잡고 불만을 터뜨릴 수도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무력감이 몰려온다. 지진 공포에 따른 무력감보다는 우리의 현실과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당장의 문제 해결, 임기응변적인 변명과 순간탈출에만 급급한 정치·행정권에 대한 무력감이다.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 다만, 통수권자에 대한 원망은 있다. 모든 것이 타이밍이다. 스스로 생존가방을 싸야 하고 SNS와 언론에서 제시하는 해법에만 의존해야 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좀 더 빠르게 좀 더 진지하게 읽어주지 못하는 통수권자와 정치 리더들에 대한 아쉬움은 분명이 크다. 재난이 닥치면 국가에 의지하는 게 상식 아닌가. 그런데 믿고 의지할 수가 없다.

우리 처지가 왜 이리 되었는가. 만약 규모 6.5 이상의 지진이 진짜 찾아온다면 현관문 옆에 놓인 저 배낭을 짊어지고 어디로 가야 하는가. 방석을 머리에 얹고 어디로 뛰어다녀야 하는 것인가. 수도권에 살며 경주와 부산권에 친인척 한 사람 없는, 그래서 원전 위협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수도권 사람들을 붙잡고 하소연할 수도 없다. 그럼 떠나면 되지 않느냐고?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다. 이 땅은 함께 지켜야 하고 우리 생존이 걸린 땅이기 때문이다.

십수년 전 도쿄의 어느 동네 공원에서 지진대피용 지하 벙커를 본 적이 있다. 벙커 안에는 동네사람들이 수일 동안 버틸 수 있는 식량도 보관돼 있다고 했다. 그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고 갸우뚱했었다. 동네마다 설치된 방재공원들을 보면서도 '정말 치밀하구나. 잘하고 있구나' 딱 그 정도의 느낌뿐이었다. 그런데 이젠 우리의 현실이 되어버렸다. 국민들이 배낭을 메고 헬멧을 쓰고 어디로 뛰어갈지를 모른다면 누군가가 진정으로 그 방향을 찾아줘야 한다. 그런데 잘 모르겠다. 지금 정부가 그 방향을 간절히 또 애달게 찾고 있는지.

다시 원전 얘기로 돌아간다. 국민들은 알권리가 있다. 특히 원전 주변의 지역민들은 원전에 대한 알권리와 변화에 대한 요청권이 있다. 부족한 돈 때문에 원전을 계속해야 하고 혁신적인 에너지정책을 영원히 시행할 수 없다면 지역민들은 모금운동이라도 할 것이다. 국가가 내세울 원전 선택의 이유들 속에 정말 눈물 나고 가슴이 쓰라릴 정도의 애절한 사연이 있다면 지금처럼 우리는 원전들과 함께 이 땅에서 살아갈 것이다. 그런데 단순히 돈과 기술의 문제라면 그리고 국민들에게 솔직히 말하지 못하는 여러 이유들로 모면하려 한다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생명과는 비교할 수 없는 하찮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길뿐이다. 신설 원전은 물론, 기존 원전들의 가동도 심각히 재고해야 한다. '규모 7 지진까지 견디게 하겠다' '그런 지진은 일어나기 어렵다' 등의 막연한 예측과 안이한 생각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국가 에너지 수급 정책을 대대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정답은 아닐지라도 국토의 미래와 후손을 위해서라면 답이 없는 실험도 끊임없이 해야 하고, 작금의 상황을 뛰어넘을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을 찾기 위한 시간과 과정을 충분히 또 제대로 가져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6.5 이상의 지진이 1주일 후 또는 한 달 이내, 1년이나 10년 안에 찾아온다는 가정 아래 그런 지진이 발생했을 때 국민들은 어떻게 해야 하며 국가는 어떤 조치를 하겠다는 통수권자의 진정 어린 비전과 체계적인 대비책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대한민국을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왔기에, 국가에 대해 지나간 과거를 캐묻고 공격하는 일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앞으로의 지진 발생에 대해서도 적당한 추정과 미봉책으로 일관한다면 국민들은 외면할 것이다. 아니 격렬히 저항할 수밖에 없다. 원전들이 이 땅을 지키며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갈 후손들에게 감당치 못할 큰 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전 안전이 100%라면 할 말이 없다. 그런데 지진이 활발하게 일어난다는 활성단층지대 부근에 그것도 12개의 원전이 몰려 있고, 또 이곳에 더 지으려고 아우성이다. 이런 현실에서 빠져나갈 구멍이 하나도 없다면 이 또한 별 할 말이 없다. 그런데 그 구멍이 꽤 넓고 여러 갈래의 길이 있어 보인다. 한꺼번에 원전을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국가 에너지체계를 갑자기 수년 안에 친환경적인 대체에너지로 바꿀 수 있겠는가. 긴 호흡 속에서 정부와 모든 국민이 함께 이 길을 걸어보자는 것이다.

들어갈 돈과 시간을 두려워하지 말기 바란다. 투입되는 돈과 시간은 결국 정부가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창조경제의 바탕이 될 것이다. 폐로산업, 에너지절감 사업, 대체에너지 개발, 내진건물 설계와 건설, 구조 보강, 방재공원 조성, 방재시설 확충 및 건설 등 모든 일이 신산업이자 신규 일자리와 연결될 것이다. 이보다 더 좋은 경제발전책이 어디 있겠는가. 국민 안전을 도모하고, 미래국가의 신동력을 발전시키고, 수많은 일자리가 생기며, 국민 신뢰까지 얻을 수 있는데 왜 망설이는가. 어떤 이유가 있는가.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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